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내 단거리 항공노선 금지법안 시행

2023-05-26     홍명표 editor
에어 프랑스 항공기/언스플래시

프랑스에서 탄소 배출을 줄인다는 이유로 단거리 국내선 항공편 운항을 금지하는 법안이 23일(현지시각) 시행됐다고 CNN, BBC, CNBC가 보도했다.

이는 유럽연합(이하 EU)이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항공기에 지속가능한 항공연료(이하 SAF)의 사용을 의무화하는 등 조치가 잇따르고 있지만 결국 높아지는 비용은 항공료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프랑스에서 기차로 150분 거리의 항공기 운항을 금지시켜

프랑스 정부는 2시간30분 안에 기차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는 국내선 항공편 운항을 금지하는 법안이 시행됐다고 전했다. 이로써 파리 오를리(Orly) 공항에서 보르도(Bordeaux), 낭트(Nantes), 리옹(Lyon)을 연결하는 3개 노선의 항공편이 폐지됐다. 다만 환승 항공편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클레망 본(Clément Beaune) 프랑스 교통장관은 “이 법은 온실가스 감축 정책의 필수적이고 강력한 상징”이라며 “우리가 생활방식에서 탄소를 없애려 하고 있는데, 대도시 이동에서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용 가능한 기차 대신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항공기를 이용하는 것을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지난 2021년 5월 프랑스 하원은 단거리 국내선 항공편 운항 금지를 포함한 ‘기후와 복원 법안’을 통과시켰다. 

당초 이 법안을 제안한 ‘프랑스 기후 시민 협약’은 기차로 4시간 이내로 이동 가능한 경우 비행기 운항을 금지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공사 에어프랑스-KLM항공과 일부 지역의 반대에 따라 항공편 운항 금지 기준은 기차로 2시간30분 거리로 줄어들었다.

이 법안은 개인 제트기 사용에 대한 광범위한 논쟁에서 나왔다. 2023년 3월 그린피스가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의 민간 제트기 운항 횟수는 64% 증가해 57만2806편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각종 단체와 항공업계 반발, SAF 사용 의무로 항공료 인상될 듯

한편, 프랑스의 소비자 단체 ‘UFC 크 슈아지르(Que Choisir)’는 4시간 제한 규정을 유지할 것을 요구하며 “기차가 요금이 더 저렴하며 시간 손실도 40분밖에 되지 않는데도 비행기가 같은 노선의 기차보다 승객당 77배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고 주장했다. 

기후 운동가들 또한 이번 법안 통과로 폐지된 노선이 프랑스의 탄소 배출량에 별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환경단체 '교통과 환경'(T&E)에 의하면 법안으로 폐지된 3개 노선은 프랑스 전체 항공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3%에 그치기 때문이다.

항공업계도 이 법안 시행에 반발했다. 유럽항공사연합(A4E)은 AFP통신에 "이번 여행 금지가 이산화탄소 감축에 최소한의 영향만 미칠 것"이라면서 "정부가 이에 대해 실질적이고 중요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속가능항공연료(SAF) 사용 의무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파이낸셜타임스에 의하면, 데이비드 캘훈(Dave Calhoun) 보잉 CEO는 “SAF는 절대 현재 쓰이는 제트항공유의 가격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SAF는 석유, 석탄 등 기존의 화석 자원이 아닌 동물성·식물성 기름, 해조류, 도시 폐기물 가스 등 친환경 원료로 만들어진 항공유를 뜻한다.

캘훈 CEO는 최근 열린 항공 분야 경영자 콘퍼런스에서 이같이 말하며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항공업계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캘훈 CEO는 "SAF의 대량 생산은 가까운 미래에 달성될 수 있지만 가격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에너지 데이터 제공 업체인 아거스 미디어(Argus Medi)에 따르면, 미국의 SAF 가격은 지난 19일 기준 1갤런(3.78리터)당 6.83달러(약 9051원)로 마감해 일반 제트유 가격인 2.34달러(약 3101원)에 거의 세 배다. 

영국의 에너지 조사 업체 에너지 애스펙츠(Energy Aspects)의 로버트 캠벨(Robert Campbell) 에너지전환 연구 책임자는 캘훈 CEO의 발언에 대해 “SAF로 전환하는 값싼 방법은 없다. 만약 있었다면 우리는 이미 그것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2050년까지 넷제로 목표를 세운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역시 비용 증가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윌리 월시(William M. Walsh) IATA 사무총장은 지난 17일 열린 파이낸셜타임스의 ‘지속가능한 항공우주 공동 포럼’에서 “넷제로는 달성할 수 있지만, 승객들은 SAF 때문에 더 높은 항공료를 내야 한다”며 “우리는 고객들에게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EU는 2025년 2%를 시작으로 SAF 혼합 의무 비율을 2050년에는 7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