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세계 최초로 국민투표 통해 기후법 통과…'알프스 빙하를 지켜라'
기후법 국민투표 찬성률 약 59%…법인세 인상에도 약 80% 찬성
전 세계 최초로 국민투표를 통해 '기후법'을 통과한 나라가 탄생했다. 스위스에서는 지난 18일(현지시각) 국민투표를 진행한 결과, 화석연료 사용 감축과 2050년까지 넷제로 달성을 위한 기후법을 통과시켰다고 스위스 공영방송인 SRF가 보도했다. 지금까지 기후법을 통과한 나라는 많지만, 국민투표를 거쳐 안건을 통과시킨 나라는 스위스가 처음이다.
최근 스위스기술연구소(Swiss Institute for Technology)를 포함한 과학계에선 알프스 빙하의 절반 가량이 오는 2050년에는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을 발표하기도 했다.
스위스의 기후법은 지난 2021년에도 국민투표를 거쳤는데, 당시에는 재정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부결된 바 있다. 이에 스위스에선 수정된 기후법을 다시 국민투표에 부쳤는데 2년 만에 결과는 찬성으로 돌아섰다.
기후법 국민투표 결과, 2년 만에 뒤바뀐 이유는?
지난 2021년 기후법에 포함된 세금 정책이 큰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올해 수정된 기후법에선 보조금 지급에 방점을 뒀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이번 스위스의 기후법에선 가계의 비효율적인 난방 시스템을 대체하고 탄소 제거 기술 등 혁신적인 기후 기술 투자에 향후 10년간 약 22억달러(약 2조8000억원)을 투입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탄소 제거 산업의 대표 기업인 클라임웍스(Climeworks)도 스위스에 본사를 두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 2021년에 스위스에서 기후법이 부결된 이후, 기후목표를 위한 스위스 정부의 정책 동력이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클라이밋액션트래커(Climate Action Tracker)는 스위스의 기후목표는 충분하지만, 정책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번 기후법 관련 투표로 스위스는 넷제로 목표를 법제화하는 동시에 함께 법인세도 기존 약 11%에서 약 15%로 인상될 전망이다. 이는 유럽연합(EU) 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정한 법인세 최저 기준인 15%에 따른 것으로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국민투표 결과에서도 스위스 유권자들의 약 80%가 법인세 인상에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현재 스위스에는 스위스의 다국적 기업 약 200개와 더불어 약 2000개 해외기업이 본사 및 지사를 두고 있다.
스위스 정부는 여전히 스위스가 전 세계 최저 수준의 법인세를 유지하는 만큼 세수 확대 효과와 함께 기업의 이탈을 방지하고 기후대응의 안정성을 확보할 것으로 분석했다. 스위스의 재무부 카린 켈러서터(Karin Keller-Sutter) 장관은 “이번 기후법이 통과되면서 스위스는 여러 다국적 기업의 세수를 유지할 것”이라며 “기업의 기후대응에 대한 법적 확실성을 확보해 안정적인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한편 기후법에 대한 스위스 내의 반대도 있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기후법을 지지하는 유권자와 환경단체에선 스위스가 선진국으로서 기후대응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 평가하는 반면, 스위스의 보수 성향 스위스국민당(SVP)는 기후법이 시행되면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는 등 스위스의 에너지 안보를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위스 내 기업, 법인세 인상에도 '기업 매력 제고 기대'
한편 기후법이 통과된 시점에서 스위스의 업계에선 법인세 인상에 반발하지 않고 대체로 수용하는 분위기라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스위스의 기업들이 세금은 다소 늘더라도, 기후 대응으로서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 등의 효과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스위스의 재계 단체인 이코노미스위스(Economiesuisse)의 크리스찬 프레이(Christian Frey) 박사는 “앞으로 전 세계 어떤 국가에서도 법인세를 낮추는 정책을 펴지 않을 것”이라며 “스위스의 늘어난 세수가 스위스에 위치한 기업에 대한 매력을 향상하는 데 사용되길 기대한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