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배터리 산업 우위에서 밀릴 가능성 높아"...ECA 보고서 지적

EU의 투자 유치 노력에 EV 기업들은 유럽 공장 설립 검토중

2023-06-21     양윤혁 editor

최근 유럽연합(EU)이 핵심원자재 수급을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유럽회계감사원(ECA)은 향후 EU가 전 세계 배터리 산업의 우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다고 지난 20일(현지시각) 보고서를 통해 분석했다.

유럽회계감사원에서 지난 20일 발표한 ‘EU의 배터리 산업 정책-새로운 전략적 동력의 필요(The EU’s industrial policy on batteries New strategic impetus needed)’ 보고서에 따르면 니켈, 리튬 등 전기차(EV) 배터리에 필요한 원자재의 수급이 EU의 과제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회계감사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1년 EU 내에 등록된 신규 자동차 5대 중 1대 가량이 전기차로, 오는 2030년에는 무배출 차량이 약 3000만 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더불어 오는 2035년에 가솔린·디젤 등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가 EU 내에서 금지되면 전기차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EU의 전기차 산업전략이 배터리 수급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수립됐다고 지적했다. 유럽회계감사원의 안네미 터틀붐(Annemie Turtelboom)은 “전 세계 배터리 강국이 되려는 EU가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높아보이지 않는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EU의 배터리 생산 용량의 추이와 전망. 2025년 이후부터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ECA는 분석했다. / ECA

ECA, EU의 핵심원자재 자체 수급 2026년에나 가능하다

유럽회계감사원의 터틀붐은 "EU가 전기차 산업에 필요한 핵심원자재 수급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오는 2035년의 배출량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거나, 배터리를 수입해야만 한다"며 "배터리를 높은 가격에 수입하게 되면 산업 전반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EU에 공급되는 핵심원자재는 지정학적 위험성이 높은 일부 국가에 집중된 상황이다. 유럽회계감사원은 핵심원자재 5개 항목에 대한 EU의 수입 의존도는 평균적으로 78%에 달한다고 밝혔다.

전 세계 코발트 생산량의 약 3분의 2는 콩고민주공화국에 집중돼 있고, 흑연의 약 40%는 중국을 거쳐 공급되고 있다고 유럽회계감사원은 밝혔다. 게다가 중국은 전 세계 배터리 생산 능력의 약 76%를 차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U의 핵심원자재 수입 비중. 평균적으로 자원의 약 78%를 수입하고 있다고 ECA는 분석했다./ ECA

EU가 노력하고 있는 유럽 내 핵심원자재 자체 생산에 대해서도 유럽회계감사원은 비관적인 입장이다. 보고서에선 ‘EU 내에서의 핵심원자재 생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며 ‘EU 내 리튬을 가장 많이 보유한 포르투갈조차 오는 2026년 이후에나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 

 

핵심원자재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EU 찾는 자동차 기업들

EU의 핵심원자재 공급이 불안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한편, EV 기업들은 EU 내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친환경에너지 전문매체인 클린테크니카는 테슬라(Tesla)와 비야디(BYD)가 프랑스에 신규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지난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실제로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는 지난 16일 유럽의 스타트업 박람회인 비바 테크놀로지 2023 행사에서 프랑스 임마누엘 마크롱(Immanuel Macron) 대통령을 만나 투자에 관련된 이야기를 나눈 바 있다. 프랑스 디지털부의 장 노엘 바로(Jean-Noel Barrot) 장관은 “프랑스에 테슬라 공장이 설립되기를 바란다”며 “프랑스는 이를 위해 노력해왔다”고 CNBC에 밝혔다.

테슬라와 함께 전기차 산업을 주도하는 중국의 BYD도 유럽 공장 설립을 고려하고 있다. BYD는 오는 2025년부터 유럽 내에서 전기차 생산을 시작할 계획으로, 첫 번째 유럽 공장을 설립할 지역으로 프랑스, 스페인, 독일을 고려하고 있다고 오토모티브뉴스유럽은 보도했다. 실제로 BYD의 스텔라 리(Stella Li) 부사장은 지난 2월 “유럽에 현지 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를 통해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