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_VBA 2020 지상중계_토론】 ESG 측정 표준화, 어떻게 추진돼야 하나

하버드 경영대학원, IFRS 등 ESG 측정 표준화 및 ESG 반영 회계 작업 "개별 기준별 통합 어려움 존재할 것"... 재무회계 표준화 40년, 이젠 비재무회계다!

2020-10-29     박란희 chief editor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잣대에 기존의 재무회계 말고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반영한 ‘ESG 재무회계’를 쓸 수 있을까. 

지난 28일, 서울 역삼동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열린 ‘VBA 2020 코리아’ 세미나의 토론에서는 ESG 측정 표준을 만드는 과정에서 겪게 될 다양한 시나리오를 엿볼 수 있었다. 우선 논의를 주도한 VBA(Value Balancing Alliance)는 ESG 측정과 표준화를 위해 설립된 글로벌 기업 연합체로, 유럽연합(EU)이 기업활동의 환경영향을 회계에 반영하기 위해 추진 중인 ‘녹색회계(Green Accounting)’ 프로젝트를 지난 2월 수주한 바 있다. 독일의 바스프(BASF)가 회장사, SK와 노바티스가 부회장사를 맡고 있으며 도이체방크·케링(구찌 모기업), BMW 등 글로벌 14개 기업이 회원사로 등록돼 있다. 정부기관과 경제기구(OECD·세계은행), 4대 글로벌 회계법인, 美 하버드대 등이 협력단체로 활동 중이다.

이들의 목적은 하나다. ‘모든 기업에 적용할 수 있는 국제적인 ESG 측정 표준을 만들자!’

장용석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에 참석한 네 명은 각각 회계기관, ESG 데이터 관련기관, ESG 평가기관, 기업 등의 목소리를 담았다. 김의형 한국회계기준원 원장, 장지인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한국위원회 위원장,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강동수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추진팀장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ESG 측정 표준화, 왜 필요할까

류영재 : 투자자 관점에서 표준화 필요성이 제기됐다. 투자자는 파이낸셜 팩터(factor) 위주로 기업을 평가해왔는데 점점 ESG를 잘못 관리하는 기업이 한방에 훅 가는 걸 경험적으로 느끼게 됐다. 일종의 우발 채무 같은 성격으로, ESG가 기업의 큰 리스크 팩터(factor)로 등장했다. 특히 연기금과 같이 장기 투자하는 곳은 이런 요인이 점점 중요해 진다. 때문에 투자자관점에서는 ESG가 점점 메인스트림화 되고 있다. 투자자들이 ESG투자를 고려할 때 팩터를 정확히 측정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표준화된 프레임워크에 의해 섹터간 비교가 가능해진다. 그래야만 어디에 가중치를 두고 투자할 지 결정할 수 있다. ESG 측정은 투자의 출발이라고 볼 수 있다.

강동수: 기관투자자 입장과 달리, 개인투자자는 상황이 다르다. 기관투자자는 독자적으로 판단하든지 전문기관 컨설팅을 받을 수 있지만, 개인투자자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있다. ESG도 화폐화로 전달 해야만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할 수 있다. 기업은 혁신을 통해서 밸류(value)를 창출한다. 화폐화 되어야만 기업의 혁신을 유도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이 기업이 그냥 좋은 일 하는게 아니라, 얼마나 잘하는지 못하는지 화폐화를 해봐야 올바른 선택이 가능하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기업들이 공시를 하고 그것이 주가에 반영되고, 이런 선순환 체계가 만들어져야 자발적으로 움직일 것이기 때문에 ESG 측정 표준화 뿐만 아니라 화폐화가 필요하다.

장지인 : UN이 ESG 용어를 사용한 게 2006년이다. 그때 규모는 6.5조 달러였는데, 작년 6월 기준 80조 달러가 넘는다. PWC 리서치 자료를 보면, 2025년이 되면 유럽에서는 전통적인 펀드 수보다 ESG 펀드 수가 많아질 것이라는 예측한다. ESG 투자 시장이 급격하게 커지고 커지면서 ESG 정보에 대한 역할이 중요해졌다. 현실을 들여다보면, ESG 정보를 둘러싸고 있는 생태계는 재무제표를 중심으로 한 재무회계 생태계에 비해 복잡하고 불투명하다.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보면, ESG 기준을 만드는 조직이 너무 많다. 2015년 OECD연구에 따르면, 400개 정도다. 리포팅 익스체인지 조사에 의하면, 70개국에 걸쳐 360개 이상의 ESG 스탠다드 있다. 기준의 수가 많을 뿐 아니라 기준간 내용도 천차만별이다. 기준이 많은 이유는 GRI(글로벌리포닝이니셔티브)나 SASB(지속가능성회계기준위원회) 등처럼 ESG 전부를 커버하는 기준도 있지만, 특정 지표만을 다루는 기준도 많다. 측정항목도 다르고, 범위도 다르고, 대상자들도 다르다. 대부분이 자발적 공시이여서, 공시된 정보의 품질을 담보할 수 있는 문제도 있다. ESG 투자 시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비교가능한 정보가 없다’ ‘신뢰성이 부족해 혼란을 초래한다’는 것으로, 궁극적으로 비효율성을 제공한다. 때문에 난립된 ESG 기준을 IFRS(국제회계기준)로 표준화하면 정보의 비교가능성과 신뢰성을 가져올 수 있고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 연기금 등은 글로벌 스탠다드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김의형 : ESG 투자자, 금융이 확대되고 있고 수요가 늘고 있는 건 분명하다. 양적인 수요 확대와 함께 한편으로 질 좋은 정보에 대한 기대도 많다. 통일성 있는 정보, 일관성 있는 정보 등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는 방법이 표준화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ESG에 관한 얘기를 하면서 혼란스러운 건 ESG 공시자료의 주요 사용자가 누구인가에 대한 혼선이다. 수요자가 누구인지 따라 표준화 정도가 좀 달라져야 하는데, 이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표준화를 얘기할 때 등장하는 IFRS는 고도로 표준화가 된 회계기준인데, 이렇게 될 수 있을까 하는 사람도 많다. 그 정도까지는 좀 어렵지 않겠느냐, 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날 현장 참석자를 대상으로 한 즉석 설문에서는, ESG 표준화의 수요자로는 투자자가 19명으로 가장 높았고, 정부(규제/감독기관) 3명, 기업(구성원) 3명, 협력사 0명, 소비자 1명으로 나왔다.

 

ESG 측정의 표준화 문제,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김의형 : ESG 보고(공시) 내용을 표준화하기 위해서는 3가지 범주가 있다고 생각한다. 토픽(topic)이 하나다. 기후변화인지, 수질인지, 플라스틱인지, 고용시장인지 등이다. 일종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연결기준도 어디까지 할지 결정해야 한다. 개별기업기준으로 할지, 지분관계가 있는 회사를 하나로 볼 것인지 등이다. 공급망 안에 있는 회사까지 통합해서 보고할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관세에 있어 원산지 증명은 매우 중요한 문제인데, ESG 표준화 또한 중요한 화두라고 생각한다. 표준화가 가능할지, 아닐지에 대해서는 예스(yes)와 노(no)가 다 존재한다. ESG 공시가 활성화되는 건 투자자그룹을 통해서다. 녹색금융, ESG 투자, 자본시장 부문에서 굉장한 압력이 오고 있다. 시장을 통해서 ESG 정보 공시 압박이 온다면 표준화가 가능하다. 그러나 각국의 입법을 통해서 산발적으로 오면 각국별 표준이 다를 것이기 때문에 통합이 잘 안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물론 ESG 표준화가 된 회계가 생겨나면서 발생할 문제에 대한 숙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기업에게는 기회이기도, 제약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장지인 : IFRS라는 글로벌 회계기준을 채택하는 국가가 140개국인데, 표준화로 안정화되기까지 40년이 걸렸다. (재무정보가 이렇게 오래 걸렸는데) 비재무 정보를 생산하는 기준을 통일하는 문제는 어렵고 방대한 과제다. 수년간 표준화에 대한 논의는 있어 왔다. 2014년 CRD(Corporate Reporting Dialogue)라는 협의체가 만들어졌다. ESG 정보 기준이 난립돼 있기 때문에 차이를 조정하기 위해서 조직체를 구성한 것인데, 8개 조직이 참여하고 있다. 과연 기준들간의 차이를 좁힐 수 있을까 하다가, TCFD(기후변화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의 중대성(materiality) 기준을 갖고 시험해보니 차이를 좁힐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올 6월 IFRS재단이 ESG 표준 제정 역할을 해보겠다고 밝히고, 9월에 네 곳의 대형 회계법인과 함께 공통 매트릭스 안을 만들었다. 5개의 대형 ESG 표준제정기구가 공동 노력하겠다는 선언문도 최근 발표했다. 국제회계사연맹이 지지하고, IFRS재단이 지원하는 걸 보고 성공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장애물이 너무 많다. 재무정보를 통합할 때는 국가마다 다른 회계기준이 문제였지만, 비재무정보의 경우 국가단위 뿐 아니라 개별 조직체까지 다르다는 게 문제다. 통합의 주체는 결국 IFRS재단이 되지 않을까, 라는 예상을 하기는 하지만, 그렇다면 1997년부터 활동해온 GRI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GRI 원칙을 적용하는 기업 수는 6000개가 넘는다. 이해충돌 문제가 있다. 실제로 통합하려면 개념 정의부터 시작해 표준화 할 게 너무 많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류영재 : 환경 이슈는 표준화가 용이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사회, 지배구조 이슈다. 지배구조는 나라마다 다른 특징이 있고, 영미는 소유와 경영이 구분 돼있다. 또 지배구조를 어떻게 화폐화 할 것인가, 메인스트림 쪽에서는 지배구조(거버넌스)를 가장 많이 본다. 사회 부문도 이슈가 있다. ESG나 CSR은 유럽 중심이어서 그쪽의 기준이나 문화를 반영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동물권을 인권(human right) 수준으로 본다. 우리 사회에서 컨센서스를 이룰 수 있느냐고 봤을 때, 이렇게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표준화를 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에 봉착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한다.

강동수 : 기업 입장에서는 ESG를 측정해서 화폐화할 경우 소송으로 갈 수도 있고 리스크가 있는데 왜 공시를 하자고 하느냐 하면, ‘ESG 경영을 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라는 생각이 있다. 표준화 기간이 단축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회, 지배구조 부문을 표준화하는 게 어렵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상당 부분 동의하긴 하지만,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니까 같이 고민해서 나가자고 말하고 싶다.

 

ESG 이슈를 화폐화할 경우 어려운 점, 개선해 나갈 점

강동수 : 기업 입장에서는 환경투자를 하면 당기순이익이 나빠진다. SV(사회적 가치) 측정이 되어야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태양광에 100억 드는 회사, 석탄에 1000억 드는 회사 어느 곳에 투자하겠는가. 화폐화를 해야만 투자를 제대로 할 수 있다.

류영재 : 메인스트림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미 화폐화하고 있고 지금 내재화하고 있다. ESG를 주로 평가하는 평가기관이 많다. 기관투자자들에게 이 평가정보를 제공하면, 각각 여러 방법론을 동원해서 ESG 점수를 어떻게 리밸류에이션(re-valuation)할 지 결정한다.

김의형 : 재무 정보는 손익, 회사의 부를 측정하는데, ESG는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어떤 것은 화폐화가 어렵고 그렇게 환산하는 게 의미가 없는 것도 있다. 기업 보고는 매트릭스 보고를 하고, 그걸 이용하고자 하는 사용자들이 자신의 방법론을 갖고 환산하든지, 평가기관이 화폐화로 환산하든지 등 2단계 접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장지인 : ESG의 통일된 기준이 나오더라도 기존의 재무정보와 통합하는게 굉장히 어렵다. 화폐화만 되면 ESG 정보를 통합하는 게 쉬워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는 것 같은데, 사실 회계에서 비재무정보는 ‘화폐화 못한 정보’다. 회계의 인식기준 중 하나가 합리적인 추정이 가능할 때 화폐로 측정하는 것이다. VBA를 보면서 놀랍기도 하고 혁신적인 시도라고도 생각했는데, 방법론 중에서 회계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경제학적인 접근법을 사용하고, 마케팅에서 하는 가격 추정 방법을 사용하더라. 지금까지 이런 시도를 별로 해보지 않았는데…. 좀 더 합리성을 담보할 수 있는 금액 측정이 나오게 되면 새로운 변화가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버드 대학 교수가 자신 있게 말하는 것을 보고 임팩트 기법을 연구해 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미래에 바라는 점은

김의형 : 하버드 교수팀의 연구가 성공하게 되면 굉장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SG 공시보고 확산이 엄청 커지고 다양해지면, ESG 투자 펀드가 많아질 것이다. 여태까지는 기업이 사회와 소통을 하지 않고, 반면 사회는 기업한테 신경 좀 쓰라고 했는데 이젠 달랐던 언어(language)가 통합되는 것이다. 이제 언어가 통일되고 표준화되면 얘기가 통하게 되는 것이다.

장지인 : IFRS가 만들어질 때 한국은 전혀 기여를 하거나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지금은 한국의 역량이 굉장히 달라졌기 때문에, 한국이 그 과정에서 제대로 기여할 수 있고 리더십이 꼭 생겼으면 좋겠다.

강동수 : VBA는 기업들의 얼라이언스다. 지금까지 NGO, NPO 중심으로 ESG가 표준화됐다면, 사용할 기업이 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만들어서 같이 쓸 수 있도록 IFRS와 EU에 제공할 예정이다. 기업들은 네거티브한 영향도 줄이고,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것을 측정하고 가속화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류영재 : 논의를 누가 주도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논의 기구의 주도하에서 섹터별로 전문화 할 필요가 있고, 이를 바탕으로 공시 디스클로저(Discloure)를 해야 한다. ESG 논의 주체에서 애셋 오너(ASSET OWNER)의 역할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