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거래위, ‘그린 가이드’ 개정 검토… '그린 워싱' 뿌리 뽑으려면?

'재활용 제품' 개념 두고 논란…플라스틱 업계 반발

2023-05-02     양윤혁 editor
미 연방거래위원회는 오는 23일 워크숍을 통해 그린가이드를 검토할 계획이다./ U.S. FTC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에서 지난 1992년에 처음 발표한 ‘그린 가이드(Green Guides)’를 개정한다는 계획을 지난 3월 1일 발표했다. 구체적인 논의는 오는 23일 예정된 워크숍에서 진행된다. 개정안은 오는 6월까지 의견을 수렴한 이후 확정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그린 가이드 개정을 통해 기업에서 마케팅에 활용하는 재활용·저탄소·친환경 관련 주장을 명확히 하는 데에 핵심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린 가이드의 정식 명칭은 ‘친환경 마케팅 주장에 대한 사용지침 검토(Guides for the Use of Environmental Marketing Claims)’로 지난 1992년에 처음 등장한 이후 단 세 번만 업데이트 됐는데 2012년에 마지막으로 개정됐다. 그린 가이드는 기본 원칙, 친환경 주장, 탄소 상쇄, 신재생 에너지, 재활용 등 기업이 광고에 활용할 수 있는 환경적 주장에 대한 원칙을 포괄하고 있다.

미 연방거래위원회는 지난 3월부터 공개적으로 의견을 수렴해, 친환경 마케팅을 진행하는 기업에 대한 그린워싱 논란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최근 그린워싱 논란이 계속되면서 그린 가이드의 중요성도 함께 커졌다고 로이터통신은 밝혔다. 또한 미 연방거래위원회에 재활용이나 ‘친환경’ 문구를 활용할 수 있는 광고의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요구가 계속됐다고 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린 가이드는 미 연방거래위원회에서 ‘소비자를 기만·현혹하는 기업 광고에 대한 기준’을 설정하기 위해 제정됐다. 실제로 미국 내 그린워싱 관련 집단 소송에서 활용되는 빈도가 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밝혔다. 미국 로펌인 덴튼스(Dentons)는 로이터통신에 ‘제조기업들이 그린워싱 관련 소송으로 인해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미 연방거래위의 목표…각종 환경 관련 용어 개념 다시 세워야

그린 가이드 개정에 대한 미 연방거래위원회의 목표는 최근 진행된 ‘그린워싱 소송’에서 자주 등장한 재활용·탄소 상쇄·친환경·넷제로·합성 가능·분해 가능·오존 친화·유기농 등의 환경 관련 마케팅에 대한 정의를 구체화하는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저탄소'부터 '넷제로'에 이르기까지 제품의 재활용 가능성, 지속가능성, 생분해 등의 주장에 이르기까지 미 연방거래위원회는 6만건 가량의 의견을 취합했다고 한다. 

기업에서 발표한 넷제로 계획이 구체성을 가지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단체인 기후보전센터(Center for Climate Integrity)는 "미 연방거래위원회에 700개 이상의 주요 기업에서 발표한 넷제로 목표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며 넷제로 개념을 명확히 정의할 것을 요청했다. 

또 다른 환경단체인 환경보호기금(Environmental Defense Fund)도 연방무역위원회에 ‘넷제로’와 ‘탄소 중립’이라는 용어를 정의해 줄 것을 요구했는데, ‘탄소중립’은 상쇄로 배출량의 균형을 맞추는 것을 나타내는 반면, ‘넷제로’는 특정 연도까지 배출을 상쇄시키고 나머지는 탄소 제거 프로젝트를 통해 감축할 것을 요구한다. 

 

플라스틱 폐기물 늘어나고, 재활용률은 제자리

로이터통신은 ‘재활용 관련 주장’에 대한 의견이 가장 많이 제출됐다고 보도했다. 40년 전과 비교해 현재 미국 내 플라스틱 폐기물은 5배 증가했지만, 재활용률은 여전히 10%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현재 플라스틱 폐기물 대부분은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재활용과 관련된 의견 가운데에는 ‘기업에서 재활용 관련 주장’은 제품이 폐기되는 단계까지 책임지는 경우로 제한하는 플라스틱 ‘생산자책임재활용 제도(Extended Producer Reponsibility∙EPR)’를 시행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었다고 로이터통신은 밝혔다. 

그린피스(Greenpeace), 비욘드 플라스틱(Beyond Plastics) 등 환경단체 연합은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들이 재활용 제품이라고 홍보하면서도 실제 재활용 여부를 검증하지 않아서 실제로는 매립·소각되고 있다면 재활용될 것이라 주장해선 안 된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미 환경보호청(EPA)은 미 연방거래위원회에 “기업은 제품과 포장재 모두 폐기 단계에서 실제로 재활용할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재활용을 주장한 제품이 폐기됐을 때 실제로 다른 제품의 재료로써 적절한 가격으로 판매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한편 플라스틱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미 연방거래위원회에서 '재활용 가능한 제품'의 정의를 축소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밝혔다. 미 플라스틱 산업 연합(Plastics Industry Association)은 “현재 재활용 관련 광고를 시행하는 기업의 제품 가운데 실제로 재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 기만은 없다”며 “마케터의 영역 밖에서 재활용이 방해되는 요인이 존재한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