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의 녹색 수소는 아프리카산?

2023-04-19     양윤혁 editor
EU의 녹색 수소 투자가 시작된 가운데, 기후 NGO에선 개도국에 대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EC

유럽연합(EU)은 지난 2020년 발표한 ‘수소 전략’을 지난해 ‘EU 에너지 시스템 통합 전략’에 포함해, 녹색 수소를 탈 탄소화 전략의 중요 요소로 꼽았다. EU는 특히 수소를 항공·운송 부문 탈탄소화의 효율적 수단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지난해 말 밝힌 바 있다. 한편 EU 현지 매체인 유랙티브는 "EU의 녹색 수소 정책이 아프리카에 투입될 기후 기금을 희생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녹색 수소는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로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리하는 과정으로 만든 수소를 뜻한다. 녹색 수소는 대부분 국가에서 활용하는 비중이 낮은 에너지원이지만, EU는 녹색 수소를 유럽의 탈탄소 계획의 초석으로 삼았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월 녹색수소 관련 규칙을 확정했고, 당시 ‘저탄소 수소’를 녹색 수소와 같은 개념으로 합의했다. 

 

EU, 2030년 내 연간 녹색 수소 생산량 '1000만톤' 목표

EU의 목표는 오는 2030년까지 녹색 수소 생산량을 연간 1000만톤까지 확장하는 것인데, 한편 지난해 전 세계에서 생산할 수 있는 녹색 수소의 총량은 약 11만톤 수준이었다고 유랙티브는 분석했다.  

EU의 녹색수소가 생산되는 지역 대부분은 신규 투자 및 일자리 확대에 관심이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이라고 유랙티브는 보도했다. 투자 확대에도 불구하고 EU가 아프리카의 기회를 빼앗을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생산되는 수소 대부분이 구매력이 떨어지는 아프리카에서 활용되기보다는 결국 선진국에 수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유랙티브는 "향후 녹색 수소 산업이 성장해 EU가 아프리카에서 생산한 녹색 수소를 수출하게 될 경우, 선진국보다 구매력이 부족한 아프리카 국가들은 자국 내에서 생산한 신재생 전력조차 사용할 기회가 없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나미비아는 현재 수소 부문에서 EU의 주요 파트너로 꼽히는데, 현재 인구의 두 명 가운데 한 명 정도에만 전기가 공급되고 있다고 유랙티브는 밝혔다. 기후 단체에서도 이번 아프리카에 대한 EU의 수소 프로젝트가 가난한 국가를 착취하는 결과에 이를 수 있다고 일관된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기후 NGO, 'EU 투자 앞서  개도국에 대한 안전장치 필요'

아프리카기후재단의 에너지 이행 분석가인 고드레이 루톰지(Godrej Rustomjee)는 "각국에서 자국 수요와 수출량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지 못하면, 녹색 수소 산업은 새로운 식민지 프로젝트가 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루톰지 분석가는 유랙티브에 “외국에서 아프리카 지역에 직접 투자 방식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며 대신 “사업에서 얻은 모든 혜택과 부가가치는 결국 유럽 지역에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루톰지는 개발도상국에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후변화 관련 비영리단체인 벨로나(Bellona)의 수소 분석가인 마르타 로비솔로(Marta Lovisolo)도 EU의 녹색 수소 투자가 개발도상국의 자원을 이용해 선진국이 이익을 독점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편 EU는 녹색 수소에 대한 가격 부담을 줄이기 위한 인센티브도 마련하고 있는데, 화석연료와 녹색 수소 간 가격 차이를 줄이기 위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유랙티브는 보도했다. EU의 오는 2030년 녹색 수소 목표를 달성하려면 총 1150억 유로(약 166조원)의 보조금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