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난 재보험 비용, 기후 위기로 50% 급증
미국의 재산 재해 재보험료율이 50%까지 인상됐다는 보고서가 발표됐다고 지난 7월 3일(현지 시간) 로이터가 보도했다.
재보험이란 보험사가 드는 보험으로, 보험사는 자연재해, 대형 화재 등 독자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사고에 대비해 재보험을 든다. 최근 몇 년 동안 재보험사들은 손실이 급증함에 따라 보험료를 인상해왔다. 업계 관계자들은 원인 중 하나로 기후 위기로 인한 재해를 꼽는다. 재보험료가 높아지면 일반 보험사의 보험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기후 재난 피해 지역, 보험 가입 못해…
주요 보험사들, 플로리다에서 철수
재보험 중개 및 컨설팅 기업 갤러거 리는 이번 보고서에서 주요 보험 갱신일인 지난 7월 1일 기준으로 재산 재해 재보험료율이 50%까지 인상됐다며, 그 원인으로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등에서 발생한 기후 재난을 지목했다. 최근 플로리다와 캘리포니아는 산불, 허리케인 등 이상 기후로 인한 피해를 입은 바 있다.
다른 보험 중개 기업 에이온(Aon)도 미국 전역 및 플로리다의 재산 재해 재보험료율이 지난 7월 갱신 시점 기준으로 평균 25~35% 올랐다고 밝혔다. 에이온은 최근 보고서에서 재난으로 인한 전 세계 보험 손실 규모가 올해 1분기에만 최소 150억달러(약 19조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재보험사 스위스 리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허리케인 이안으로 발생한 보험 손실액은 허리케인 카트리나 다음으로 두 번째로 큰 1129억달러(약 114조원)다.
일부 보험사는 막대한 손실 리스크로 시장에서 철수하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대형 보험회사 스테이트팜은 산불이 잦은 캘리포니아에서는 더 이상 재산 및 상해보험 신규 가입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보험정보연구소(Insurance Information Institute) 자료에 따르면, 스테이트팜은 2022년 기준으로 캘리포니아 최대 주택 보험 제공 업체다.
갤러거 리의 회장 제임스 비커스는 “모든 주요 보험사들이 플로리다에서 철수했다”며 “남은 것은 자본력이 약한 중소 보험사들뿐”이라고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언급했다. 비커스 회장은 “이러한 상황은 주민들이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간 보험이 포기하면 정부가 재정 부담해야...
기후변화 예측할 새로운 리스크 측정 모델 필요
이처럼 기후 재난이 빈번해지면서 일부 재해 취약 지역은 보험 가입이 불가능해지고 있다. 이럴 경우 재정적 부담을 정부가 떠안게 된다. 이미 호주는 정부 보증 재보험사인 사이클론 재보험 풀(Australia’s cyclone reinsurance pool)을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 플로리다주도 시민 재산 보험 공단(Citizens Property Insurance Corporation)을 설립해 민간 보험 가입이 어려운 주택 소유자들에게 재산 재해 보험을 제공하고 있다.
리스크 모델링 기업 RMS의 책임자 마이클 스틸은 “보험업계가 기후 재난 지역에서 철수한다면 정부가 재난 복구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틸 책임자는 “보험사들의 예측 모델이 기후 재난의 빈도와 심각성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기후 위기로 인해 포트폴리오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예측 가능한 보험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