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워싱 탐사대】 포장재, 정보 공개에 따라 친환경성 갈려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와 임팩트온은 올해 '그린워싱 탐사대 2기'를 운영한다. ESG에 관한 모니터링을 하는 청년 기자단을 중심으로, 이들을 직접 멘토링하고 이들이 작성한 기사를 보도한다.
기업의 친환경 포장재가 그린워싱이 아닌, 친환경적인 변화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정보 공시가 요구된다.
2021년 4월에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는 종이병 제품을 출시했으나 제품 겉면에 부착된 ‘종이병’이라는 홍보문구와는 달리 플라스틱 포장재가 포함되어 있어 그린워싱 논란을 빚었다.
같은 해 코카콜라는 종이병에 담긴 과일 탄산 음료를 출시했는데, 탄산의 압력을 견디기 위해 뚜껑은 플라스틱 소재로 제작했음에도 그린워싱으로 지적되기 보다는 친환경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받았다.
두 종이병 모두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였지만, 가장 큰 차이는 공개된 정보를 통해 플라스틱 포함 여부와 그 이유를 파악할 수 있는지에 있었다.
친환경 포장재에 대한 새로운 기준, EU 포장재법
이전에는 포장재의 친환경성을 평가하는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친환경 포장 소재에 대한 그린워싱 분별이 어려웠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EU 포장재법의 개정안을 통해 2030년 이후의 규제 항목에 대해 재활용률, 재사용률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제시되면서 친환경 포장재를 구분하는 명확한 평가 기준이 확립됐다.
포장 및 포장 폐기물에 관한 법에 대한 개정안은 2030년까지 EU 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든 제품의 포장재는 100%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로 전환하도록 규정한다. EU에서 사용되는 플라스틱의 40%, 종이의 50%가 포장 목적으로 사용되는 만큼, 폐기물 감소 목표 달성을 위해 포장재의 재활용 및 재사용률을 높이는 것은 필수적이다.
EU의 포장 및 포장 폐기물에 관한 법(PPWR) 제2장 지속 가능성 요구 사항 제7조에서 ‘플라스틱 포장의 최소 재활용 함량’에 대한 구체적인 비율을 명시하고 있다. 2030년부터 플라스틱 구성요소의 특징에 따라 최소 10~35%의 재활용 소재가 포함돼야 한다. 또한 제4장 제5장과 제7장의 의무 이외의 경제 운영자의 의무 제26조에서 ‘재사용 및 리필 목표’에 대한 산업 특성별 재사용(리필) 가능한 포장의 최소 비율을 확인할 수 있다. 산업군에 따라 최소 5~30%의 재사용률을 보장해야 한다.
해당 기준은 환경 영향 평가를 기반으로 확립된 만큼 친환경 포장재를 선별하는 정량화된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포장재의 재활용을 통해 실질적으로 포장 폐기물을 감축시키는 것이 목표인만큼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EU에 수출되는 한국 제품도 2030년부터 해당 법안에 의해 규제받기 때문에, 이에 걸맞는 포장재 개발 및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모레퍼시픽의 친환경 패키지를 위한 노력…정보 공개는 개선 필요해
2021년 아모레퍼시픽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따르면, 포장재의 환경 영향 개선을 위해 ‘플라스틱 감소와 재활용’ 두 가지 측면에서 노력하고 있다. 338개가 넘는 신제품의 2차 포장재를 식물 부산물 지류와 같은 지속 가능한 지류를 활용하고, 36개 이상의 제품에 식물 유래 플라스틱이나 재활용 플라스틱을 활용하는 등 구체적인 변화가 확인된다. 특히 지속 가능 플라스틱의 사용을 확대하면서 약 562톤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감축했다.
2023년 6월 발행한 2022년 아모레퍼시픽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서는 ‘그린 사이클 캠페인’에 대한 설명과 플라스틱 포장재의 재활용 재료 비중을 공개하고 있다.
총 플라스틱 포장재 중량 대비 재활용 원재료 비중은 6.6%로 EU 포장재법 최소 기준 10%보다 낮은 수치이다. 또한 EU 포장재법에서는 플라스틱 구성요소의 특징에 따라 기준을 달리하고 있는데, 해당 보고서에서 각 포장 제품의 정확한 소재와 특징을 분류하여 사용량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각 제품에 적합한 EU 포장재법을 기준으로는 개선점으로 확인된다.
아모레퍼시픽의 보고서에서 EU 포장재법에 의해 규제받는 재사용률에 대한 정량화된 수치를 찾을 수 없다. 지속 가능 포장재가 총 생산량 중 몇 퍼센트를 차지하며, 생산량 대비 재활용 가능 제품군 비율, 재사용 가능 제품군 비율이 얼마나 높은지를 공개했을 때 비로소 포장재의 지속가능성을 정량화하여 평가할 수 있다.
코카콜라의 지속가능한 패키징 강화와 자세한 정보 공개
2023년 4월 발행한 2022년 코카콜라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코카콜라는 2018년부터 포장재에 대한 순환 경제 구축을 위해 ‘쓰레기 없는 세계(World Without Waste: design, collect, partner)’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World Without Waste는 2030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탄소 발자국의 약 30%를 차지하는 포장재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시작됐다. 전 세계를 기준으로 재활용 가능한 포장재가 90%, 재활용 원재료 비중 25%, 재사용 포장재 14%를 활용하며 자사 2030 포장재 목표 및 EU 포장재법 기준에 가까워지고 있다.
특히 재사용 포장재 비율의 경우, 무알코올 음료에 대한 EU 포장재법의 기준인 10%를 이미 충족한 상황이다. 다른 항목과 비교했을 때 2018년에 비해 가장 큰 변화폭을 만들어 낸 항목이기도 하다.
재활용을 위해 수집되고 있는 소재별 회수율도 확인할 수 있는데, 캔과 페트병의 경우에는 각각 61%, 58%의 회수율을 보인다. 나아가 ‘other’로 분류되는 재활용이 어려운 혼합 소재의 활용을 줄이고, 재활용에 용이한 캔과 페트병의 활용을 늘리는 추세다.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의 환경 영향에 대해 평가할 때 기업이 제공한 ‘정보’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만큼 최대한 자세하고 다양한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지원 그린워싱 탐사대 청년기자
최지원 청년기자는 한국외국어대학교 방송영상뉴미디어를 전공하고 환경학을 이중 전공하며 친환경과 그린워싱을 구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환경을 위한 선택이 늘어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