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란희의 TalkTalk】테슬라와 IRA

2023-04-18     박란희 chief editor

안녕하세요. 오전 중에 보내려던 뉴스레터가 자꾸 늦어집니다. 아예 밤에 마감을 할 수 있도록 저를 책상 앞에 붙들어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주제는 ‘헷갈림’입니다. 
조 맨친 상원의원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어렵게 통과시킨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키맨이었습니다. 그는 지난 3월 29일자(현지시각) 월스트리트 저널에 강력하고 도발적인 제목의 칼럼을 실었습니다.‘바이든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배신’이라는 제목입니다. 
맨친 의원은 “바이든 행정부는 의도한 대로 법을 시행하는 대신, 이념적 목적을 위해 법을 뒤집었다”고 비판합니다. 그의 칼럼 중 일부를 인용해보면 이렇습니다.

“바이든 대통령과 작년 여름 IRA를 통과시키기 전에 이야기를 나눴을 때, 이 법안은 국가 부채를 상환하고 미국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고안되었다는 데 동의했다. 이 법안은 7380억달러의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고, 부채 감축에 2380억달러 이상이 투입됐다. 하지만 화석에너지를 지원하고 확장하려는 법의 의도를 무시하고, ‘국내 에너지’를 재정의하여 청정에너지 지출을 확대해 잠재적인 적자를 해소하는 수준으로 늘리고 있다.” 

조 맨친 의원은 공공연히 “IRA 해석을 통해 의회의 원래 의도를 확장할 경우 IRA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출신으로 공화당 성향의 지역구 의원을 지내다보니, 항상 민감한 줄다리기를 해야 하는 조 맨친 의원 입장에서는 ‘중국과의 공급망’에 대한 이슈도 그를 자극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포드와 CATL 합작법인, 성사? 불가능? 

  테슬라 홈페이지

가장 대표적인 이슈가 바로 포드와 테슬라 등이 북미 배터리 제조공장을 짓기 위해 세계 최대의 배터리 제조업체이자 중국업체인 CATL과 협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CATL은 저렴한 배터리 모델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공급망을 지배자이기도 합니다. 저렴한 전기차 생산라인을 확대하고 싶어하는 포드는 CATL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미시간에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내용을 밝혔습니다. 
미국 기업이 미국에서 전기차 공장을 짓는 것까지는 바이든 행정부가 원하는 IRA의 취지에 100% 들어맞지만, 문제는 CATL과의 파트너십입니다. 미국 또는 우방국가에서 공급되는 전기차 부품과 광물을 사용해서 미국에서 배터리를 제조하는 것까지만 IRA에서 인정했을뿐, CATL처럼 간접 우회 협력 파트너십을 통한 기술 협력 등에 관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없이 애매모한 지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당장 공화당에서 발끈해 이를 막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미 상원 정보위원회 부위원장인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의원은 최근 CATL과 포드의 합작법인 공장 설립을 하고 기술을 도입해도 IRA에 따른 보조금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 법안을 발의했다고 13일(현지시각) 로이터가 보도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조 맨친 의원 또한 “보조금이 외국기업에 유출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화가 나 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테슬라는 완벽하게 미국 기업과 엇박자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9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의하면, 테슬라는 이날 상하이에서 메가팩 생산공장 건설 계약식을 진행했습니다. 메가팩은 풍력과 태양광 등의 대용량 에너지 저장장치(ESS)입니다. 테슬라의 행보는 수십 년 동안 중국에서 제조와 판매 기반을 확장시켜온 애플이 ‘미중 갈등’과 ‘미국의 탈중국 공급망’ 정책에 발맞춰 탈중국 행보를 보인 것과 대비됩니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중국이라는 거대 클린테크 강국, 즉 수년 동안, 수십억 달러를 들여 클린테크 분야에서 우위를 점해온 이 대국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복잡한 상황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일부에서는 “미국이 국내 산업을 통해 독자적으로 중국과 경쟁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를 때까지 중국의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 어떤가” 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경제는 매우 밀접하지만, 또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릴 때면 누가 강자인지 헷갈리기도 합니다. 5년(미국은 8년)짜리 임기제인 정치권력이 수십년 된 생물과도 같은 강력한 생존력을 지는 경제권력을 쉽게 이길 수 없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 어느 지점에서 타협이 이뤄지겠지요. 

 

헷갈리는 규제 정책들

미국 내에서도조차 IRA와 전기차 세액공제에 관한 논란이 뜨겁고, 대중들은 어떤 차량이 IRA 보조금 자격이 되는지 안되는지에 대해 헷갈리고 있는 상황인지라, 국내에서 듣는 정보는 더 부족한 것 같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꼭 IRA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닌데, EU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기후나 순환경제에 관한 다양한 법과 제도의 변화가 너무 많고 또 어떤 것은 유럽위원회(우리의 행정부에 해당)발 자료이고, 또 어떤 것은 유럽의회(우리의 국회에 해당)발 자료여서 최종 확정된 것이 무엇인지 꼼꼼히 확인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또 어떤 것은 ‘규칙(Regulation)’이고 어떤 것은 ‘지침(Directive)’이어서 이 또한 적용방식이 다릅니다. CSRD(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과 같은 지침의 경우 이 지침이 채택되면 EU 각 국가에서 국내법에 따라 법을 개정하는 것이고, SFDR(지속가능금융공시규제)와 같은 규칙의 경우 국내법 적용 필요 없이 바로 적용되는 것이고요. 
얼마 전,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유럽의 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 적용을 받는 외국 기업이 1만개 가량 된다는 보도를 하였습니다. 전체 5만개에 적용된다고만 나와있었는데, 미국 기업들 또한 답답하긴 한 모양입니다. 해외 기업 몇개가 적용되는지에 관해 숫자로 나온 것은 처음 봤으니까요. 국내 기업들한테 물어봐도, 각 계열사별로 적용되는 곳과 안 되는 것이 달라서 일일이 따져봐야 한다는 답이 많습니다. 
상황이야 어떻든간에, 경기 불황의 강력한 시그널 속에서 전기차나 기후테크, 탄소 산업에 대한 흐름은 이어지고 있지만, 워낙 커다란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이다보니 그 저항감 또한 강력하고 때문에 쉽사리 속도는 나지 않고 규제의 강도나 빈도 변화도 많다는 점입니다. 
최근에는 외신에서도 ESG에 관한 기사들이 좀 줄고 있어서, 정보의 양이나 질이 떨어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2020년 너무나 뜨겁고 단기간에 달아올랐던 ESG 이슈가 이제 조금씩 식어가는 것일까요, 아니면 탄소중립이나 ESG 이슈가 캠페인이나 선언으로 되는 게 아닌 장기전임을 깨달은 플레이어들이 조금씩 현실을 깨닫고 속도조절을 하는 것일까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 칼럼은 한주 전 매주 수요일 발송되는 뉴스레터입니다. 칼럼을 좀 빨리 읽고 싶은 분은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박란희 대표 &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