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중립' 맞나? 인도 기업들, 그린워싱 의심 받아
인도는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일회용 플라스틱을 많이 생산하는 나라다. 그래서 지난해 7월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했지만, 여전히 일회용 플라스틱은 시장에서 널리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시아 기반 환경미디어 에코-비즈니스는 15일(현지시각), 인도에서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가 심각한데도 많은 기업이 '플라스틱 중립'을 주장하고 있어 그린워싱 의심을 받고 있다면서 그 해결책으로 EPR(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생산자책임제도)을 제시했다.
인도는 매일 2만6000톤 이상의 플라스틱을 생산하고 있는데, 특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소비자 포장재 회사들이다. 이런 기업들 중 많은 수가 최근 ‘플라스틱 중립(plastic neutral)’을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에코-비즈니스에 의하면, 이런 플라스틱 중립 주장이 얼마나 타당한지는 불분명하다.
플라스틱 중립이란 생성된 모든 양의 플라스틱에 대해 재활용 또는 용도 변경 등 적절한 처리를 통해 동일한 양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회수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2월, 인도의 소비재 회사 다부르(Dabur)는 생산한 플라스틱을 100% 재활용해 인도 최초의 플라스틱 중립 회사로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다부르의 주장이 나오자 곧 힌두스탄 레버(Hindustan Lever), P&G, 암웨이 인디아(Amway India)와 같은 소비재 대기업들도 따라서 주장했다. 플라스틱 중립성에 대한 독립적인 검증이나 인증이 없는 인도의 규제가 없는 틈을 타서 이러한 주장이 속속 등장한 것이다.
다부르의 최고 경영자인 모히트 말호트라(Mohit Malhotra)에 따르면, 다부르는 2022년 4월부터 2023년 2월까지 도시에서 3만5000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수집, 처리 및 재활용하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 회사는 이미 3만3500톤 이상을 수집하고 처리하여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궤도에 올랐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다부르는 곧 '플라스틱 폐기물 포지티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3월 밝히기도 했다. 플라스틱 폐기물 포지티브란 배출한 플라스틱 보다 더 많은 양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회수하거나 방지한다는 의미다.
인도, 플라스틱 중립이라는 용어가 정책적으로 확립되지 않은 상태
에코 비즈니스는 플라스틱 중립을 주장하는 회사들을 자세히 조사해 보면 이러한 주장에 허점이 많다고 주장했다.
인도정부는 2016년 생산자를 위한 플라스틱 폐기물 관리 규칙을 도입했고, 그 후 몇 년 동안 다섯 번 개정했지만 '플라스틱 중립'이라는 용어는 인도 정책 문서에 잘 정의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기업이 플라스틱 중립을 주장하더라도, 이는 기업이 도입한 것과 동일한 양의 플라스틱을 수집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반드시 재활용할 필요는 없다.
게다가, 수집된 플라스틱의 양은 회사가 직접 생산한 양과 같을 수 있지만, 반드시 같은 종류의 물질은 아니어도 된다. 소비재 업체들은 주로 재활용이 불가능한 단층 및 다층 플라스틱을 도입하지만, 관리가 용이하고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을 수거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다부르는 견고하고 유연한 2만7000톤의 플라스틱 중 약 1만8000톤을 수집하는 반면, 암웨이 인디어가 수집하는 플라스틱의 80%는 재활용이 가능하다.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한 규제 프레임워크는 인도에서 발전하고 있으나, 집행 기관은 조치를 시행할 수 있는 권한이 거의 없다고 한다.
인도 표준국(BIS)의 프라모드 쿠마르 티와리(Pramod Kumar Tiwari) 국장이 지난 4월 그린워싱에 대해 경고했지만, 근거 없는 주장과 오해의 소지가 있는 관행을 다루는 인도 광고 표준 위원회와 같은 소비자 보호법은 위반자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의무가 아니고 선택 사항이어서 규제가 허술하다.
인도 뉴델리에 근거한 싱크탱크(Centre For Science and Environment)의 싯다르트 간샴 싱(Siddharth Ghanshyam Singh)는 플라스틱 중립이라는 단어 자체가 속임수가 있을 수 있다며, 기업들이 브랜드 가치를 이용하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주장을 보내는 것을 막기 위해 오염 관리 위원회(pollution control board)가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일회용 플라스틱의 가공이 항상 순환 경제에 기여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폐플라스틱을 연료로 태우는 시멘트 가마와 같은 폐에너지 시스템은 유해 가스를 방출하며, 합법적인 재활용으로 간주되지 않을 수 있다.
플라스틱 폐기물 해결을 위한 첫 걸음으로 EPR 도입도 고려해볼 만해
에코 비즈니스는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 EPR포털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PR포털은 플라스틱 제조업체, 수입업체 및 브랜드 간의 책임성, 추적성 및 투명성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월 18일 출시된 이후, 4500개 이상의 수입업자와 1600개 이상의 생산자, 그리고 몇몇 소비자 브랜드가 포털에 등록했다.
EPR 체제 하에서 기업들은 시장에 내놓은 것과 동일한 양의 자재를 수집해야 한다. 그러나 기업이 항상 독립적으로 검증되지는 않는 회수 및 재활용 노력을 스스로 선언함에 따라 그린워싱 의심을 받을 수도 있다.
한편, 국제 소비자 보호 집행 네트워크가 2021년에 실시한 글로벌 연구에 따르면 거의 40%의 브랜드가 지속 가능성과 환경 친화적인 조치에 대해 잘못된 주장을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싱은 "만약 어떤 브랜드가 플라스틱 중립이라고 주장한다면, 그 브랜드는 소비자가 이 회사가 지속 가능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인식을 갖기를 원한다"며, "하지만 종종 그것은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