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워싱탐사대】SPC 불매 운동 그후, 불매운동은 왜 효력 약할까
"김해시 **점은 31데이 행사 안하던데 왜 안 하는 거예요? 어제 방문했다가 허탕치고 왔어요." "저도.ㅜㅜ 유리창에 현수막 걸려있더라구요."
"본사가 가맹점주들이랑 약속 어기고 갑질해서 안한다네요."
지난 6월 초 인스타그램에 공유된 소비자들의 사진과 댓글이다. SPC그룹이 운영하는 배스킨라빈스 31Day 행사를 일부 가맹점주들이 거부하면서, 이를 사전에 알지 못한 소비자들이 내놓은 반응이다.
31Day 프로모션은 매달 31일에 패밀리(5가지맛) 사이즈를 구매하면 하프갤론(6가지맛)으로 사이즈 업그레이드 혜택을 제공하는 행사다. 하지만 일부 가맹점에서 이를 거부하면서 유리창에 현수막을 내걸었다.
가맹점주들은 왜 이런 현수막까지 내걸었을까.
일부 가맹점주들은 “그동안 잦은 행사와 관련한 비용의 점포 분담, 배달비용의 점포 분담 등 가맹점의 부담이 너무 커서 추가압력으로 인해 가맹점은 더 이상 이를 수용할 수 없는 한계에 이르렀다”고 항의하고 있다. 가맹점주들은 “본사와의 상생을 원하며, 본사의 행사 운영 방식을 재재고해야 한다”고 반발한다.
작업 중이던 근로자 사망사건으로 SPC 불매운동 촉발
지난해 10월 15일 SPC그룹 계열사인 SPL 평택공장에서 20대 직원이 소스 배합기에 빨려 들어가는 기계 끼임사고로 사망한 지 8개월이 지났다.
이후 SPC그룹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향후 3년간 1000억원을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SPC그룹의 열악한 근무 환경, 직원 복지 문제 등 여러가지 이슈가 한꺼번에 불거지면서 불매운동까지 대대적으로 벌어지기도 했다.
‘직원 근무 여건’ 및 ‘안전 보건’ 등의 문제는 ESG 평가항목의 ‘S(사회)’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항목 중의 하나다. 특히 해외에서도 #BLM(Black Lives Matter) 운동에서 나타났듯이, S(사회) 항목의 경우 해당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져 기업의 평판을 훼손하거나 기업 가치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과연 불매운동이 해당 기업의 재무적인 영향이나 기업 가치 하락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SPC 그룹의 불매운동이 벌어진 지 8개월이 지난 시점, 과연 기업에는 타격이 있었을까.
불매운동 보다는 원자재와 물류비 상승으로 실적 다소 하락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PC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파리크라상의 경우 지난해 요약 기준 매출이 1조9847억원으로 전년(1조8511억원)보다 7.2% 늘었다. 이는 전년 성장세 4.6%(1조7705억원→1조8512억원)보다 2.6%포인트 증가한 수준이다. 불매운동의 효과가 별로 없었음을 의미한다.
베스킨라빈스의 상황도 비슷하다. 베스킨라빈스의 전년대비 2021년 매출은 15.1%(6523억원→7507억원), 영업이익은 22.2%(648억원→792억원), 순이익은 20%(530억원→636억원) 각각 늘었다.
SPC 삼립은 포켓몬빵 재출시가 히트했다. SPC삼립의 지난해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전년보다 35.3%%(662억원→895억), 31.6%(405억원→532억원) 각각 증가했다.
배스킨라빈스의 비알코리아의 상황을 보면, 전년대비 지난해 매출이 5.5%(7507억원→7917억원) 늘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57.2%(792억원→339억원), 47.8%(636억원→332억원) 급락했다. 이 기간 비알코리아의 영업이익률은 10.6%에서 4.3%로 떨어졌다. 이처럼 SPC 일부 계열사의 실적 하락은 불매운동의 영향보다는 밀가루와 물류비 등의 상승 때문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문가, "브랜드가 많으면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을 잊게 만들 수 있어"
SPC그룹의 사례에서 보듯, 국내에서 왜 불매운동은 효과가 크지 않은 것일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SPC그룹도 그렇듯, 다양한 브랜드가 얽혀있어서 소비자들이 일일이 해당 브랜드를 기억하기 어렵다”며 “대체 상품이 별로 존재하지 않는 식음료의 경우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을 이어가기 어렵고, 강력한 마케팅을 통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불매운동을 잊히게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SPC그룹만 하더라도 계열사별로 브랜드가 너무 많다보니 소비자들은 일일이 이를 파악하기 어렵다. 베이커리·디저트 관련 계열사에는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 삼립, 파리크라상, 패션5, 빚은, 샤니, 베이커리 팩토리가 있고, 외식·다이닝 관련 계열사는 쉐이크쉑, 에그슬럿, 라그릴리아, 피그인더가든, 시티델리, 퀸즈파크, 베라, 라뜰리에, 그릭슈바인, 스트릿, 디.퀸즈, 리나스, 한상차림 등이, 커피·음료의 경우 파스쿠찌, 잠바주스, 커피앳웍스, 티트라 등이 계열사로 있으며, 유통·서비스 분야 계열사에는 해피포인트와 더월드바인이 있다.
일각에서는 불매운동으로 인해 오히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만 외려 피해를 받게 되는 상황만 벌어지기도 했다. 최근 벌어진 일부 가맹점의 ‘31Day’ 불매운동 또한 가맹점주들의 그간 불만이 쌓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단순한 불매운동 보다는 대안을 제시하는 전략이 필요
이 때문에,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보다 다양한 소비자 캠페인이나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16년 11월에 있었던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폭발사고’ 이후 ‘단순 폐기’ 방법이 논란이 되었던 적이 있다.
단순 폐기방법에 대해 소비자 단체가 문제를 제기하며 ‘갤럭시를 구하라’ 캠페인을 펼쳤고, 요구를 수용한 삼성전자는 다음 해에 갤럭시노트7 재활용과 친환경 처리 원칙을 수립했다.
김단비 그린워싱 탐사대 청년기자
건국대학교(글로컬)에서 신문방송학과 기술경영학을 공부하고 있는 대학교 3학년 김단비는 기업의 다양한 전략과 ESG 경영에 흥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