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51조원 규모 '그린 마셜플랜' 추진한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녹색 철강 산업을 중심으로 최대 400억달러(약 51조원) 규모의 그린 마셜 플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지난 6월 19일(현지 시간) 로이터가 보도했다. 마셜 플랜이란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 대한 미국의 경제 원조 계획이다.
오는 6월 21일, 22일(현지 시간) 런던에서 영국과 우크라이나가 공동 주최하는 국제 우크라이나 재건 회의(URC 2023)가 개최된다.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단기 자금 문제와 장기적인 재건 방향성이 논의될 예정이다.
이번 재건 회의에서는 민간 기업에 우크라이나 투자를 장려하기 위한 '전쟁 위험 보험(War Risk Insurance)' 제도와 러시아 동결 자산 일부를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투입할 것인지 여부 등이 논의될 것이라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전쟁 위험 보험이란 침략, 반란, 납치, 테러 등 전쟁 행위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는 보험이다.
세계은행은 우크라이나 재건에 국내총생산의 3배인 4000억달러(약 512조원)가 소요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미 우크라이나에는 2022년 2월 러시아 침공 이후 590억달러(약 75조원)의 외부 자금이 투입된 바 있다.
재건 초기 집중 산업은 철강 부문…
5000만톤 규모의 녹색 철강 산업 건설이 목표
우크라이나 대통령 집무실 부국장인 로스티슬라프 슈르마는 재건 초기 비용으로 약 400억달러(약 51조원)를 제시하며, “첫 번째 집중 산업은 철강 부문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철강은 2021년 우크라이나 GDP의 약 10%, 수출 수익의 3분 1, 약 60만 명의 고용을 창출한 주요 산업 부문이다.
슈르마 부국장은 “철강 산업은 우크라이나 전체 탄소배출량의 15%를 차지한다”며, “재건을 한다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5000만톤 규모 녹색 철강 산업을 건설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도 덧붙였다. 이렇게 되면 우크라이나는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친환경 철강 공급 국가로의 도약이 가능하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분쟁지역 돈바스, 소련 시절 세계 최대 중공업 단지…
녹색 철강, 돈바스 아닌 다른 곳에 건설 가능
우크라이나 전쟁은 2014년 발발한 돈바스 전쟁에서 비롯됐다.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의 친러 세력이 2014년 러시아 크림반도 합병 이후 독립을 주장하면서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무력 충돌한 국지전이다. 돈바스 지역은 풍부한 석탄과 철강석 자원이 있어 과거 소련을 초강대국으로 만든 대표적인 중공업 산업 단지이기도 하다.
슈르마 부국장은 "전쟁으로 파괴된 기존의 많은 제철소들은 주로 화력 발전에 의존해 석탄발전소 인근에 위치해 있었지만, 녹색 철강 산업은 돈바스 지역에서 벗어나 다른 철광석 매립지에 자유롭게 건설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 2022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루한스크주와 도네츠크주 일대를 포함하는 돈바스 지역을 러시아의 공화국이라고 주장했으나 EU 국가들은 이를 불법이라며 비난한 바 있다.
민간 투자 장려를 위한 전쟁 보험 제공 논의 예정
미국 국회, 러시아 동결 자산으로 우크라이나 지원하는 법안 발의
이번 우크라이나 재건 회의에는 60개국 관계자들을 포함해 세계은행, 유럽투자은행(European Investment Bank, EIB), 유럽부흥개발은행(European Bank for Reconstruction and Development, EBRD) 등 주요 다자간 대출 기관들도 대출 확대 등의 안건 논의를 위해 참석할 예정이다.
슈르마 부국장은 "우크라이나 개발 펀드를 통한 유상 원조, 기후 중립을 위한 EU 전환 기금, 민간 대출 등 다양한 창구를 통해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이미 블랙록 등과 함께 자금 조달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세계은행 등 다자간 대출 기관은 전쟁 보험을 제공해 민간 기업의 투자를 장려할 계획이다. 동결된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 사용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보이지만, 현 단계에서 구체적인 조치가 발표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한편 지난 6월 15일(현지 시간) 미국의 국회의원들은 전 세계적으로 동결돼 있는 3000억달러(약 384조원) 상당의 러시아 국가 자산을 활용하여 우크라이나를 지원하자는 내용의 초당적 법안을 제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