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력망 연결 간소화 추진… 재생에너지 공급 속도 내나

2023-08-03     이재영 editor

미국 연방 에너지 규제 위원회(이하 FERC, Federal Energy Regulatory Commission)가 신규 발전원의 계통연계 간소화 규정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고 지난 7월 31일 CNBC가 보도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새로운 규정이 재생에너지 공급 지연 문제를 해소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미국 에너지 규제 위원회가 계통연계 간소화를 위한 새로운 규정을 도입했다. / 픽사베이

대기 중인 신규 전력 규모 2020기가와트

폭염으로 전력 수요 급증해… 가용 전력 확대 필요성    

계통연계란 서로 다른 전력계통을 연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재생에너지 확산으로 소규모 분산 전원이 늘어나면서 계통연계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에서 풍력발전소나 태양광 발전소 등 신규 발전업체가 기존 전력망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송전업체에 계통연계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전력망을 운영하는 송전업체는 순차적으로 새로운 계통연계를 위해 필요한 장비, 업그레이드 사항, 전체 소요 비용 등에 대한 조사를 수행하게 된다. 발전업체는 차례가 되기까지 계속 대기해야 한다.   

현재 미국 전체 송전망의 용량은 1250기가와트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Lawrence Berkeley National Laboratory)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서 계통연계를 위해 대기 중인 전력 규모는 2020기가와트에 이른다. 이 중 1350기가와트는 대부분 재생에너지다. 나머지 670기가와트는 저장용이다.

문제는 기존 전력망의 수요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점이다. 지난주 13개 주와 워싱턴 D.C에 전력을 공급하는 지역 송전업체 PJM는 폭염으로 인해 전력 수요가 폭증했다며 비상 가동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경보를 발령했다. 실제로 비상 가동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노후화된 전력망도 문제다. 전송 인프라의 수명은 50년~80년 정도인데, 미국 전력망은 주로 1960년~1970년 사이에 건설돼 대부분 노후화됐다. 컨설팅 기업 브래틀 그룹(Brattle Group)이 2021년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노후화된 전송 인프라를 교체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연간 100억달러(약 12조원)에 이른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FERC는 계통연계의 속도를 높이고 절차를 간소화하는 새로운 규정을 승인했다. 변경 사항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송전업체의 조사 범위가 개별 발전설비 단위가 아니라 대규모 발전단지 수준으로 넓어진다. 조사 범위를 확대하면 여러 프로젝트를 한 번에 분석할 수 있어 계통연계 프로세스의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발전업체는 적시에 조사를 받기 위한 우선순위를 유지하기 위해 재정 보증금 등 특정 요구사항을 준수해야 한다.

둘째, 송전업체는 계통연계를 위한 마감일을 지켜야 한다. 송전업체는 신청서를 제출한 발전업체에 기한 내 응답해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페널티를 받게 된다.

셋째, 발전업체는 같은 위치에 배치된 여러 개의 발전시설에 대해 하나의 신청서만 제출하면 된다. 이것은 발전시설과 전력 저장용 배터리를 동시에 운용하는 프로젝트를 위한 것이다. 일단 신청서를 제출한 프로젝트는 도중에 새로운 배터리가 추가 설치되어도 별도의 서류를 준비할 필요가 없다.

  

"송전 없이는 에너지 전환도 없다"… 재생에너지 위한 시스템 개선 필요

초당적 인프라법, 미 전역 대용량 송전선로 구축 추진 중

 화석 연료는 전력 수요 지역 근처에서 연소시켜 발전이 가능하다. 반면 재생에너지는 바람이 세게 불거나 태양이 강렬하게 비추는 지역, 즉 도시나 산업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생산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미국 에너지 전문가들은 “송전 없이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도 없다”며 송전 시설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바 있다.

재생에너지는 그 특성상 생산량 통제가 어렵다. 따라서 전력망이 탄력적이고 유연해야 하는데,  현재 시스템은 전력을 거의 실시간으로 배송하는 구조라 재생에너지에 적합하지 않다. 그러나 송전 시설 건설에는 비용이 많이 들어, 발전업체가 감당하기 어렵다. 송전업체의 조사 과정도 느려, 발전업체는 계통연계를 위해 평균 5년 이상 대기해왔다.

전력업계 컨설팅 기업 그리드 스트래티지(Grid Strategies) 설립자이자 사장 롭 그렘리히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전역에 적용되는 규정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는 점이 인상적”이라며 “계통연계 간소화 정책이 에너지 전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에너지 정책 연구원 조셉 렌드 또한 “대기 중인 에너지 저장 장치 및 하이브리드 프로젝트들의 실제 가동을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비영리단체 미국 재생에너지 위원회(Renewable energy group American Council) CEO 그레고리 웨스트톤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FERC는 송전 시스템 개혁을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 에너지부는 바이든 정부의 초당적 인프라법(BIL)에 의해, 2022년 1월 더 나은 그리드 구축 이니셔티브를 출범, 새로운 대용량 송전선로의 전국적인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 이니셔티브는 전력 분배 시스템의 유연성과 탄력성 개선을 목표로 하며, 2035년까지 청정 전력 100%, 205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 달성을 위해 고압 송전 설비와 배전 시스템 건설을 추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