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8 주최국 UAE, 배출 감축목표 '불충분' 판정 받아
올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를 주최하는 아랍에미리트(UAE)의 배출량 감축 목표가 ‘불충분(insufficient)’하며, 2050 넷제로 목표 달성을 위한 기후 노력도 전반적으로 ‘부족하다(poor)’는 평가를 받았다고 지난 20일(현지시간) 로이터가 보도했다.
아랍에미리트 정부는 이달 초 유엔기후변화협약에 참여한 정부들 중 최초로 배출 감축 목표를 강화해 제출했다. 이전 배출 감축 목표치 대비 10% 강화해 2050년까지 총 40% 배출량을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2030년까지 재생 에너지 부문에 540억달러(약69조원)를 투자해 UAE가 생산하는 에너지 중 청정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30%까지 늘릴 계획이다.
아랍에미리트는 다른 국가들에게도 오는 11월 개최 예정인 당사국총회 이전까지 더욱 야심찬 기후 공약을 선언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기후 분석 기관인 클라이밋액션트래커는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아랍에미리트 정부는 화석 연료 생산과 소비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여전히 갖고 있으며 이는 지구 온도를 1.5℃로 제한하겠다는 파리협정 목표와 부합하지 않다”며 “이로 인해 UAE의 탄소 배출량은 2030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궁극적으로 NDC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클라이밋액션트래커는 UAE가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이 불확실하고 특히 실물 경제에서 기후 행동 노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청정에너지 비중을 높이겠다는 목표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여전히 석유 및 가스 사업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접근방식이라면 지구 온난화는 2°C 이상, 최대 3°C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클라이밋액션트래커는 UAE 환경부에 보고서에 대한 논평을 요청했지만 아직 응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클라이밋액션트래커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및 파리협정 목표에 따른 전 세계 국가의 기후 목표ㆍ정책 및 행동을 평가 및 분석한다. 국가별 기여방안(NDC)을 상세히 분석하고 파리협정 목표에 부합하기 위한 국가의 노력 수준을 '매우 불충분'에서 '부합'까지로 분류 및 평가한다. 또한 시나리오 데이터베이스 등 과학 분석 방식을 활용해 국가별 기후 접근방식으로 지구 온도가 몇 도까지 상승하는지 주기적으로 예측한다.
UAE, 석유ㆍ가스 사업 중단하지 않으면 기후 온도 최대 3도까지 상승
클라이밋액션트래커는 아랍에미리트의 기후 정책 및 행동, NDC 목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국가의 기후 노력이 '불충분(insufficient)'하다고 평가했다. 이는 '매우 불충분(highly insufficient)'에서 개선됐지만 보고서는 파리협정 목표에 제대로 부합하기 위해서는 UAE의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며 국가 기후 목표와 정책이 보다 구체적이고 엄격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UAE는 최근 탄소 포집 및 저장, 공기 중 직접 포획(DAC)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러한 기술이 어느 정도의 배출 저감과 제거를 의미하는지 자세히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지적됐다.
특히 수소 분야 투자에 집중해 2030년에는 ‘세계 최대 청정수소 생산국’이 되겠다는 선언했지만 클라이밋액션트래커는 먼저 '세계 최대 석유 생산국'에서 벗어날 것을 지적했다.
아랍에미리트는 최근 57억 기토르의 해상 가스 지반을 했으며, 해상 가스 생산을 크게 확대하기 위해 강력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UAE 국영 석유 회사인 ADNOC은 석유 및 가스 확장을 위한 1500억달러(약192조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UAE는 지난해 COP28 회의 의장으로 국영 석유 회사 CEO인 술탄 알 자베르(Sultan Al Jaber)를 임명해 이미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알 자베르 CEO는 "화석 연료의 단계적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지만, 보고서는 "화석 연료 사용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UAE가 전체 기후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랍에미리트(이하 UAE)의 기후변화환경부 장관인 마리암 알헤이리(Mariam Almheiri)도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세계는 아직 화석연료를 완전히 버릴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클라이밋액션트래커 연구 기관 중 하나인 기후 분석(Climate Analytics) 담당자 사라 헥은 "아랍에미리트가 재생 에너지에 540억 달러를 지출하겠다는 목표는 긍정적"이면서도 "UAE 국영 석유 회사가 석유 및 가스 확장 사업에 3배 더 투자하겠다는 계획에 비하면 굉장히 미미한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클라이밋액션트래커는 아랍에미리트가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내수 경제와 수출 부문에서 화석연료 비중을 줄이고 ▲오는 11월 이전에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장기전략을 세우고 ▲2050년 에너지 효율 목표 기준, 현 정책에 따른 배출 예측량, 과거 개선된 배출량 데이터 등 기후 정책 및 데이터를 더욱 명확히 하고 투명성을 높일 것을 제언했다.
한편 클라이밋액션트래커는 미국과 유럽연합의 기후 계획도 '불충분'하다고 평가했으며, 현재 파리 목표에 부합하는 국가는 없지만 영국과 노르웨이와 같은 일부 국가는 이에 근접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지구 온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이미 1.2℃ 상승했으며, 전 세계 정부 모두 기후 행동의 속도를 높여야 함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