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탄소배출량을 잡기 위한 LCA 활용…데이터베이스 구축이 핵심

2023-06-27     변종웅 editor

환경부(장관 한화진)와 국민의힘 지성호 의원실은 6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박물관에서 ‘자동차 온실가스 전과정평가 환경 토론회(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자동차 온실가스 전과정평가에 대한 국내외 최신 동향과 연구 결과 등을 공유하고 향후 정책 방향과 관련한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였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국제적으로 자동차 온실가스 관리가 전과정 평가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어, 우리나라도 국제동향을 예의 주시하면서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라며 “이해관계자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자동차 온실가스 전과정 평가의 정책 기반을 마련하겠다”라고 밝혔다.

행사에 발표자로 참석한 김동현 박사는 “국제사회는 자동차의 온실가스 전과정평가(Life Cycle Assessment, 이하 LCA) 데이터에 기반한 에코디자인을 점점 더 요구하고 있다”며 “EU는 전기차 배터리 LCA의 전과정 단계, 세부 단위공정, 데이터 등을 포함한 자동차 부품의 LCA 표준화에 관한 문서를 작성 중”이라고 데이터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국내 자동차 제조기업과 전문 연구기관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했으며, 이경빈 환경부 교통환경과장, 권상일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장, 현대자동차 이종국 상무, 김동현 건국대 박사가 주제발표를 하고, 이후에는 국내 정책 방향과 관련한 토론이 진행됐다. /ⓒ임팩트온

 

환경부 LCA 최신 데이터 부족…데이터 관리 강화해야

LCA(Life Cycle Assessment, 환경전과정평가) 데이터베이스는 국내에서 1990년부터 논의되기 시작하여, 2010년부터 국토부, 산림청, 환경부, 농림부 등 정부 기관들이 함께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환경부는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해  ‘국가대기환경데이터관리센터 운영 규정(21년)’과 ‘환경부 데이터 품질관리 규정(22년)’을 통해 데이터 관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환경 법령화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850여 개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

이날 패널토론에 참석한 환경 컨설팅 기업 솔루티스의 서민석 대표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KEITI) 전과정 평가실 자료에 따르면, 현재 환경부는 387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에는 850개 정도의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어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올해, 환경부에서는 탄소 배출량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150여 개 데이터를 신규 추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 대표는 국내의 데이터베이스 개발에 대해 미흡한 부분을 지적했다. 

그는 “데이터베이스에서 중요한 것은 신뢰성이므로 최신 데이터가 신속하게 업데이트 돼야 하지만, 국내는 그렇지 못하고 있다”며 “일례로 우리나라 전력 배출계수인 ‘0.49’라는 수치는 10년 전부터 계속 사용하고 있는데,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는 우리나라 전력 배출계수를 ‘0.59’로 발표 했으며 매년 배출계수를 수정한다”라고 데이터의 최신화를 강조했다.

환경 컨설팅 기업인 스마트에코의 김익 대표도 전 과정 데이터의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과거 자원순환이나 유해 물질은 실험과 분석을 통해 검증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온실가스 LCA는 실험 및 분석에 한계가 있으며 데이터 관리로 보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 LCA 데이터베이스…개선을 위한 세 가지 과제

김익 스마트에코 대표는 국내의 자동차 LCA 데이터베이스를 개선하기 위한 세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김 대표는 검증 없이 업체에서 제공한 데이터만을 믿고 활용해야 하는 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은 사업상 기밀이 포함된 데이터를 제공하기 쉽지 않으므로 기업이 제공하는 1차 데이터를 검증하기가 어렵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ESG 정보공시 의무화가 추진되고 있는데, 정부는 상장 기업들에 정확한 데이터 제공을 의무화하고 비상장 기업에는 데이터를 제공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을 활용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둘째로는 가치사슬마다 가공 검증이 필요하지만, 우리나라에는 가공 검증의 최신 데이터가 없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자동차를 비롯한 다른 업계에서도 2~4차 협력사 공급망과 생성 공정별 LCA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우리나라의 생존법은 데이터를 한번 받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업데이트 주기를 최소 3년으로 관리하는 것”이라고 최신 데이터 업데이트를 강조했다.

마지막으로는 제품 단위 탄소중립 전략이 탄소중립기본법과 연결돼야 한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탄소중립기본법은 탄소중립 실행하기 위해 스코프 1,2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법이지만, 전 세계는 사업장을 넘어 스코프3에 해당하는 공급망 관리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스코프3의 데이터 관리가 중요함을 짚었다.

 

자동차 온실가스 전과정 평가 국제 표준화 작업 시작…

한국은 LCA 평가 레벨 2 수준

권상일 국립환경과학원 소장은 국제사회에서 시작된 전과정평가에 관한 표준화 작업을 소개했다. UN ECE(국제연합 유럽경제위원회)는 자동차 제작에 관한 실무 위원회(이하 WP 29)를 통해 자동차  LCA 평가를 위한 표준화 작업을 시작했다.

WP 29는 2025년 말까지 LCA 평가 방법론을 만들고 입법화하는 걸로 예정했으며, 자동차 기업은 2026년부터 자발적으로 자료를 제출하도록 했다. 하지만, 모니터링 기간이 지나면 자료 제출이 의무로 바뀔 수 있다.

권상일 소장은 “WP에서는 LCA 평가 표준화를 위해 7개의 서브 그룹으로 나뉘었으며 평가방법론에 관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결정 사항은 오염 및 에너지 전문 분과(GRPE, Working Party on Pollution and Energy)의 피드백과 검토를 통해 WP에서 채택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국내 수준은 WP에서 말하는 자동차 LCA 평가 단계에서 레벨 2에 해당한다”며   자동차 원료물질 생산, 완성차 및 부품 제조, 폐기 및 재활용 등에 대한 방법론 마련 및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지속적으로 확보가 시급한 상황임을 알렸다.

WP가 분류한 평가 단계의 레벨 1은 연료 전과정 및 간단한 차량 모델로 최소한의 LCA 평가 수준이다. 레벨 2는 자동차 제작사가 직접 관리할 수 있는 범위의 평가 수준이다. 이 단계에서는 2차 자료에 1차 자료를 일부 사용한다. 레벨 3은 자동차 공급망 중 일부 부품만 포함한 평가 수준이며 1차 자료와 2차 자료를 혼용한다. 레벨 4는 자동차 공급망 전체를 평가하는 수준이며 직접 조사한 1차 자료 중심이다. 대부분의 유럽 기업은 레벨 4에 해당한다. 

권 소장은 “미국, 유럽, 중국은 온실가스 전과정평가를 위한 방법론과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국내는 레벨 2 수준이기에 레벨 4가 되기 위한 데이터베이스 확보와 스코프 3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도록 발전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기차 탄소배출량, LCA 데이터로 파악해야…1차 데이터 확보가 급선무

자동차 기업들은 탄소 중립을 달성하려는 국제 사회의 움직임에 따라, 전기차 제조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전기차가 제조 과정에서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행사에서 ‘자동차 산업의 탄소중립과 전과정평가’를 주제로 발제를 맡은 이종국 현대자동차 상무는 “소비자들이 전기차가 탄소 배출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오해를 하는 경우가 있다”고 짚었다. 

그는 이런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LCA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종국 상무는 “동일한 차량급에서 LCA기준으로 내연기관과 전기자동차를 비교하면 내연기관에 비해 전기차와 수소차가 탄소배출량이 적은 것이 사실이지만, 전기차를 생산하는 방법에 따라서 그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기에 LCA 관점에서는 탄소배출을 안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상무는 “전기차, 연료전지자동차(Fuel Cell Electric Vehicle, FCEV)가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원소재 채취 및 가공 과정에서는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언급했듯,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공급망 전체를 관리하는 게 필수인데, 공급망 구조가 복잡하여 이를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LCA를 선택했다. 이 상무는 “공급망 탄소 배출량 산정은 자동차 생산 과정의 첫 단계인 원소재 채취 및 가공부터 제품 완성까지 모든 과정의 탄소 배출량을 데이터로 취합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대자동차는 산업 특성상 공급망이 해외까지 뻗어 있어서, 직접 조사한 1차 자료가 필요한 wp 레벨 4에 해당하는 공급망 관리 수준에 도달하려면 해외 사업장으로부터의 데이터 수급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홍성준 현대자동차 팀장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6월 21일에 개최한 ‘제3회 ESG ON 세미나’에서 현대자동차의 LCA 전략을 발표했다. 홍 팀장은 “중국, 인도네시아, 브라질, 멕시코 등에 위치한 해외 사업장에서 1차 데이터를 얻는 게 당장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국내 협력사들의 1차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을 우선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