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산불 재난과 산림 정책의 충돌

2023-04-17     임팩트온(Impact ON)

우리나라 산림 정책의 핵심은 산림녹화였다. 일제 약탈로 그리고 한국 전쟁으로 우리 강산은 초토화 됐었다. 민둥산이란 표현이 이를 대변했다.

70년대 한국 사회의 시대 소명은 조국 근대화와 산림녹화다. 수출주도 공업화 정책만큼이나 우리 국민들의 삶을 규정하는 것이 바로 “산림녹화”였다.

 

소나무 중심의 산림녹화

우리 산림녹화의 축은 소나무였다. 소나무는 우리나라의 상징과 같았다. 금강송을 칭송하고 황장목의 궁궐을 숭상하던 탓인지, 녹화사업 장면마다 소나무 아니면 잣나무 식목 장면이 연출됐다.

전후 복구가 지나고 녹화사업이 벌써 70년이 지난 오늘 우리 산림은 우거졌고, 북한의 산림 황폐화를 비웃는 시대가 되었다. 산에서 나무를 해다 떼던 모습은 이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 됐다. 국민(초등) 학교 시절 학교 난로는 학생들이 줏어 온 솔방울과 조개탄이 주 연료였으나 이제는 보일러 시설이 대부분이고 이제는 연탄난방 연탄 보일러 시대도 종말을 고했다.

도시가스나 지역난방이 대세고 약간의 기름 중앙난방이 있을 뿐이다.

이렇게 겉으로 보이는 변화는 산림녹화의 성공이고 승리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최근 들어 대형 산불로 엄청난 산림 피해는 물론 산역에 보존되던 사찰 등 문화재들의 소실까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주변 민가의 피해까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작금의 첨단 소방 설비와 각 대규모 인력 동원으로도 현재의 산불의 진화에 역부족이다. 자연적인 비가 도움을 줄 경우에 겨우 진화가 빨리 진행된다.

 

우리나라 산불 피해의 원인과 대책

그렇다면, 우리나라 산림의 산불 피해의 원인과 대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역대 우리나라 산림 정책의 핵심은 조림과 보호 육성이다. 그러다 보니 조림 수목이 산림을 결정한다. 조림 수목은 대부분 소나무이다. 보호 육성 역시 소나무 중심이고 활엽수는 제거 대상이었다. 이로인해 조림지역은 소나무 중심 산림이고 자연림 ( 특히 국립공원처럼 숲 변형이 불가능한 지역)은 활엽수와 침엽수의 균형이 특징이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산림 특성이 산불 피해와 매우 연관이 있다는 지적이다. 2종 이상의 수종을 함께 자라게 하는 혼효림이나 키가 다른 나무들이 어울려 자라는 복층림 등 자연스러운 숲으로 유지하지 않고, 소나무 중심의 식재·솎아베기(간벌) 사업을 해 온 산림 경영 역사가 산불 피해 원인 중의 하나라는 지적이 많다.

다음으로는 구체적인 산림청의 예산을 통한 정책상 비효율성이다. 산림청의 2023년 예산을 보면, 산림자원관리 7660억원, 산림재난 대응 6295억원, 산림복지 및 산촌 활성화 2767억원, 임업 경쟁력 강화 2282억원, 산림생태계 건강성 증진 1313억원, 연구개발 1655억원 등 총 2조 4000억여원에 달한다. 정부는 이번 예산안에는 대형산불 방지를 위해 과학에 기반한 현장 중심의 대형산불 대응 역량 강화 사업을 중점 반영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올해 산림청 예산 세부내역을 보면 과연 산불에 대한 진정한 원인 규명이 선행됐나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그밖에 과학에 기반한 산불 대응을 위해 산불재해 예측·분석 시스템을 고도화(신규, 11억원)하고, 산림재난 현장 해결형 연구(3과제, 10억원)를 확대한다던 가, 산불 초동 진화를 위해서는 산불헬기(초대형 2대, 중대형 2대, 150억원 → 585억원)와 고성능 산불 진화차량(9대, 68억원)*등 진화장비를 확충하고, 내년에 신설되는 DMZ 산림항공관리소가 차질 없이 운영(신규, 17억 원)되도록 준비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또한 지난 동해안 산불 당시 산불 진화 취수원으로 효과가 증명된 다목적 사방댐(신규, 4개소, 62억원)과 진화장비 이동에 필수인 산불 진화임도(150㎞ → 251km)도 확충한다 등이다.

결국 산불의 근본적 예방을 위해서는 산불 예방 숲 가꾸기(171억원 → 342억원), 숲 가꾸기 산물수집(신규, 4.5천ha, 82억원), 소나무재선충 훈증처리목 수집(136천 개, 56억원) 등 인화물질 제거사업을 추진하는 것인데 정작 산불 예방 숲 가꾸기 예산은 전체 2조 4000억 예산의 1.5 % 남짓한 수준에 불과하다.

 

現 산림 정책, 산불 대책될까

과연 이런 대책으로 우리나라 산불 피해를 줄일 수 있을까?

근본적으로 산불 문제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우리나라 산림 구조에서 산불화재의 심각성과 그 원인을 지적한다.

첫째는 우리나라 산림 정책이 소나무 위주로 되어있다는 점이다.

“왜 숲 가꾸기를 하지 않는 국립공원에는 대형 산불이 발생하지 않는가? 인접 지역에서 큰 산불이 발생해도 국립공원으로는 확산되지 않는다. 숲의 황폐화와 산불의 확산을 막는다는, 숲 가꾸기 예산이 투입되지 않는 곳인데 황폐화도, 대형 산불도 없다. 산림청의 주장과는 정반대 아닌가?”라고 부산대 조경학과 홍석환 교수는 이미 지난해 한겨레 신문(2022-03-07 일자) “왜냐면” 컬럼을 통해 질문을 던졌다 .

조 교수는 동 컬럼에서 숲 가꾸기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첫째는 숲 가꾸기 사업은 숲을 건조하게 만든다. 자연숲은 빗물을 머금고 토양을 늘 촉촉하게 유지하지만, 숲 가꾸기는 빗물을 오히려 숲 밖으로 내보낸다. 연간 유출량이 무려 1.7배나 증가한다. 저장하는 빗물의 양이 절반 가까이 줄어드니 당연히 숲은 말라간다. 또 숲 내부에서 바람을 빠르게 불게 한다. 그나마 적은 물을 빨리 증발시키고 불을 확산시키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둘째는, 숲 가꾸기 방식의 문제로, 소나무림은 자연 상태에서 많은 수분을 유지하는 참나무림으로, 다시 더 많은 수분을 함유하는 낙엽활엽수림으로 발달해야 하는데 정작 산림청의 숲 가꾸기는 주로 불쏘시개가 되는 소나무만을 남기고, 산불을 억제하는 진짜 나무(참나무)를 포함한 낙엽활엽수들을 잡목이라 칭하여 베어버린다. 다량의 송진이 함유된 소나무의 마른 잎과 가지는 건조한 숲에서 쉽게 불에 탄다. 숲 가꾸기 사업이 진행된 숲에 들어가면 바짝 마른, 기름을 두른 솔잎들이 쌓여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불이 붙으면 걷잡을 수 없다. 이것이 우리나라에서 대형 산불이 멈추지 않는 가장 큰 이유다. 산불에 취약한 환경을 만드는 데 세금을 투입한 결과로 봐야 한다. 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오래전 실증연구에서도 산불 피해에 있어 침엽수와 활엽수의 차이를 규명한 바 있다.

2011년도 어느 춘계 학술대회 발표 논문인 “산불연료 조건에 따른 산불특성 “( 권춘근, 강원대박사과정)에서 2009년,2010년 산불이 발생했던 강원도 고성지역과 양양지역, 강릉지역과 삼척지역을 조사대상 지역으로 산불사례 현장조사를 통해 임목고사 여부, 편면 연소, 수간 피해율, 수관 피해율 등의 산불 피해 특성을 분석한 결과 연료의 임상구조에 따른 편면 연소율은 침엽수림은 67.4%, 활엽수림 47.9%로 침엽수림의 편면 연소율이 활엽수림보다 19.5% 더 피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수관 피해율은 침엽수림은 51.1%,활엽수림 44.2%로 침엽수림의 수관피해율이 활엽수림보다 6.9% 더 피해를 보는 것으로 연구 결과를 밝혔다.

그밖에 "침엽수의 경우에는 (나뭇잎의) 공극이 적어 연소 속도가 늦는 반면, 활엽수의 경우에는 공극이 없어 연소 속도가 빠른 특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침엽수의 경우 송진 등으로 인해 화재 진압이 오래 걸리며 잔불 발생 가능성이 높은 특징이 있습니다." ( 강원연구원 , 김경남 연구원 강원 g1방송 인터뷰 인용 )라고 보도한 바도 있다.

이뿐 아니라 산불 피해 복구에서도 학술적으로 이미 침엽수림과 활엽수림의 복구 능력의 차이를 규명한 바 있다.

한국생태학회 발표 논문 “침엽수와 활엽수 산림에서 산불 후 토양화학적 및 토양미생물학적 특성 변화” (2022, 김 종 갑․오 기 철* , *이외)에서, 식물 성장에 장애가 되는 호기성 균은 침엽수림에서 활엽수림과 산불 피해지역보다 높게 나타났지만, 식물성장에 도움을 주는 방선균과 진균성 균등은 침엽수림보다 활엽수림 산불 피해 지역에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다. 즉 과학적으로 활엽수림이 산불 피해도 적을 뿐만 아니라 복구에도 훨씬 유리하다는 과학적인 연구 결과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세 번째는 간벌에 소극적인 점이다. 우리나라는 조림과 육성에 치우치다 보니 간벌을 도외시하고 적대시해 왔다. 특히 환경보호 입장에서도 간벌을 환경 파괴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모든 생물은 생애 주기가 있고 순환한다. 독일식으로 나무 관리는 나무생태도 보호하고 관리해 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너무 과잉보호와 과밀 숲은 화재로부터 취약하다. 물론 국립 공원같이 생태적으로 완성된 지역은 산불 피해도 병해 충도 없지만, 사람과 공생하는 숲은 합리적인 관리가 절실하다. 간벌은 탄소 배출권 거래에도 순기능으로 작용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목재 건축에 대한 탄소 정책 등이 미비하다. 이런 면에서 목재 활용의 탄소 경제도 정비해야 한다.

 

불에 안 타는 나무 ?

국립산림 과학원 홈페이지에는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이 “불에 안 타는 나무를 심으라”는 지지에 걸맞게 숲을 지키는 방화수라는 소개 글이 올라와 있었다.
 

사진: 국립산림과학원 웹진 페이지

수분이 많고 불이 잘 붙지 않는 나무들을 방화수라고 한다. 방화수의 대표적인 수종은 아왜나무라고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제주도 및 남쪽 지방의 바닷가나 산기슭에서 자라는 나무란다. 크고 두툼한 잎과 줄기에 수분을 많이 머금고 있어 불에 잘 타지 않는 특성이 있으며 불에 닿으면 가지의 단면과 잎에서 흰 거품이 뽀글뽀글 일어나는데 이는 나무 속 수분이 밖으로 나오며 생기는 현상이라고 한다.

이때 발생하는 거품이 불과 나무 표면 사이의 차단막 역할을 해 나무가 잘 타지 않게 해 준다. 아왜나무 외에 동백나무, 가시나무, 황벽나무, 굴참나무, 은행나무 등도 방화수로 알려져 있으며 이 나무들은 일반 나무보다 수분이 풍부해 자연발화 온도가 높고 불이 났을 때 발열량이 적은 수종들로 산불 등 화재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수목원은 밝히고 있다.

그런데 이 나무들 중 굴참나무와 은행나무 이외에는 남부 지방이 주 서식지이고 은행나무는 가로수 이외의 조림을 거의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남쪽 지방 산불에 효과적인 아왜나무 등은 왜 조림에 사용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지금이라도 조림 및 산가꾸기 정책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기대해 본다.


☞이인형 전문위원은 

이인형 전문위원

 

이인형 전문위원은 노벨환경상이라는 생명의 토지상을 수상한 국내 사막화 방지 단체인 '푸른아시아'의 전문위원이다. 또한 신용평가 회사에서 평가업무를 해 온 경력을 바탕으로 개인들의 ESG 활동을 측정 보상하는 플랫폼을 통해 Personal ESG, 즉 P-ESG 플랫폼 구축을 위해 EBIS 플랫폼을 개발 중에 있다. 
최근 WRI(세계자원연구소)와 WBCSD(세계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가 주도하는 GHG프로토콜 가이드라인 작업의 국내 유일 파트너기관인 푸른아시아의 전문위원으로서, 파일럿 프로젝트를 위해 성현BDO회계법인과 협력하여 워킹그룹을 결성해 파일럿을 실행하고 있다. 
현재 제주연구원 등 지자체 연구기관들과 공동연구 등을 통해 이러한 환경활동 측정을 위한 제반 환경 조성을 위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