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워싱 탐사대】 패션계 그린워싱 막는 소비자 행동

2023-06-20     송준호 editor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와 임팩트온은 올해 '그린워싱 탐사대 2기'를 운영한다. ESG에 관한 모니터링을 하는 청년 기자단을  중심으로, 이들을 직접 멘토링하고 이들이 작성한 기사를 보도한다. 

중국의 패스트패션 업체 ‘쉬인(Shein)’은 브랜드 윤리평가 사이트에서 5점 만점에 1점으로 ‘피해야 할 브랜드’ 등급을 받았다. 그린워싱 마케팅이 평가 점수가 낮은 원인으로 확인됐다. 그린워싱 마케팅 논란은 곧 쉬인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패션 산업은 석유 산업 다음으로 환경오염을 발생시키는 산업으로, 기업 경영과 생산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되며, 그 목소리는 소비자로부터 나오고 있다. 다만, 소비자가 이끌어낸 기업의 행동 변화는 일시적이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낮은 평가를 받은 쉬인은 10년만에 기업가치 1000억 달러(약 130조원)를 달성했다.

<그린워싱 탐사대>는 패스트 패션 산업의 그린워싱과 소비자 행동으로 인한 변화 사례를 통해 현황과 남은 과제를 살펴봤다.

 

노르웨이 소비자 위원회, 잘란도의 검색엔진 그린워싱 적발

 유럽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패션 플랫폼 '잘란도'는 그린워싱 필터로 소비자에게 혼란을 야기했다는 이유로  2022년에 노르웨이 소비자 위원회(Norwegian Consumer Council)로부터 제 1회 그린워싱 상을 받았고 결국 해당 필터를 제거했다. 잘란도는 2008년 베를린에서 시작되어, 현재 독일을 대표하는 온라인 패션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노르웨이 소비자 위원회의 그린워싱 상은 40개의 그린워싱 기업을 뽑아 4개의 후보로 줄인 후 최종 수상자를 선정한다. 잘란도는 히그 지수(Higg index)를 바탕으로 한 웹사이트 검색 필터가 문제였다. 

히그 지수는 세계 최대 의류기업 280곳으로 구성된 지속가능 의류 연합(SAC)이 2011년 자체 개발한 지수로, 공급망의 사회·환경적 성과와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다섯 가지 기준으로 구성되어 있다. 패션 기업들은 히그 지수를 사용해 특정 제품이 기존 재료보다 얼마나 적은 물을 사용했는지, 기후위기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감소했는지 표시해왔다.

노르웨이 소비자청(Norwegian Consumer Authority)은 지난 해 히그 지수를 사용해 마케팅을 한 H&M에 해당 마케팅을 중단하라는 서한을 보낸 바 있다. H&M은 모든 웹사이트에서 히그 지수 정보를 삭제했다고 응답했다.

잘란도는 히그지수를 바탕으로 만든 ‘지속가능성’ 필터도 같은 이유로 노르웨이 소비자 위원회가 그린워싱 필터로 분류했다. 잘란도는 “소비자 위원회로부터 불법 마케팅으로 확인 된 필터를 제거하고 소비자 권익 보호에 힘쓰겠다”고 대응했다. 현재 히그 지수를 제거하고 어떤 기준을 통해 지속가능성 필터를 제공중 인지에 대해서는 확인이 불가능하다.

잘란도의 지속가능성 필터/잘란도 홈페이지

지속가능성 검색 필터는 ▲순환성을 고려한 디자인 ▲생산공정 개선 ▲유기농 소재(Organic materials) ▲재활용 소재 ▲책임 있는 방식으로 소싱된 소재(Responsibly sourced materials)로 구성되어 있다. 카테고리는 중복 선택할 수 있는데, 중복 선택시 검색 기준이 엄격해 지는 것이 아니라, 해당 카테고리들에 속한 모든 제품이 모두 검색된다. 즉, 소비자가 순환성을 고려한 디자인과 재활용 소재를 모두 만족하는 제품을 검색 필터를 통해 바로 찾기는 어렵다.

하지만 히그 지수가 100%의 지속 가능성을 입증한다고 보기에는 문제가 있다. 히그 지수를 바탕으로한 잘란도 웹사이트 내에서 ‘지속가능성’ 검색 필터의 조건을 선택했을 때, 조건을 충족하는 더 적은 제품이 제시되어야 하지만 더 많은 제품이 노출되는 등 필터 이용이 지속가능한 제품의 구매를 돕지 못한다. 이처럼 소비자의 선택 폭이 히그 지수의 기준에 의해 과도하게 넓어져, 노르웨이 소비자 위원회를 비롯한 노르웨이 당국은 히그 지수를 그린워싱필터라고 간주했다.

 

쉬인, 불매 운동이 이끌어 낸 변화의 시작

중국의 패션 브랜드 쉬인(Shein)은 하루 5000개 이상의 신상품이 출시되는 대표적인 패스트 패션 브랜드다. 쉬인은 2022년 패션 투명성 지수(Fashion Transparency Index)에서 0~5%로 최저점을 받았다. 패션 투명성 지수는 세계 최대 패션 브랜드 및 소매업체 250곳의 동물 복지, 생물 다양성, 기후, 실사, 강제 노동, 결사의 자유, 양성 평등, 유해 화학 물질, 생활 임금, 구매 관행, 공급업체 공개, 폐기물 및 재활용, 근무 조건 등을 조사하여 점수를 매긴다. 

쉬인은 특히 지속가능한 재료 사용, 폐기물 발생, 기후변화 및 생물 다양성 등을 평가하는 지표에서 최저점을 받았는데, 브랜드 윤리 평가 사이트인 굿온유(Good on you)는 그 원인이 미세 플라스틱 발생량과 기후 영향을 줄이기 위해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일 것이라 밝혔다.

쉬인은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패션 업계의 트렌드에 맞춰 웹사이트에서 프로모션 코드에 '지속 가능'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환경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재활용 원단을 사용하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 주장에 대한 근거가 제시되지 않아 그린워싱 논란이 발생했다. 이러한 쉬인의 행보에 대응하여 불매 운동이 전개됐다. 미국의 중고 의류 판매 기업인 ‘스레드업(ThredUp)’은 지난 해 6월 공식 SNS를 통해 쉬인 샌프란시스코 팝업 매장에 방문하지 말라는 게시글을 게시했고 이는 소비자의 불매로 이어졌다.

스레드업은 쉬인을 최악의 범죄자 중 하나라고 표현했다/스레드업 인스타그램

쉬인은 이러한 여론에 맞서 중고거래 플랫폼인 ‘쉬인 익스체인지(Shein Exchange)’를 출시했다. 이는 다량으로 생산된 후 폐기되는 의류 폐기물의 양을 줄이고 순환 패션을 이끌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확인된다. 또한 2021년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표함으로써 환경 개선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쉬인의 2021년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쉬인은 재활용된 재료를 포장에 사용하는 등 서서히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보고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폐기물을 줄이는데 전념할 것이라 명시하고 있지만, 정량적인 목표는 제시돼 있지 않다.

프랑스 정치단체 Place Publique는 지난 7일(현지 시각) 쉬인의 대량 생산이 기후 위기의 원인이 되고 있음을 주장하는 ‘Stop SHEIN’ 청원서를 제출했다. 청원서에 따르면 쉬인은 여전히 가공된 석유와 가스로 만든 폴리에스테르를 사용하고 미세 플라스틱 섬유를 방출하여 환경오염을 야기하고 있다. 또한 하루에 최대 8000개의 제품을 생산하며 과도한 소비를 촉진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해당 단체는 프랑스의 경제 장관에게 하루에 1000개 이상의 새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브랜드를 단속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린워싱 탐사대 김혜원, 이주연, 최지원, 최혜린 청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