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정 온수기에 히트펌프 의무화 하나... 에너지 효율 위한 새 규정 발표
미국 정부가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난방용 온수기에 새로운 표준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지난 21일(현지시각) 로이터가 보도했다.
미국 에너지부가 2029년 도입 예정인 새로운 온수기 규정을 발표했다. 공개된 규정 초안에 따르면, 2029년부터 판매되는 일반 전기 온수기는 히트 펌프 기술을, 가스 온수기는 콘덴싱 기술을 의무 도입해야 한다. 온수기 규정이 개정된 것은 지난 2010년 미국 의회가 주거용 온수 표준을 도입한 이후 13년 만이다.
히트펌프, 기후 문제 완화를 위한 핵심 기술…
콘덴싱 보일러, 약 25% 적은 에너지 사용해
히트 펌프는 친환경 냉난방이 가능해 최근 유럽에서도 주목받는 기술이다. 독일은 2030년까지 600만대의 히트펌프 보급을 목표로, 25~40%의 설치 보조금도 지원한다.
기술의 핵심은 냉매다. 냉매는 히트 펌프 배관을 따라 이동하면서 열을 흡수했다가 방출하는 유체로, 이 유체를 이동시키는데 전기가 사용된다. 냉매의 끓는 점은 영하 25도로 매우 낮다. 실외에 있던 냉매가 끓는 점에 도달할 만큼 데워지면 액체에서 기체로 형태가 바뀐다. 기체가 된 냉매는 압축기를 통과하며 온도가 더욱 높아져, 또다른 열 교환기를 지나 37도 이상으로 따뜻하게 데워진다. 이후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은 방안으로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실내 난방이 공급된다. 냉매를 이용해 실외 공기의 열을 실내로 끌어온다는 점에서 에어컨의 원리를 거꾸로 뒤집은 것과 같다.
세계경제포럼은 히트 펌프의 설치 비용이 설비 한 개당 3000달러(약 380만원)~6000달러(약 770만원) 정도로 높지만, 수명이 15년 이상이므로 경제적일 수 있다고 발표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에너지 분석가 야니크 몬샤우어 또한 “히트 펌프가 난방으로 인한 기후 문제를 완화하는 핵심 기술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콘덴싱 기술은 한 번 연소된 배기가스의 열을 재활용하는 기술이다. 보일러 내부의 콘덴서 장비가 배기가스의 수증기를 물방울로 응축(증기로부터 액체나 고체가 형성되는 현상)시키면, 이때 발생하는 열을 열 교환기가 추출해 추가적인 에너지로 변환시키는 구조다.
에너지 효율 제고를 위한 법률 제정을 목표로 하는 비영리단체인 '가전제품 표준 인식 프로젝트(Appliance Standard Awareness Project)'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콘덴싱 기술이 적용된 가정용 가스 온수기는 약 25% 더 적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연간 114억달러 공공 요금 절약 가능…
“소비자 선택에 제한 줄 것” 업계 반발도 이어져
미국에서 온수 난방은 연간 주거용 에너지 사용량에서 13%를 차지한다. 미국 에너지부는 "2029년 도입될 히트 펌프와 콘덴싱 의무화 규정을 통해 향후 30년 동안 5억미터톤 이상의 탄소 배출을 저감하고 연간 약 114억달러(약 14조원)의 에너지 및 수도 요금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에너지부 장관 제니퍼 그랜홈 장관은 지난 21일 성명에서 “새로운 규정은 바이든 정부 경제의 핵심인 소비자 비용 저감 정책을 강화하고, 전국 근로자 가정의 에너지 비용을 낮추기 위한 정부 노력을 기반으로 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IRA법을 통해 세금 공제, 리베이트 및 기타 인센티브로 가정 내 효율적인 온수기 도입을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수기 제조업체 렘(Rheem), 환경단체 천연자원보호위원회, 소비자 보호 단체 등은 새로운 규정을 환영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반면 탱크 없는 온수기 업체인 린나이(Rinnai)는 새로운 규정을 두고 “기술적으로 구현이 불가능하다”며 “소비자들의 선택을 제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보도자료에서 올해 18개 제품 부문에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규정 초안을 제시하거나 최종안을 도입했다며 이는 가전제품 및 산업 장비 전반에 걸쳐 신뢰성을 제고하고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기 위한 중요한 조치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최근 몇 달간 바이든 정부는 에어컨, 세탁기, 냉장고 등과 같은 가전제품에 대한 에너지 효율 기준을 강화해왔다. 특히 지난 2월 캐시 호철 뉴욕주지사의 뉴욕 내 가스레인지 사용 단계적 금지 방안은 현재 재생에너지 보급 수준을 고려할 때 불가능하다며 공화당 의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