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가 노르웨이 최대석유회사 에퀴노르에 1조 투자하는 이유는... 대형 석유회사들의 탈탄소 전략

에퀴노르,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CCS) 위한 '노던 라이트 프로젝트' 시작 오스테드, 2008년부터 재생에너지 투자해 2017년 석유사업 철회, 해상풍력 대표주자로

2020-10-22     박란희 chief editor
노르웨이 최대 석유회사 에퀴노르는 18일 마이크로소프트와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 프로젝트인 '노던 라이트 프로젝트'를 협업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에퀴노르의 노던 라이트 프로젝트 시설물/에퀴노르

노르웨이 최대석유회사 ‘에퀴노르(Equinor)’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이산화탄소 제거를 위해 협업하기로 했다는 발표가 지난 18일(현지시각) 로이터 등 현지언론에 보도됐다. 세계최대 소프트웨어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는 석유회사인 에퀴노르와 무슨 프로젝트를 협업하는 것일까.

그 배경에는 전통석유회사들의 변신을 위한 몸부림이 존재한다. 기후변화와 온실가스 배출권 이슈가 심각해지자, 어떤 석유회사들은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쪽으로, 어떤 석유회사들은 이산화탄소를 포집 및 저장하는 기술을 확대하는 쪽으로 사업부문을 변경하고 있다. 덴마크 오스테드(Orsted)가 전자의 대표주자요, 노르웨이 에퀴노르는 후자의 대표주자다.

에퀴노르, 2조원 규모의 이산화탄소 포집ㆍ저장 프로젝트 시작

에퀴노르가 추진하는 사업은 일명 CCS라고 불리는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시설(Carbon Capture and Storage, 이하 CCS)’ 프로젝트다. 그 이름은 ‘노던 라이트(Northern Lights) 프로젝트’. 산업시설이나 발전소 등 이산화탄소가 대량으로 배출되는 곳에서 이산화탄소만 포집해서, 이를 압축해서 액체상태로 만들어 파이프라인을 통해 바다 밑 저장소에 묻는 것이다. 이 CCS를 두고 일부에서는 “과도기적인 기술이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전제로 하는 기술 아니냐” “위험하다” 등의 반대도 있었지만, “태양광, 풍력, 전기차 등 아무리 사용해도 화석연료를 막지 못하면 탄소중립은 안 된다” “국가별로 화석연료 계속 쓰겠다고 하면 막을 수 없으니, CCS 기술은 꼭 필요하다” 등의 주장도 팽팽하다.

‘노던 라이트 프로젝트’는 시멘트공장의 탄소를 포집해서 북해 지역까지 옮긴 후, 깊이 1~2킬로 이상 되는 해저에 보관할 계획이다. 18억달러(2조400억원) 투자 규모다./에퀴노르

노르웨이는 CCS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지난 9월에 노르웨이 총리인 에르나 솔베그(Erna Solberg)는 이 CCS사업을 본격 추진하는 ‘롱십(Longship)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에르나 솔베그 총리는 “롱십은 지금까지 노르웨이의 최대 기후 프로젝트이며, 탄소 배출을 줄이고 신기술 개발과 고용 창출을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롱십은 덴마크로는 랑크십(Langskip)으로, 1000년 전 유럽의 바이킹이 사용한 긴 선박을 가리킨다.

그 일환으로 나온 것이 바로 ‘노던 라이트 프로젝트’이며, 시멘트공장의 탄소를 포집해서 북해 지역까지 옮긴 후, 깊이 1~2킬로 이상 되는 해저에 보관할 계획이다. 18억달러(2조400억원) 투자 규모다. 2024년 문을 열게 되고, 매년 15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규모라고 한다. 이 프로젝트에는 로얄더치쉘, 토탈 등 다른 석유회사들과도 파트너십을 맺고 공동 투자한다. 이번 1단계 투자규모 7억5000만달러(8000억원)의 80%를 노르웨이 정부가 부담할 계획이다.

노던 라이트 프로젝트의 해저 저장시스템 이미지/에퀴노르

이번에 파트너십을 맺은 MS는 이 프로젝트에 10억달러(1조1300억원)를 투자하며, 기술파트너로 참여키로 한 것이다. MS는 올 초 ‘탄소 네거티브(Carbon negative)’를 하겠다고 선언했는데, 1975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배출한 탄소를 다 제거하고 더 많은 탄소까지 제거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브래드 스미스 MS 최고법무책임자는 이번 성명에서 “탄소 네거티브 전략을 위해 노던라이트 프로젝트와 같은 새로운 솔루션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CCS 플랜트 수요가 2020년 100개에서 2050년에는 3400개로 대폭 확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결국 높아지는 이산화탄소 가격과 다양한 규제상황을 감안해, 밑지는 장사가 아니라는 걸 계산하고 과감한 투자를 벌이는 셈이다.

 

덴마크 국영석유기업에서, 해상풍력 강자로 우뚝선 '오스테드' 

한편, 오스테드의 경우 화석연료의 대표주자였으나 친환경사업으로 재편한 성공사례다. 덴마크 국영 석유기업이던 ‘동(Danish Oil and Naturgas) 에너지’는 2006년 회사이름을 오스테드로 바꾸고 2008년부터 재생에너지 전환 목표를 선언했다. 10년 넘게 해상풍력에 대규모 투자를 했고 2017년에는 석유, 가스 사업 철회를 결정했다. 이 회사의 주가는 2016년 270크로네 안팎이었으나, 최근에는 4배에 달하는 985크로네(약13만원)까지 올랐다.

 석유기업에서 풍력 등 재생에너지 기업으로 전환한 오스테드는 ‘코퍼레이트 나이츠(Corporate Knights)’에서 발표한 2020년 지속가능성이 높은 기업 1위를 차지했다./오스테드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앞으로 해상풍력 시장이 연간 설치대수도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할 것을 전망했다. 한국도 그린뉴딜에 따라 2030년까지 12GW 규모의 해상풍력 단지 조성을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오스테드의 향후 전망은 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현재 세계 최대 해상풍력 발전단지인 영국의 혼시(Hornsea)2을 건설 중이고, 대만에서도 900MW 규모의 대규모 풍력단지인 창화(Changhua) 1, 2 프로젝트가 2022년 완공될 예정이다.

지난 8월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재생에너지 기업전력구매계약(CPPA)도 체결했다. 그 당사자가 바로 삼성과 경쟁중인 전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였다. 오스테드가 대만의 창화풍력발전단지에서 나오는 전력을 생산하면, TSMC가 이를 20년간 구매하기로 했다. 오스테드에는 국내기업인 LS전선을 비롯해 포스코·CS윈드·현대스틸·삼강엠앤티 등이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기자재를 공급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전력이 결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석탄발전에 투자하기로 결정을 했는데, 향후 10년을 내다보면 잘한 결정인지 아닌지 논란이 크다. 글로벌 석유기업들의 다양한 기술 투자와 변신을 대비해 우리도 탈 탄소 시대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