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니, 경제부처, 국영은행까지...이탈리아 최초의 기후 소송에 직면

2023-05-11     홍명표 editor
  그린피스의 홈페이지

이탈리아의 거대 에너지기업  에니(Eni)가 이탈리아 최초로 기후소송에 휘말렸다. 

그린피스 이탈리아와 이탈리아 환경단체 리커먼(ReCommon)은 9일(현지시각) 에니를 상대로 "화석연료 사업으로 기후변화에 기였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로이터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그린피스는 소송에 대한 통지서를 피고인 에니(Eni)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경제부와 이탈리아 국영 은행인 Cassa Depositie Prestiti(이하 CDP)에도 발송했다. 이 두 기관은 공동으로 약 30%의 지분으로 에니를 지배하고 있다.  

시가총액이 490억 달러(약 65조원)에 육박하는 에니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석유 회사 중 하나다. 2022년 에니는 2021년보다 99억 달러(약 13조원) 증가한 141억2000만 달러(약 19조원)의 이익을 보고했다. 이 회사는 탐사와 시추에서부터 석유화학 제조에 이르기까지 60여 개국과 석유 및 가스 분야의 모든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가디언에 의하면, 에니는 1970년 이래로 자사 제품이 초래하는 위험에 대해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화석 연료를 추진하기 위해 로비와 그린워싱을 했다고 주장했다.

두 환경단체와 이탈리아 시민을 포함한 12명의 원고들은 에니가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45% 줄이도록 강요하기 위해 또다른 석유 메이저 셸을 겨냥한 유사한 사례를 만드는 것도 목표로 하고 있다. 

 

원고측은 소송의 근거 자료로 각종 연구 보고서와 간행물을 확보

에니에 대한 의혹은 1969년과 1970년 사이에 에니가 아이스벳(Isvet)연구 센터에서 의뢰한 연구에 일부분 근거한다. 이 연구는 비영리 기후 뉴스 서비스 디스모그(DeSmog)에 의해 가디언과 공유됐다. 이 연구보고서는 화석 연료의 사용 증가를 방치하면 불과 수십 년 안에 기후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보고서는 "유엔 사무총장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화석 연료의 사용 증가를 감안할 때,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지난 세기 동안 전 세계적으로 평균 10% 증가했다. 2000년경 이 증가는 25%에 이를 수 있으며, 기후에 대참사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린피스 이탈리아와 리커먼은 또한 1978년의 에니측 보고서를 발굴했는데, 여기에는 금세기 초까지 대기 중 이산화탄소 수준이 얼마나 증가할 것인지에 대한 예측이 있다.

이 보고서는 "산업 혁명과 함께 시작된 화석 연료의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2000년에는 CO2 농도가 375-400ppm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한, "이러한 증가는 특히 생물권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기후 변화를 초래하여 대기의 열 균형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일부 과학자들에 의해 장기적인 문제로 간주되고 있다"고 말했다.

가디언에 의하면, 이 예측은 대체로 정확하다고 한다. 1970년과 2000년 사이에 지구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325ppm에서 371ppm으로 증가했으며, 지금은 약 420ppm수준이라고 한다. 

기후 뉴스 서비스 디스모그(DeSmog)의 추가 연구에 따르면, 에니의 사보 에코스(Ecos)는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동안 지구 온난화 천연 가스를 깨끗한 연료로 홍보하는 광고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기후 변화에 대해 반복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에니는 이런 문서에 대한 의견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소장은 이달 19일까지 제출, 11월부터 심리에 들어갈 듯

그린피스 이탈리아와 리커먼은 9일 로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소송을 발표했다. 원고들은 5월 19일까지 로마 민사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며 11월부터 심리를 시작할 것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린피스는 "원고들은 이탈리아 최대 에너지 회사들이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는 기후 변화의 영향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소송으로 원고들은 에니가 사업 전략을 재고하고 이탈리아 정부와 CDP가 "에니가 기후 변화에 대한 파리 협정을 준수하고 인권을 존중하도록 보장하는 데 더 강력한 역할을 하도록 자극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또한, 에니는 기후 책임 연구소(Climate Accountability Institute)의 분석에 따르면, 1950년부터 2018년까지 누적 이산화탄소와 메탄 배출량에서 세계 석유 및 가스 메이저 중 24위를 차지했다. 

 

네덜란드의 기후소송 두 건이 이번 소송에 힘을 실어줘

이탈리아에서 참고한 기후 소송은 네덜란드 법원의 셸에 대한 판결이다. 

2019년 네덜란드 대법원은 환경단체인 우르겐다(Urgenda) 재단의 편을 드는 하급 법원 판결을 확정하고 네덜란드 정부에 배출량 감축을 위한 보다 야심찬 목표를 채택할 것을 명령했다. 

2년 후, 네덜란드 헤이그 지방법원은 2030년까지 배출량을 45% 줄이도록 셸을 고소한 지구의벗(Friends of the Earth)네덜란드, 그린피스 네덜란드 등의 손을 들어줬다. 셸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한편, 2020년 4월, 이탈리아 당국은 디젤 연료 광고 캠페인에서 ‘친환경’ 주장으로 소비자들을 오도한 혐의로 에니에게 약 550만 달러(약 73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지난해 환경단체들은 정부 간 기구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석유 생산량을 늘리려는 에니의 계획이 2050년까지 넷제로 목표와 배치된다며 제소했다. 이 사건은 아직 진행 중이다. 

에니는 그린피스 이탈리아와 리커먼의 소송이 사실무근이라는 것을 증명할 것이며, 필요하다면 탈탄소에 대한 올바른 접근법을 취했다는 것을 법정에서 증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니는 성명서에서 "이 전략은 이탈리아의 지속 가능성, 에너지 안보 및 경쟁력이라는 필수적인 목표를 결합하고 균형을 맞추고 있다"고 반박했다. 회사는 리커먼이 수행한 ‘반복적인 명예 훼손 행위’에 대응하여 명예를 보호하기 위해 법적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