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퇴직연금, ESG투자 비중 5%미만...기후위기 악화에 기여할 수 있어

미국 플랜 스폰서 협의회(이하 PSCA, Plan Sponsor Council of America)의 최근 조사 결과, 미국 직장인들의 퇴직연금 제도인 401k에서 ESG 투자 비중이 5% 미만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난 6월 28일(현지 시간) CNBC가 보도했다.

401k이란 미국 기업이 제공하는 개인 은퇴 프로그램으로, 직원이 소득 중 일정액을 은퇴 계좌에 저축하면 회사가 적게는 1%에서 많게는 6%까지 추가로 적립해주는 제도다. 회사마다 다양한 증권사들과 계약하여 운용하고 있다. PSCA는 이러한 고용 기반 은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기업들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다.

크레인 지속가능성 연구소(Crane Institute of Sustainability) 전무 조르주 다이어는 “지난 5년 동안 ESG 투자 시장은 크게 성장했지만, 401k내에서의 비중은 미비하다"고 CNBC 인터뷰에서 말했다.

전문가들은 401k 운용 자금이 결과적으로 화석 연료 사용과 삼림 벌채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SG 행동주의 투자그룹 애즈유소우(As You Sow) CEO 앤드류 베하르는 이러한 상황을 두고 “탄소 산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는 시장과 정부가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며 “결국 기후위기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뱅가드 은행 조사에 따르면 전체 401k 가입자들 중 80% 이상이 ‘타겟 데이트 펀드(Target-Date Fund)’에 투자한다. 타겟 데이트 펀드란 가입자, 즉 근로자의 은퇴가 가까워지면 자동으로 리스크가 낮은 상품 중심으로 투자 비중을 높이는 등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동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주는 펀드다.

투자전문가들에게 금융 교육을 제공하는 비영리기구 CFA 협회의 연구에 따르면, 기업들이 제공하는 401k 펀드들 중 45% 이상이 타겟 데이트 펀드다. 그러나 CFA 협회는 이러한 타겟 데이트 펀드의 탄소 산업 투자 비중이 전체 퇴직연금 상품 대비 16% 더 높다고 분석했다.

ESG펀드 수익률에 대한 일부 기업들의 우려도 있다. 다이어 전무는 “ESG 펀드가 비 ESG 펀드보다 수익률이 높거나 운용 성과가 좋다는 많은 증거에도 불구하고 이를 믿지 못하는 인식이 남아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2019년 모건 스탠리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ESG 중심 펀드와 기존 뮤추얼펀드의 총 수익률은 큰 차이가 없었다. 모닝스타가 2022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5%가 ESG 요인이 투자 프로세스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다. 팬실베니아 주립대학교가 2022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유권자의 63%가 ESG 투자에 대한 정부의 규제를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는 기업들이 401k 펀드 선택 시 재정적 수익률만 고려할 것을 요구하고, 그렇지 않을 시 법적 조사를 실시했다. 또한 기업들이 직원들을 자동으로 401k에 가입시킬 수 있는 제도도 금지했다. 이후 2022년 바이든 행정부는 401k에 대한 새로운 규정을 발표하면서, 자동 가입 규정을 원복하고 기후변화의 경제적 효과와 기타 ESG 고려사항을 401k에 포함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전 미국 노동부 차관보인 브랜드포드 켐벨은 기업들이 ESG를 401k에 포함시키는 속도가 느린 것을 두고,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정책 변경 가능성 등 규제에 대한 미래 불확실성이 확실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애즈유소우 베하르 CEO는 “ESG 펀드를 제공하는 기업도 대부분 오직 한 가지 옵션만 보유하고 있다”며 만일 선택할 수 있는 ESG 옵션이 여러 개 있다면, 애즈유소우의 화석 연료 없는 펀드와 MSCI의 ESG 데이터베이스를 참고해 경쟁력 있는 상품을 찾아보라고 조언했다. 또한 회사 경영진에 지속가능한 펀드를 401k에 포함시켜 달라고 요청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