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의류 폐기물에도 생산자책임제도 채택…‘패스트패션 업계 긴장’
포장재·전자제품 폐기물 처리에 도입한 EPR 시스템 의류 업계로 확장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서 의류 폐기물 처리 관련 프레임워크에 생산자책임제도(EPR)의 내용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채택한다고 지난 5일 (현지시각) 발표했다. EU 집행위원회 산하 환경위원회는 의류 업계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지속가능한 관리 시스템을 지원하고, 향후 섬유 제품 생산자들이 제품이 수명을 다한 이후 처리 과정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U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안(IRA)에 대응하기 위해 ‘그린딜 산업계획(EU Green Deal)’을 지난 2월 발표했는데, 폐기물 관련 프레임워크도 그린딜의 내용에 포함된다. 그린딜 산업계획의 로드맵에는 ▲업계 규제 ▲자금 조달 ▲친환경 기술 개발 ▲무역 관련 지침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의류 폐기물 프레임워크에는 섬유 업계의 배출량 및 폐기물 처리에 대한 규제 및 향후 폐기물 처리 시스템을 구축 관련 내용도 포함된다.
EU 내 섬유 폐기물 재활용률, 현재 22% 수준으로 저조해
이번 개정안은 EU 집행위원회에서 지난해 발표한 섬유 부문의 지속가능성 및 순환성 전략(EU Strategy for Sustainable and Circular Textiles)을 바탕으로 한다. 해당 지침의 핵심 내용은 섬유 제품의 전반적인 내구성을 높여 수명을 확보하고, 폐기물의 재활용률을 높이는 데에 있다. 실제로 지침에선 ‘EU 내 모든 섬유 제품을 복원·재활용할 수 있도록 생산하는 동시에, 유행을 타고 쉽게 폐기되지 않는 방식을 구축한다는 목표를 명시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현재 섬유 소비가 기후 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식량, 주택, 운송 부문에 이은 네 번째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섬유 산업은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GHG) 배출뿐 아니라 의류 폐기물 처리에 필요한 수자원 및 매립 시 필요한 토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EU 집행위는 분석했다.
현재 EU 내 섬유 업계에서 발생하는 연간 섬유 폐기물의 총량은 약 1260만 톤에 달하는데, 그중 재사용되거나 재활용되는 비율은 약 22% 수준으로, 나머지 약 78%의 폐기물은 매립하거나 소각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EU 집행위원회는 밝혔다.
EU 그린딜의 환경 부문 책임자인 프란스 티머만스(Frans Timmermans)는 “지금껏 우리가 섬유 제품을 낭비한 결과 환경 오염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섬유 업계는 지나치게 많은 수자원과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어 향후 EU는 생산자들에게 폐기물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ESG투데이에 밝혔다.
포장ㆍ전자 제품에 적용한 EPR 시스템, 의류 폐기물에도 적용
한편 폐기물에 대한 처리를 생산자의 책임으로 규정하는 EPR 시스템은 이미 포장재 및 전자 업계에는 도입된 것으로, 이번에 EU가 그 범위를 의류 업계에까지 확장한 것이라고 ESG투데이는 분석했다. 향후 의류 폐기물에 포장재 및 전자 업계와 유사한 수준으로 EPR 시스템이 도입되면 의류 생산 기업들은 섬유 폐기물 관리 비용을 부담하고, 향후 섬유 부문의 환경 관련 성과에 따라 비용을 조정받게 될 것으로 ESG투데이는 전망했다.
EU 집행위원회는 EPR 시스템이 제품 기획·생산 단계부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도록 기업에 동기를 부여하는 동시에 사회적으로는 폐기물이 줄어들고 섬유의 순환성을 높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서 기업에서 부담한 관리 비용은 폐기물의 수집·분류·재사용 및 재활용 기술 부문에 투입해, 섬유 부문의 순환성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EU 집행위원회는 덧붙였다.
이는 섬유 제품의 수입 정책과도 연결된다. EU는 향후 프레임워크가 시행되면 패스트패션 기업의 불법적인 수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규칙을 적용하고, 폐기물을 친환경적으로 관리한다는 증거를 제시해야만 EU 내로 수입을 허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