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넬, SK, 벤츠...미국 전기차 충전사업에 달려드는 세계 기업들

2023-04-19     홍명표 editor
에넬X웨이의 홈페이지

최근 미 바이든 행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의 정책으로 전기차 판매를 적극적으로 밀어주자 자국 기업을 포함한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내 전기차 충전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 정부는 전기차 충전소를 2030년 50만개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75억 달러(약 9조8948억원)를 지출할 계획이다. 

미국 전기차 충전 시장은 중국, 유럽 등과 비교해 잠재력이 크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LMC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별 자동차 판매량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중국과 유럽이 각각 19%, 11%로 집계됐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80만 대 이상의 전기차가 팔려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5.8%를 차지했다. 특히 2021년과 비교해 80% 이상 늘어났다. 

 

이탈리아의 에넬, 2030년까지 미국에 200만 대 충전기 설치 계획

먼저 가장 규모가 크게 베팅한 업체는 이탈리아 최대 전력회사인 에넬(Enel)그룹이다. 에넬그룹의 자회사인 에넬X웨이는 2030년까지 미국에 200만 대 이상의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클린테크니카가 17일(현지시각) 전했다.

쥬스박스(Juicebox) 브랜드로 충전기를 판매하는 에넬X웨이는 가정용 및 상업용 전기차 충전기 시장의 주요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이미 17만 대 이상의 충전기를 설치했지만 목표를 훨씬 더 높게 설정했다고 한다.

그래서 2030년까지 북미에 적어도 200만 개의 가정용, 상업용, 그리고 공공용 전기차 충전기를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추가 대상에는 미국의 일부 지역에서 연방 정부의 NEVI(National Electric Vehicle Infrastructure)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1만 대 이상의 직류 공공 충전소도 포함된다.

에넥X웨이는 스마트 전기차 충전 솔루션의 글로벌 리더 중 하나다. 에넬X웨이의 쥬스박스 가정용 충전소는 미국의 저명한 자동차 잡지 카앤드라이버, 로드앤트랙 등에 의해 '전체적으로 최고의 전기차 충전기'로 선정되기도 했다.

  에넬X웨이에 고속 충전기를 납품하는 트리튬의 홈페이지

 

SK그룹, 미국 충전업체 지분 91% 이상 인수해서 공략

SK그룹도 3381억원을 들여서 지난해 미국의 충전사업체 에버차지(Evercharge)의 지분 91%를 사들였다. SK그룹은 충전사업체 에버차지와 충전기 생산업체 SK시그넷을 중심으로 전기차 충전 시장을 공략할 전망이다. 

에버차지는 201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창업한 전기차 충전업체다. 전기차 충전기 생산부터 충전소 설치, 운영까지 포괄적인 사업을 북미에서 벌이고 있다. 에버차지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공장을 짓고 있으며, 여기서 충전기 생산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에버차지의 충전기 모델은 모두 3가지로 ▲아파트, 작업장에서 쓸 수 있는 EV02 ▲240킬로와트급의 스탠드형 CABINET ▲단독 주택을 위한 충전기인 COVE를 제작하고 있다. 

한편, SK그룹의 북미 전기차 충전 전략의 다른 축은 충전기를 생산하는 SK시그넷이다. SK그룹은 2021년 초급속 충전기 전문기업 시그넷이브이를 인수하고 지난해 SK시그넷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SK시그넷은 350킬로와트(㎾)급 초급속 충전기를 전문으로 생산하고 있으며, 미국 텍사스주에 연 1만기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춘 공장을 짓고 있다. 

 

미국의 GM, 테슬라 뿐 아니라 아마존, 스타벅스, 월마트도 뛰어들어

한편, GM, 메르세데스 벤츠 등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와 대형 렌터카 업체들은 전문 업체와 손잡고 미국 전역에 충전소를 잇달아 세우고 있다. 

먼저 미국의 GM은 2025년까지 전기차 충전소에 7억5000만 달러(약 9894억원)을 들여 북미 전역에 충전 네트워크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독일의 메르세데스 벤츠는 연내 미국에 고출력 충전 네트워크를 구축해서 2030년까지 북미에 10억 유로(약 1조4415억원)을 투자한다.

전기차와 관련 없어 보이는 아마존, 스타벅스, 월마트도 올해 안에 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전기차 제조사와 충전 인프라 업체, 플랫폼 기업 간 합종연횡이 활발하다.

아마존은 EV고(GO)와 자사 인공지능 알렉사를 기반으로 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올 하반기 시작하고, 우리에게도 친숙한 스타벅스는 테슬라, 볼보와 협업해서 미국내 매장에 충전소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한편, 월마트는 2030년까지 미국내 매장 5000개에 자체 전기차 충전소 네트워크를 갖춘다고 발표했다. 

전기차의 리더격인 테슬라 역시 지난해 말부터 전용 전기차 충전소 중 일부를 경쟁사 차량에도 개방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등 충전 표준을 선점하려고 자사 충전소의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