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ASB, 지속가능보고 인증기준 'ISSA 5000' 발표...그 의미는?
미국과 EU에서 지속가능성(ESG) 공시가 의무화되면서, 이에 대한 제3자 인증(assurance) 또한 중요해지고 있다.
제3자 인증을 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혹은 ESG 공시를 검증하는 '인증기준(표준)'이 중요한데, 이러한 인증기준을 만드는 곳은 전 세계적으로 2개 기관이 존재한다. 하나는 국제회계사연맹(IFAC)의 국제감사인증기준위원회(IAASB)에서 발행하는 'ISAE 3000'이고, 또 하나는 영국 비영리기관 어카운트빌리티(AccountAbility)에서 발행하는 'AA 1000' 시리즈다.
글로벌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이 바뀌었거나 바뀌고 있으니, 이러한 공시기준에 대한 외부 인증기준이 바뀌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에 지금까지 사용되던 'ISAE 3000'을 대신할 새로운 인증기준(표준)이 2일 발표됐다. 일명 'ISSA 5000(International Standard on Sustainability Assuarance 5000)'이다.
책임투자 미디어를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IAASB는 홈페이지를 통해 12월까지 관련 이해관계자 피드백을 받으며, 최종안은 2024년 말 이전에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IAASB는 "ISSA 5000은 기업 유형, 산업과 관계없이 모든 기업에 적용될 수 있도록 고안됐다"며 "GRI, ISO, EU CSRD, 미국 SEC 기후공시, IFRS 기후 및 지속가능성 보고 기준(ISSB) 등 기업들이 활용하고 있는 글로벌 지속가능성 공시 프레임워크에 상관없이 지속가능성 관련 주제에 모두 적용된다"고 밝혔다.
현재 변화하고 있는 지속가능성 기준을 포괄적으로 검증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IAASB는 또 "오는 10월에는 4개의 라운드 테이블을 개최해 유럽 집행위원회(EC), 금융안정이사회(FSB), 글로벌 보고 이니셔티브(GRI), 국제기업지배구조프레임워크(ICGN), 국제증권위원회(IOSCO),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및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 등 공시 표준제정자를 포함한 광범위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ISSA 5000은 지속가능성 공시 일관성(consistency) 및 비교 가능성(comparability)을 강화하기 위해 작년 9월 승인 됐으며, 올 12월 1일까지 최종 협의될 예정이다.
해외에선 회계기관에서 인증기준 70% 이상 차지하지만, 국내는 정반대
국내에서는 현재 ESG 보고의 제3자 인증을 회계법인에서 할 것인지, 법무법인 혹은 다른 독립된 기관에서도 가능할지 등을 두고 각 기관간의 알력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지속가능성(ESG) 이슈를 주로 생산성본부(KPC), 한국표준협회 등 국내 컨설팅기관에서 담당해온 데다, 회계법인과 법무법인은 최근 3~4년 사이에 시장에 진입했다. 때문에 국내의 ESG 시장 생태계는 제3자 인증 기준을 적용함에 있어서, 해외와는 정반대였다.
공인회계사회 국내 ESG보고서 인증현황에 따르면, 회계법인 인증 비율은 프랑스 98.1%, 이탈리아 97.3%, 독일 93.8%에 달하며 일본(62.8%), 영국(53.5%)이지만 한국은 3%에 불과하다.
보고서 인증 기준 또한 글로벌에서는 'ISAE 3000' 인증기준이 70% 이상 사용되지만, 국내에서는 수치가 정반대다. 국내기업 144곳(80.4%)가 영국 어카운터빌리티 기준인 'AA1000AS'을 사용했고, IASE 기준 적용은 6%(12곳)였다.
하지만 국내도 상황이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지속가능성 기준이 까다로워짐에 따라, 국내에서도 이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에서다.
이번 ISSA 5000은 지속가능성 공시 품질을 검증할 수 있는 인증기관을 '회계법인 및 일정한 자격을 갖춘 독립기관'으로 정했다.
톰 세이든스타인 IAASB 의장은 “우리가 제안한 ISSA 5000은 국제증권위원회(IOSCO) 권고에 직접 대응하고, 국제회계사윤리기준위원회를 포함한 품질관리 표준을 적용한다면 모든 인증 실무자가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리적 요구사항을 준수하고, ISSAB의 품질관리 시스템을 적용할 경우 인증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톰 의장은 “기업들이 독립적인 외부 인증을 받으면 지속가능성 공시에 잘못된 진술이 없다는 확신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글로벌 일각에서는 제3자 인증이 과연 기업 ESG 공시의 품질을 깐깐하게 검증할 수 있는지, '합법화된 그린워싱 통로는 아닌지'에 관한 회의론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프랑스ㆍ독일, 지속가능성 인증 표준 이미 적용
IAASB 부의장 및 지속가능성 태스크포스의 조세핀 잭슨 의장은 "독일 감사 회사들은 현재 비재무보고의 자발적인 인증을 위해 ISAE (International Standard on Assurance Engagements) 3000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도 지속가능성 인증 서비스를 도입했다. 프랑스 감사기구 H3C는 6월 말에 인증 서비스 제공자들을 위해 CSRD에 특화된 지침을 발표했다. 2024년에 최초로 CSRD 인증에 참여할 예정이며, 2025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인증 서비스를 착수할 예정이다.
인증워킹그룹 의장을 맡고 있는 H3C는 IAASB가 유럽과 글로벌 공시 프레임워크와 적절성을 이룰 수 있도록 방안을 고려할 예정이다. 지속가능성 보고에 관한 유럽 공시 표준이 없는 상황에서 인증 표준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H3C은 인증 표준 개발을 위해 아문디, 크레딧 아그리콜, 유럽 재무보고 자문 그룹 (EFRAG), 토탈 에너지를 포함한 프랑스 투자자 및 이해관계자들과의 라운드테이블을 수십 차례 진행하기도 했다. H3C는 “이번 표준은 CSRD 보고를 위해 '제한적 보증(Limited assurance)'에 참여하는 모든 실무자들이 전문적인 실무 표준개발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발혔다. 제한적 보증은 감사인의 '검토의견'과 같이 정보제공자의 신뢰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합리적 보증(예 '감사인의 감사의견')과 같은 상당히 높은 수준의 보증보다는 약한 수준에 해당된다.
IAASB의 회장인 톰 세이든스테인(Tom Seidenstein)은 ”ISAE 3000은 비재무보고에 대한 인증 표준을 제공했지만 이해관계자들은 지속가능성 보고서의 인증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지침을 요구했다”고 새로운 표준(기준)의 취지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