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 친환경 철강 전환 위해 프랑스ㆍ독일 20억 유로 보조금 승인
유럽이사회(EC)가 프랑스와 독일의 철강 생산 공정 탈탄소화를 지원하기 위해 20억 유로 이상의 국가 보조금을 승인했다고 지난 24일(현지시간) 현지미디어가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세계 최대 철강업체 아르셀로미탈의 철강 생산 공정 일부를 탈탄소화하는 프로젝트에 8억5000만 유로(약 1조1994억원)를 지원할 예정이다. 독일 정부도 유럽 철강회사 티센크루프 스틸에 6억 940만 달러(약 7782억원)의 직접 보조금을 지원하고, 철강 생산 공정에 재생 가능한 수소를 단계적으로 도입해 수소 사용량을 늘릴 수 있도록 조건부로 자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EC는 성명에서 “이 프로젝트들은 EU 수소 전략, 유럽 그린딜 및 REPowerEU 계획의 일환으로 철강 산업의 탈탄소화를 실현할 수 있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아르셀로미탈과 티센크루프 스틸이 혁신 기술과 재생가능한 수소로 친환경 철강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아르셀로미탈은 이 지원금으로 프랑스 덩케르크 지역에 있는 기존 용광로 3곳의 탈탄소화를 실현하고자 한다. 용광로에 직접 환원 공장(Direct Reduction Plant)과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전기고로(Electric-arc furnace) 시설을 건축하고, 3곳 중 2곳에는 두 시설을 모두 설치할 것이다.
초기 운영에는 천연 가스를 사용하지만 단계적으로 제거해 나가고, 궁극적으로는 저탄소 수소, 바이오 가스 및 전기만을 사용한 친환경 철강 생산 공정을 운영하고자 한다.
아르셀로미탈은 스페인, 독일, 벨기에, 프랑스 철강 공장의 탈탄소화를 위해 2023년에만 EC로부터 총 12억 유로(1조6933억원)의 국가 지원을 승인받았다. 프로젝트 지원금은 2023년부터 2026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직접 보조금으로 지급될 예정이다.
직접 환원 공장과 전기 설비가 결합된 시설 2곳은 2026년에 첫 가동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연간 400만 톤의 저탄소 철강을 생산하고, 향후 15년 동안 약 7000만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C에 따르면 "직접 환원 공장을 첫 10년 동안 운영할 때에는 재생 가능한 수소를 조달하고 사용하는 데 드는 비용을 지원금으로 충당 할 것”이라며 “매년 수소의 소비자 가격과 수소량에 대한 독립적인 전문가들의 검증을 거친 후 자금이 지급될 것”이다.
티센크루프, 보조금으로 수소 철강 전환 가속화
독일 정부는 티센크루프가 친환경 철강을 생산하기 위해 EC로 부터 20억 유로(약 2조8222억원) 규모의 국가 보조금 승인을 받았다. 연방 정부 자금 13억 유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정부에서 받은 7억 유로가 이에 포함된다. 나아가 독일 정부는 녹색 전환과 관련된 민간 투자를 최대 30억 유로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EU의 경쟁 담당 집행위원인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Margrethe Vestager)는 독일의 이 같은 계획을 "유럽의 야심찬 기후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말했다.
티센크루프는 자금 지원을 받아 뒤스부르크 지역에 있는 직접 환원 공장과 두 개의 용융(melting) 장치를 건설 및 설치할 것이다. 최대 5억5000만 유로(약 7759억원)의 직접 보조금을 받고, 최대 14억5000만 유로(약 2조원)를 조건부로 지급 받을 것으로 보인다.
티센크루프는 2037년까지 단계적으로 천연가스 사용을 중단하고 재생 가능한 수소만을 활용해 공장을 운영할 예정이다. 이 공장은 이르면 2029년에 가동되고, 연간 약 14만 3천톤의 수소를 생산할 것이다. 이는 1년 내내 2시간 마다 가스 미터를 채울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티센크루프는 탄소 집약적인 철강 생산을 수소 기반의 청정 기술로 대체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탈탄소화 이니셔티브를 실행해 나갈 것이다. 2045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2030년까지 600만 톤의 탄소 감축을 실현하고, 2050년까지 철강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스코프1-3을 90% 이상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티센크루프는 프로젝트 기간 동안 5800만 톤 탄소 배출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티센크루프 철강 사업은 독일 전체 탄소 배출량의 2.5%를 책임지고 있다. 뒤스부르크 생산 공장은 석탄 기반 철강 생산으로 연간 약 20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해왔다. 친환경 철강으로 전환하기 위해 친환경 기술 연구를 수행하고, 올해 초에는 독일 엔지니어링 기업 SMS 그룹과 수십억 유로 규모의 직접 환원 공장 건설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그린스틸' 실현하려면 국가 보조금과 지원 필수
철강은 건물, 인프라, 기계 뿐 아니라 주요 교통수단에 사용되는 가장 필수적인 엔지니어링 및 건설 자재다. 그러나 전 세계 총 배출량의 약 8%를 차지해 중공업에서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철강 생산의 탈탄소화는 글로벌 최대 시급한 과제로 부상해 철강 업계는 수소를 활용한 ‘그린스틸’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스웨덴 철강회사 사브(SSAB)는 2026년 탄소제로를 목표로,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해 그린스틸을 생산할 예정이다. 일본의 대표 철강기업인 일본제철과 고베제강소 등은 2030년 30% 탄소감축을 목표로, 공정 과정에서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개발 중에 있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 기업들은 수소 기술 개발을 통해 친환경 제철소로 전환하고 있다.
특히 유럽 기업들은 청정 기술 분야를 선도하고자 하는 유럽연합의 그린딜 정책에 부합하고자 하며, 친환경 생산 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대규모 정부 보조금을 요청하는 건수가 늘었다다. 철강 생산업체들은 열악한 투자 전망과 높은 생산 및 에너지 비용으로 인해 기술 변화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친환경 철강 산업으로의 전환에 있어 국가 보조금과 정책 지원이 필수적임을 시사한다.
수소전문미디어 하이드로젠 센트럴은 "티센크루프의 자체 투자액은 10억 달러(약 1조2765억원)에 불과하다"며 "이 사례는 이산화탄소 감축을 빠르게 실현할 뿐 아니라 유럽 수소 경제의 원동력이 되는 것을 입증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