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충전기? CCS 충전기?... "테슬라 승리 여부는 정책 입안자에게 달려"

2023-06-22     홍명표 editor
전기차 픽업트럭 제조사인 리비안의 홈페이지

테슬라의 충전방식인 북미충전표준(NACS)을 GM과 포드가 채택하자 다른 업체들도 잇따라 테슬라의 표준을 선택하고 있다. 

미 캘리포니아주에 본부를 둔 전기차 충전기 제조업체 BTC파워(Power)는 내년에 테슬라의 충전기 표준을 추가할 것이라고 BTC파워의 CEO가 20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말했다. 

이로써 BTC파워는 ABB북미 이모빌리티(E-mobility North America), 트리티엄(Tritium DCFC), SK 시그넷(Signet)에 이어 테슬라의 표준을 채택하는 네 번째 고속충전기 제조업체가 됐다. 

이외에도 EVgo처럼 바이든 행정부가 선호하는 표준인 CCS충전기를 제조하는 업체도 테슬라 표준을 채택했으며, 블랙록이 투자해서 화제를 모았던 배터리식 충전기 업체 프리와이어(FreeWire)도 테슬라 표준의 플러그를 자사 충전기에 추가했다. 

또한, 차지포인트 지주회사(ChargePoint Holdings Inc.), 블링크 차지(Blink Charging Co.)도 EVgo처럼 테슬라의 충전방식과 호환이 가능한 충전기를 제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편, BTC파워는 이미 2만2000대 이상의 충전기를 충전소 운영업체, 차량 및 소매업체에 판매했으며 판매한 충전기의 절반 이상이 고속 충전기다. BTC파워의 고객에는 자동차 제조사인 포드(Ford), 일렉트리파이 아메리카(Electrify America), 아마존(Amazon) 등이 있다. 

 

테슬라의 유력한 경쟁사인 리비안까지 테슬라 충전방식 수용

또한, 테슬라가 곧 출시할 픽업트럭 모델인 사이버트럭의 경쟁업체인 전기 픽업트럭 제조사 리비안(Rivian)도 테슬라의 충전 표준을 채택한다고 20일(현지시각) 로이터와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리비안에 의하면, 리비안의 고객은 빠르면 2024년 봄부터 미국과 캐나다에서 어댑터를 사용하여 1만2000개의 테슬라의 고속 충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

또한, 2025년부터는 리비안 차량에 테슬라 충전기에 맞는 충전 포트를 만들어서 별도의 어댑터가 필요 없게 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리비안은 테슬라의 북미충전표준(NACS)과 경쟁하는 CCS표준에 따라 자체 충전기 네트워크를 구축해왔다.

블룸버그에 의하면, 이 회사는 이러한 네트워크를 계속 구축할 것이라고 한다.

GM, 포드에 이어 충전기 제조사와 리비안까지 테슬라 충전기 표준을 잇따라 채택하자 테슬라의 주식은 20일 5%상승해서 올해 들어 두 배 이상 상승했다. 리비안 주식 역시 5.8% 상승했다. 

 

테슬라 이외 차량 제조사들은 자체 충전 네트워크 구축에 소극적

테슬라는 자사 충전기 표준을 타사가 많이 채택할수록 더 많은 전력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수익이 증대되고 북미의 전기차 충전기 시장을 사실상 선점할 수 있다. 

자동차 제조사는 배터리 전원이 부족할 때 곤란해지는 고객을 위해서 안정적으로 충전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테슬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회사는 자체적인 충전 네트워크 구축을 멀리 했다.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테슬라와는 달리, 대부분의 전기차 제조사는 선뜻 거액을 투자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미 에너지부(DOE)에 따르면, 테슬라의 고속 충전기는 현재 미국의 전체 급속 충전기의 약 60%나 차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미 백악관은 9일(현지시각) 바이든 행정부가 미는 충전방식인 CCS이외에도 테슬라의 충전방식(NACS)도 연방정부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에서 가장 붐비는 고속도로 약 1만2070킬로미터에 새로운 고속 충전기를 건설하기 위해 최대 75억 달러(약 9조6922억원)를 지출하는데 테슬라를 포함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미 충전기 시장을 뒤흔들었다. 

로빈 패터슨(Robyn Patterson) 백악관 대변인은 “목표는 모든 차량이 모든 공적 자금 지원 충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테슬라 고속충전기를 포함하여 더 많은 운전자가 더 높은 품질의 충전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의 충전방식을 채택한 BTC파워의 홈페이지

바이든 행정부는 보조금 이외에도 올 2월 미 고속도로의 3500개 테슬라 고속충전기와 호텔과 식당의 4000개 저속 충전기를 테슬라 이외의 고객에게도 개방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로써 테슬라는 2030년까지 현재 13만개인 충전기를 50만 개까지 구축하려는 미 연방정부의 계획에서 승리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테슬라는 자사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타사 차량이 자사의 고속충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CCS커넥터의 사용을 테스트해 왔다. 

 

전문가, "테슬라의 승리 여부는 정책 입안자들에게 달려 있어"

영국의 투자 자문사 AJ 벨(Bell)의 재무분석 책임자인 대니 휴슨(Danni Hewson)은 "1980년대에 베타 방식의 비디오 테이프가 사라진 것과 같은 방식으로 다른 충전 시스템이 사라질지 여부는 정책 입안자들에게 달려 있을 것 같다"며, " 현재 테슬라는 경쟁사보다 훨씬 앞서 있으며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다만, 관련 업계는 테슬라의 방식(NACS)과 CCS방식의 상호 운용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즉, ▲테슬라의 고속충전기가 고속 충전으로 고전압 차량을 적절하게 충전할 수 있는지 여부와 ▲충전 케이블의 디자인이 일부 차량의 포트에 적합한지 여부다.

슈퍼차저에서 일했던 전직 테슬라 관계자는 "테슬라의 방식(NACS)이 단기적으로는 비용 상승과 복잡하지만 정부는 더 많은 전기차 인구를 고려해서 테슬라 방식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CCS 충전방식을 홍보하는 기구(CharIN North America)의 회장인 올레그 로그비노프(Oleg Logvinov)는 "테슬라 방식은 표준이 아니다. 표준이 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며, “CCS방식이 여러 공급업체와 10년 이상 협력해 왔기 때문에 지원할 가치가 있다”며 반박했다. 

한편, 현대차, 기아, 폭스바겐 등을 포함한 대부분의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는 CCS표준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은 자체 충전 표준을 갖고 있으며, 일본은 도쿄전력이 개발한 또 다른 표준(CHAdeMo)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