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영국서...셸 친환경 광고, 그린워싱 문제로 금지당해

2023-06-09     최동훈 editor

메이저 정유사 셸이 그린워싱 논란에 빠졌다. 지난 수요일, 영국의 광고심의위원회(ASA)는 셸의 친환경 광고 캠페인이 소비자들에게 사업이 환경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화석연료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금지했다. 

영국의 광고심의위원회(ASA)는 셸의 친환경 광고 캠페인이 소비자들에게 사업이 환경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화석연료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금지했다./ Unsplash

2050년까지 넷제로 에너지 회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셸은 재생 가능한 전기와 풍력 발전, 전기자동차 충전 등을 홍보하는 TV, 포스터 광고, 유튜브 캠페인 등을 운영했다. 

2025년까지 전국적으로 전기 자동차 충전기를 사용하고, 600만 가구의 풍력발전을 목표로 힘쓰고 있는 셸의 광고는 셸의 저탄소 제품이 2022년에 영국에 투자하고 판매한 에너지 제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인상을 줬다. 셸의 광고는 “전기 자동차 충전에서 가정용 재생 가능한 전기에 이르기까지 셸은 고객에게 더 많은 저탄소 선택권을 제공하고, 영국의 에너지 전환을 촉진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영국 광고심의위, "셸 광고는 전체 중 일부분을 강조함으로써 소비자 오도할 가능성 높다"고 판결

영국 광고심의위원회는 “많은 소비자들이 셸이 화석 연료 기반 에너지 제품을 생산하며,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배출량을 극적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특정 회사의 사업과 관련하여 그에 대한 세부사항을 알지는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고심의위원회는 “따라서 기업 활동의 전체 중 일부(부분)로 저탄소 이니셔티브를 수행했거나, 가까운 미래에 미칠 영향을 잘못 전달할 경우 소비자를 오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셸은 광고가 자회사인 셸 에너지 UK(Shell Energy UK)를 통해 소비자에게 전기를 전달하는 사업에만 초점을 맞췄다고 해명했다. 셸의 대변인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대안을 알지 못한다면 어떤 에너지 전환도 성공할 수 없다. 우리의 광고는 그래서 시작한 것이고, 이 근시안적인 (광고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우려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광고심의위원회는 셸의 2021년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인용하며, 셸이 운영에서 1375만 톤의 이산화탄소에 해당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했다고 밝혔다. 광고심의위원회는 “대규모 석유 및 가스 투자가 2022년 회사 비즈니스 모델의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가까운 미래에도 그렇게 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광고에는 그런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그 광고들이 실질적인 정보를 생략하고 오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고 전했다. 

하지만 셸은 이번 광고 금지 조치에 대해 "광고의 목적이 저배출 에너지 제품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이며, 고배출 제품을 언급하는 것은 광고의 긍정적인 환경적 메세지의 영향을 희석시킬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셸은 광고 금지로 인해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려는 영국의 야망을 둔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말하면서, 광고심의위원회의 결정을 “근시안적”이라고 비판했다. 셸의 대변인은 “영국의 재생에너지 추진을 늦출 수 있는 광고심의위원회의 결정에 강력히 반대한다. 소비자들은 이미 셸이 석유와 가스를 생산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있다”고 덧붙였다.

 

스페인 렙솔, 독일 루프트한자 등 그린워싱 광고 금지 잇달아 

한편, 영국 녹색당 의원인 캐롤라인 루카스는 “셸과 같은 화석 연료 거대 기업들은 기후 비상사태에서 친환경적으로 포장할 수 없다”고 전했다. 그녀는 “그들의 현란한 광고는 더 이상 그들의 기후 범죄행위를 숨길 수 없다. 지구를 오염시키고, 기록적인 이익을 긁어모으고, 기후 파괴 사이클을 지속하기 위해 그들의 이미지를 정화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달 셸은 회사의 115년 역사상 최대인 2022년 400억 달러(약 52조 원), 1분기 96억 달러(약 12조 5000억 원)의 수익을 보고한 후,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인한 횡재 수익을 얻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편 광고심의위원회의 그린워싱 광고 금지 조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스페인 석유회사 렙솔과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도 영업활동과 탄소 감축 전략에 대한 완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영국 내 친환경 광고를 금지당한 바 있다. 지난 4월 광고심의위원회는 에티하드 항공의 “지속 가능한 항공”에 대한 광고 캠페인을 금지하며 비행의 환경적 영향에 대해 소비자를 오도하고 있다고 판결 내렸다. 또한 3월에는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의 친환경 계획이 세계를 보호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광고를 금지했다. 

특히 셸은 지난 2021년 네덜란드 법원에서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9년 대비 45% 감축하고, 2050년 넷제로를 달성하라"는 명령을 받음으로써, 전 세계적인 화제가 된 바 있다. 세금과 탈탄소 압박으로 인해 셸은 본사를 아예 네덜란드에서 영국으로 이전했다. 하지만 영국에서도 이러한 그린워싱 광고 금지 조치까지 당하게 되면서, "영국의 탈탄소 압박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던 각계 전문가들의 예측이 맞아떨어진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