위구르발 면화, 북한산 항공점퍼... 의류업계 '공급망' 이슈 불거져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카드로 신장 위구르 강제노동 대응에 나서면서, 위구르 생산 상품에 제재를 가하고 있다. 기업 공급망 이슈가 불거지면서 중국발 면화를 주로 사용하는 의류업계들도 공급망 점검에 나서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는 북한에서 생산된 의류가 버젓이 국내에서 유통돼 17억 원 대의 매출을 올렸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최근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는 중국 신장 위구르 ‘경계령’이 내렸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은 최근 신장 위구르 지역 제조업체에서 생산된 일부 상품에 대해 ‘인도보류명령(Withhold Release Order; WRO)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미 관세국경보호청은 ▲신장위구르자치구의 루푸현 제 4 직업 기술 교육훈련센터(Lop County No. 4 Vocational Skills Education and Training Center)에서 생산된 모든 제품 ▲루푸현 헤어 제품 산업단지에서 만든 헤어 제품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일리 줘완(Yili Zhuowan) 의류제조업체와 바오딩 LYSZD 트레이드(Baoding LYSZD Trade and Business Co., Ltd)가 생산하는 의류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신장 정가르 코튼 앤 린넨(Junggar Cotton and Linen Co., Ltd.)에서 생산 및 가공되는 원면 ▲안훼이 지역의 헤페이 비트랜드(Hefei Bitland Information Technology Co., Ltd.)가 생산하는 컴퓨터 부품 등에 통관 보류를 지시했다.
면화와 의류, 컴퓨터 부품 등 5개 제품이 대상이다. 미 관세국경보호청은 “중국 정부에 의해 신장 위구르에서 위구르민족과 다른 소수민족에 대한 조직적인 인권침해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중국 정부와 관련된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에 인도보류명령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 하원은 지난달 22일 중국 신장 지역에서 강제 노동을 활용해 생산된 모든 상품 수입을 금지하는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Uyghur Forced Labor Prevention Act)'을 통과시켰다. 법이 제정되면 강제노동으로 생산되지 않은 제품이라는 강력한 증거를 제시해야만 미국으로 수입될 수 있다. 이 법안이 발효되려면 미 상원 통과와 대통령 서명이 이루어져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 후보 모두 압박 수위에 대한 정도만 다를 뿐 중국 제재에 동의한다.
인권단체와 소비자들까지 신장에 소싱(Sourcing)을 중단해야 한다는 압박을 넣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패션 브랜드들은 수십 년 동안 면이나 공장의 값싼 노동력과 같은 제품의 원천을 중국에 의존해 왔다”며 “강제노동과 인권에 대한 우려를 무시했고, 비용과 이윤을 사람보다 우선시해왔다”며 비판했다.
일부 글로벌 패션기업 '위구르 생산 면화 쓰지 않겠다'
이에 일부 기업들은 자사의 공급망을 점검하며 전환에 나서고 있다. 신장 위구르 지역은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모든 면화의 약 20%를 생산한다. 신장 위구르 생산 면이나 면사 등을 쓰는 글로벌 의류 브랜드들은 전체 2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디다스, 아마존, 나이키, 파타고니아, 라코스테, C&A, PVH, 무지, 유니클로, 갭, H&M, 휴고 보스, 막스앤스펜서 등이다.
이에 몇몇 패션 기업들은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아디다스(Adidas)는 지난해 이미 신장에서 원사를 조달하지 않도록 지시했으며, 의류회사 갭(Gap)은 올해 3월 중국 북서부 지역에서 의류를 소싱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캘빈클라인(Calvin Klein) 및 토미 힐피거(Tommy Hilfiger) 브랜드를 소유한 의류회사 PVH 또한 지난 7월, 1년 이내에 신장에서 의류 또는 직물을 생산하거나 이곳에서 재배된 면화를 사용하는 제조시설과 모든 비즈니스 관계를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H&M도 신장지역의 의류 제조공장과 협력하지 않겠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중국 판매 비중이 매우 높은 나이키(NIKE)도 전반적인 상황을 점검 중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신장 위구르 발 규제가 전면적인 공급망 감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는 지정 지역과 기업으로부터 ‘직접’ 수입된 상품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국내 수출 기업에 곧바로 타격을 미치진 않는다. 또한 신장발(發) 면화가 어떤 제품에 쓰였는지 추적해 제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수출업체가 우회수출 등을 통해 많은 양이 미국에 유입된다면, 전면적인 조사로 이어질 수 있다.-
북한발 항공점퍼로 국내에서도 불거진 '공급망' 이슈
최근 국내에서도 북한발 의류가 국내로 대량 유통된 사실이 드러났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북한산(産) 항공점퍼가 2018년 9~12월 한 홈쇼핑에서 방송되면서 17억원대 매출을 올린 것이다. 이는 북한의 섬유 제품 수출을 전면 금지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375호에 정면 위배된다.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실에 따르면, 하청의 재하청을 거듭하는 의류업체의 복잡한 공급망 때문에 북한 공장에까지 발주가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제품 생산을 맡은 국내 중소기업 A사는 2018년 중국 장쑤성 장인(江陰)시에 있는 B업체와 제품 생산 계약을 맺었고, 랴오닝성 단둥(丹東)시 C업체가 재하도급을 받았다.
북한발 제품은 재하도급을 받은 C업체가 북한 평양의 봉제공장에 발주하면서 국내 유통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평양 봉제공장에서 만든 항공점퍼 최소 2만7000여 벌은 밀수로 단둥으로 보내졌고, 단둥에서 중국산으로 둔갑해 인천항에 들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 의류 협력업체(벤더)들은 미국·유럽 거래처에서 주문을 받아 중국·베트남에서 원단을 공수하고, 베트남·인도네시아·방글라데시·아이티·과테말라 등지에서 옷을 만들어 납품한다.
문제는 신장 위구르가 중국 뿐 아니라 베트남,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의 핵심 공급원이라는 점이다. 미국 농무부 (USDA)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면 생산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2%, 그 중 신장 위구르 지역은 중국 전체 면 생산의 86%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밀수를 통해 북한발 항공점퍼가 국내로 대량유통된 것처럼 미국에서 비슷한 사례가 적발된다면, 공급망 전체 점검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코트라는 “신장에서 생산된 면화 등을 사용하는 한국 원단 및 의류 제조업체들이 당장 영향을 받진 않지만, 향후 문제로 이어지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