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워싱탐사대】CBAM 도입 카운트다운 3년… 국내 철강사 2곳의 대비 상황은?

2023-06-16     변종웅 editor
  언스플래시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와 임팩트온은 올해 '그린워싱 탐사대 2기'를 운영한다. ESG에 관한 모니터링을 하는 청년 기자단을  중심으로, 이들을 직접 멘토링하고 이들이 작성한 기사를 보도한다. 

유럽연합(EU)이 지난 4월 25일(현지시각)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이하 CBAM) 법안을 최종 승인했다.

2023년 10월 시범 도입하기로 결정되었으며, 최초 집행위 법안에서 제안한 시기이자 EU-ETS(탄소배출권 거래제) 무상할당권 폐지가 시작되는 2026년부터 CBAM 인증서(certificate) 제출 의무가 부여될 것으로 예상된다. 

EU가 지난해 합의안에서 예고한 것처럼, CBAM은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수소 등 6개 업종에 우선 적용될 방침이다. EU측은 “제품별 탄소배출량 산정 방식, CBAM 인증서 감면 방식 등 세부적인 내용은 추후 이행법안을 통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6개 품목을 EU에 수출하는 우리 기업은 EU의 수입업자를 통해 수입품에 내재된 탄소배출량에 해당하는 CBAM 인증서를 구매해 EU 당국에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CBAM은 국가 간 온실가스 규제 수준 차이를 이용해 탄소다배출 산업이 규제가 약한 국가로 탄소가 이전되는 ‘탄소누출(Cabon Leakage)’을 방지하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

따라서 EU 수입 시장 내 점유율이 높고 온실가스 다배출 분야인 철강은 우리나라가 강력하게 대비해야 하는 주제이다. 과연 국내 대표 철강기업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이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대EU 철강 수출 5위인 우리 나라는 CBAM이 발등에 떨어진 불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대 EU 철강 수출량은 317만톤, 철강제품은 22만톤이며, 수출액의 경우 철강 43억달러(약 5조6000억원), 철강제품은 9억6000만달러(약 1조 2000억원)에 달한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EU로 철강을 수출하는 나라를 보면, 터키, 러시아, 인도, 우크라이나, 한국(5위), 중국(8위) 등의 순위를 보인다. 

과연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한해 줄여야 하는 탄소는 얼마나 될까.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포스코의 한 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스코프 1, 2를 합치면 7849만톤이며, 스코프3는 1282만톤으로 스코프 1, 2, 3을 합칠 경우 9136만톤 가량이다(2021년 기준, 2022년 발간 기업시민보고서). 현대제철의 경우 스코프3는 공개하지 않고 스코프 1, 2만 공개했는데, 이를 합치면 2848만톤 가량이다(2021년 기준, 2022년 발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양사 모두 온실가스 배출량은 들쑥날쑥하는 추세다. 포스코는 스코프 1, 2, 3을 합친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면 7868만톤(2018년)→9340만톤(2019년)→8760만톤(2020년)→9136만톤(2021년)으로, 코로나19 당시 온실가스가 줄었으나 이듬해부터 다시 늘었다.

현대제철의 경우, 스코프 1, 2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면 3014만톤(2019년)→2862만톤(2020년)→2848만톤(2021년)으로 소폭 감소 추세이다. 물론 현대제철의 경우 스코프3 배출량을 포함하지 않았기에 온실가스가 실제로 줄었는지 정확히 확인하기는 어렵다. 

 

포스코, 현대제철 전기로 방식의 고로에 큰 관심을 보여

‘탄소 무역장벽’이 당장 눈앞에 큰 부담으로 다가온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탄소중립을 위한 목표 제시와 투자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포스코는 2050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한 중간 목표를 2단계로 제시했다. 첫 번째 단계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7~2019년 평균 대비 20% 감축하는 것이고, 두 번째 단계는 2040년까지 이를 50%까지 감축하는 것이다.

현대제철은 지난 4월에는 EU CBMA, 미국 지속 가능한 글로벌 철강협정(GSSA) 등 탄소배출 규제에 따라 탄소중립 방안 추진을 발표하면서, 2030년까지 직, 간접적으로 탄소배출량을 12% 줄인다고 발표했다. 

다른 다국적 철강기업과 마찬가지로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가장 크게 관심을 기울이는 방안은 ‘전기로’ 사용이다.

제철소에서 흔히 쇳물을 만들 때 사용되는 ‘고로’는 철광석과 코크스(석탄을 덩어리 형태로 만든 것)를 넣고 용융시키기 때문에, 전기를 이용해 철강을 만드는 ‘전기로’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이 훨씬 많을 수밖에 없다. ‘고로’ 방식은 불순물 함량이 낮은 고품질의 제품을 대량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하고 온실가스와 대기오염물질을 더 많이 배출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에 반해 ‘전기로’ 방식은 철스크랩(고철)을 전기로에 투입하여 이를 전기 아크열로 녹여 쇳물을 만드는 방식으로, 고로 방식이 전기로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이 4.4배 많은 것으로 연구된 바가 있다.

지난해 12월 정부 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현황 및 대응방안’ 자료에 따르면, 고로와 전기로의 비중은 EU가 59대 41로 비슷비슷한 데 반해, 한국은 68대 32, 중국은 90대 10, 일본은 76대 23, 러시아는 71대 29로 EU에 비해 고로가 훨씬 많은 구조다.

포스코는 지난 2월 이사회에서 약 6000억원을 투자해 광양제철소에 연간 생산량 250만톤 규모의 전기로를 신설하는 안건을 의결했고, 2024년 1월 착공해 2026년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현대제철은 고로 제품의 품질을 유지하면서 저탄소화된 자용차용 고급 강재 생산을 목표로 ‘전기로, 고로 복합 프로세스’ 생산체제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 탄소배출이 약 40% 저감된 강재를 시장에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양사 모두 에너지 효율 향상, 저탄소 투자 및 기술 개발, 철스크랩 활용 증대와 탄소포집저장활용(CCUS) 기술 적용, 수소환원제철 기술 상용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CBAM이 철강업의 미치는 재무적인 영향에 대한 예측 미흡

한편, CBAM이 철강업계에 미치는 재무적인 영향이 얼마나 되는지, 정부나 산업계에서 정확히 예측해놓은 자료를 찾기는 쉽지 않다.

지난해 12월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팀이 ‘동서연구’에 발표한 ‘EU와 미국의 탄소국경조정제도: 한국에 대한 영향을 중심으로’에서 CBAM 대상 54개 산업에서 연간 약 5309억 원을 추가 부담해야 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

여기에 전기로가 확대되면 그만큼 전기부담이 늘 수밖에 없어, 국내 전기료 인상 또한 철강사들에게 부담이 될 전망이다. 국내 최대 전기로 운용업체인 현대제철은 지난 2022년 4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전기요금이 KWh당 1원 오를 경우 연간 원가 부담이 100억원 가량 오른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장,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지난 1월 철강업계와 학계, 연구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철강산업 탄소규제 국내대응 작업반’을 출범시켰다. 앞서 산업부는 전기로 효율 향상, 수소환원제철 기초설계 등 2097억 원 규모의 기술 개발 지원을 골자로 한 대책도 내놓은 바 있다.

정부부처 합동종합반이 지난해 12월 내놓은 자료는 “EU에서 무상할당이 유지되는 동안에는 (탄소)세 부담이 크지 않으나, 무상할당 폐지일정에 따라 인증서 구매 필요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U는 2026년부터 2034년까지 배출권 거래제의 무상할당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데, 2026년 2.5% → 2030년 48.5% →2031년 61% → 2032년 73.5% → 2033년 86% → 2034년 100%로 예상돼있다.

환경부 또한 탄소 배출량 검ㆍ인증기관 확대, 국제표준 개발 등을 통해 국내 탄소발자국 측정ㆍ보고ㆍ검증(MRV) 시장의 조기 정착도 지원할 방침이다. MRV 기반이 마련되어야 국내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활동 검증 결과가 EU에서 중복 검증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유럽 다국적 철강기업은 탄소중립을 위해 철강과 자동차, 전력회사 간 구체적인 협력이 실행되고 있다. 자동차 강판에 쓰이는 철강을 생산할 때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한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새로운 공급망이 형성되고 있고, 저탄소 철강 생산에 필요한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할 계획을 갖추고 있다.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독일 제철기업 잘츠기터 AG는 지난 1일 새로운 수소환원 공정을 통해 제철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95% 이상 감축할 예정이며, 2026년부터는 유럽 내 BMW 공장에 저탄소 철강을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데, 덴마크 풍력 전력회사 오스테드가 저탄소 철강 생산에 필요한 전력을 충당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유럽에서 매년 철강 50만 톤 이상을 공급받는 BMW가 전체 공급망 안에서 막대한 온실가스 감축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표지혜 그린워싱 탐사대 청년기자

세종대학교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으며, 가속화된 기후 변화에 적응하는 방법을 식량문제를 위주로 고민하고 있다.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ESG를 바라보는 활동을 통해 사회의 경각심 제고와 환경 적응에 대한 열쇠를 찾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