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EU 의회, 공동 서한 통해 ‘COP28 알 자베르 의장 해임해야’
반 년 앞둔 COP28…알 자베르 의장에 대한 압박은 계속
미국과 유럽연합(EU) 의회에서 약 100명 이상의 의원들이 제28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8) 의장인 아랍에미리트(UAE)의 술탄 알 자베르(Sultan Al-Jaber)에 대한 해임을 요구하고 나섰다고 로이터통신은 지난 2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알 자베르 의장은 UAE 국영 석유 기업인 아드녹(ADNOC)과 재생에너지 기업인 마스다르(Masdar)의 경영진이자 UAE의 산업첨단기술부 장관의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 1월에는 COP28의 의장으로 임명되면서 환경단체은 화석연료 기업의 총수가 전 세계 기후대응의 핵심 역할을 맡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석유 기업의 CEO인 알 자베르가 기후회의의 의장을 맡은 상황을 두고 논란은 선출 직후인 지난 1월부터 점차 심화하는 양상이다.
알 자베르 의장, '배출량 감축보다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가 우선'
이에 지난 2월부터 알 자베르 의장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COP28 운영진에 가난한 국가의 여성·청소년 운동가 등 다양한 인사를 영입하고, 지난 COP27의 주요 안건 중 하나였던 ‘저개발 국가에 금융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기후 목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파이낸셜타임즈(FT)는 보도했다.
알 자베르 의장에 대한 비판은 계속됐다. EU는 지난 16일 UAE와 일부들이 온실가스(GHG) 배출량을 줄이기보다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만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EU는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와 온실가스(GHG) 배출량 감축은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에는 미국·EU의 의회에서 알 자베르 의장의 해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23일(현지시각) 미국과 EU의 의원들은 공동 서한을 발표해 미국 조 바이든(Joe Biden) 대통령과 EU 우르줄라 폰데어 레이엔(Ursula von der Leyen) 집행위원장 등 지도자들에게 UAE에 알 자베르 의장의 해임을 요구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EU 의원들은 공동 서한에서 "지난해 열린 COP27에선 최소 636명의 석유·가스 산업의 로비스트가 등록했는데, 이는 지난 2021년보다 25% 이상 증가한 수치"라고 밝혔다.
공동 서한에서 의원들은 "화석연료 체제가 유지되기를 바라는 화석연료 기업을 대표하는 참석자들이 각국 대표보다 많아지면, 전 세계의 기후 행동을 방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로이터통신은 지난 COP27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산유국 연합이 약 200개국이 최종 합의한 화석연료 단계적 폐지 정책을 저지하려 했다고 밝혔다.
알 자베르 의장의 경력, '도움된다'와 '방해된다'로 엇갈려
한편 미국 내에서도 입장의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기후특사인 존 케리(John Kerry)는 지난 4월 "산유국이 기후회의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산유국인 UAE가 COP28의 의장국을 맡을 자격 논란을 일축했다.
케리는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가 우선이라며 알 자베르의 입장을 옹호하면서 “알 자베르 의장은 아드녹의 CEO로서 기업을 탈탄소화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며 “게다가 10년 이상 COP에 참여하면서 UAE의 기후 외교를 담당한 만큼 알 자베르의 의장 자격은 유효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서 “COP29에서 논의할 기후대응과 목표는 지난 COP27의 수준을 넘어서기를 바란다”고 로이터통신을 통해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