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워싱탐사대】국민연금 ‘탈석탄’선언 그린워싱 논란...국내외 연기금 친환경 행보는?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와 임팩트온은 올해 '그린워싱 탐사대 2기'를 운영한다. ESG에 관한 모니터링을 하는 청년 기자단을 중심으로, 이들을 직접 멘토링하고 이들이 작성한 기사를 보도한다.
지난 2021년 5월,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은 ESG 경영의 일환으로 국내외 석탄사업에 대한 투자를 단계적으로 중단하는 ‘탈석탄’을 선언했다. 국민연금은 해당 선언을 통해 특정 ESG 기준에 못 미치는 기업의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지 않는 ‘네거티브 스크리닝(Negative Screening)’전략을 심의, 의결하기로 예고했다. 그러나 연구 용역단계 이후로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기준안 의결을 지연하고 오히려 석탄 회사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등의 행보를 보이며 그린워싱 논란을 빚고 있다.
주요 국내 금융 기관의 탈석탄 선언...잘 지켜지고 있을까?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그린피스와 공동 발간한 <2021 한국 석탄금융백서>에 따르면 석탄발전 신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채권투자 중단 등을 선언한 금융기관은 2020년 18개에서 이듬해 100개로 증가하며, ‘탈석탄 선언’이 금융계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탈석탄 선언 이후 이에 대한 행동을 이행하지 않아 ‘그린워싱’ 비판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례로 전국탈석탄네트워크는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신한금융투자, KB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이 삼척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회사채 발행을 주관했다며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이 중 키움증권을 제외한 5개 증권사는 탈석탄 금융을 선언한 바 있다.
국내 금융계 탈석탄 선언의 대표주자인 국민연금도 그린워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기후솔루션이 지난해 발표한 <세계 석탄 퇴출 리스트(GCEL)>는 국민연금의 석탄 투자 금액이 지난 2021년 11월 기준 128억 9400만 달러로 전 세계 연기금 중 3위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또한 국민연금은 지난해 국내 우량 기업 지분의 확대를 이유로 다수의 석탄발전소를 보유한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 주식 투자를 늘려왔다. 이는 2022년 9월 기준 약 16조 6,500억원으로 탈석탄 선언 전인 2021년 약 12조 6,500억 원보다 증가한 수치다.
또한 글로벌에너지모니터(GEM)의 ‘9차 석탄발전소 연례 조사’ 내용에 따르면, 국민연금 외에도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산업은행 등이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0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해외 석탄 관련 사업에 투자했다고 밝혀졌다.
해외 연기금의 탈석탄 행보와 친환경 투자전략은?
반면 해외 연기금은 탈석탄뿐만 아닌 ‘탈화석연료’를 바탕으로 엄격한 ESG 투자기준을 확립하고 있다.
전세계 연기금 운용자산 규모 4위의 네덜란드 연기금 APG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석유와 가스 생산업체를 투자 대상에서 일절 배제한다. APG는 네거티브 스크리닝을 통해 투자를 제한하는 기업리스트의 목록을 웹사이트에 투명하게 공개한다. 또한 이들은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를 기준으로 ESG투자대상을 선별하고, 모든 투자대상의 탄소발자국을 측정한 후, 해당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20년 초, APG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신규 석탄 화력 발전소 건설 승인 문제를 이유로 한국전력공사에 대한 보유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노르웨이의 연기금 KLP 또한 투자 포트폴리오의 탈석탄을 선언하고 기후금융에 앞장서왔다. 이들은 친환경 투자에 대한 세부 분야 (육지, 해양환경, 농업, 임업)를 나누어 부문별 가이드라인을 수립해 투자기업을 선별한다. 또한 투자자 기후행동 이니셔티브 ‘Climate Action 100+’,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 ‘TCFD’ 등에 가입해 피투자기관의 탄소배출감축을 촉구하고 있다.
국내외 연기금의 환경 분야 의결권 행사… 어떻게 다를까?
국민연금과 해외연기금의 친환경 행보는 의결권 행사 부문에서도 두드러진다.
지난 1월, 한국사회투자책임포럼이 발간한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환경 관련 의결권 현황을 살펴보면,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한 총 20건의 해외주식 중 환경관련 주주 제안의 찬반비율은 찬성 55%, 반대 45%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국민연금의 환경 이슈에 대한 입체적인 이해의 부족과, 명확한 판단 기준의 부재가 일관성 없는 의결권 행사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국민연금이 반대한 환경관련 주주 제안에 대한 해외 연기금 찬성 비율은 각각 APG(100%), AP1(100%), CalPERS(33%), NBIM(22%), CPPIB(14%)으로 밝혀졌다. 특히 APG와 AP1은 국민연금이 반대를 행사한 9개의 제안에 전부 찬성 표를 던졌다. 주목할 점은, 국민연금의 의결권은 대부분 ‘리스크 대응 방안 및 정책에 대한 정보 공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반면 APG나 AP1는 정보 공개가 이루어졌더라도 기업의 실제 행동수준이 낮거나 그린워싱의 소지가 포착될 경우 적극적으로 반대표를 던지고 있다.
일례로, 홈디포의 ‘삼림파괴 근절 보고서’ 요구에 대한 주주제안의 경우, 해외 주요 연기금은 찬성표를 행사했다. 이는 홈디포가 삼림파괴에 대한 대응 방안과 정책에 대해 명시했으나 구체적 행동과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경우 홈디포가 리스크 대응 방안 및 정책에 대한 정보 공개를 충분히 했다고 판단해 반대표를 행사했다.
김수인 그린워싱 탐사대 청년기자
김수인 청년기자는 한림대학교에서 언론방송학을 전공하고 있으며, 기사를 통해 우리 곁에 존재하는 그린워싱을 찾아 기업과 소비자에게 필요한 실질적인 환경 행동을 이끌어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