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ESG 이슈 〈한국도 드디어 ‘넷제로’, 비금융사 ‘탈석탄’ 줄줄이〉
文 대통령도 2050 ‘넷제로’ 선언... '대규모 전환'으로 접어들까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국제사회와 함께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해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고 선언했다. 한국이 '넷제로'를 선언한 것은 처음이다. 특정 시점까지 탄소제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과 일본의 ‘넷제로’ 선언도 문 대통령에게 압박을 줬다고 볼 수 있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은 UN 연설에서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26일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총리도 2050년까지 넷제로 달성 목표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석탄발전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해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2018년 재생에너지가 총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8%. 반면 석탄은 41.9%다. 석탄발전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려면 현재 발전량보다 약 7배 늘어야 하는 것이다.
탄소 저감을 위해 산업계 부담 증가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서비스업 비중이 높은 미국이나 주요 유럽 국가들과는 달리 한국은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제조업 비중이 높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본부장은 26일 대한상공회의소 토론회에서 "LEDS 초안 중 제일 탄소 적게 줄이는 시나리오(2050까지 온실가스를 2017년 대비 40% 감축)만 현실화해도 철강·석화·시멘트 업종의 저탄소 전환비용이 40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비금융 최초 '탈석탄' 선언한 삼성물산... 좌초자산 처분도 지켜봐야
삼성물산이 글로벌 환경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석탄 관련 신규 사업을 중단한다. 국내 비금융회사 중에선 처음으로 탈석탄 선언을 했다. 다만 최근 논란이 돼 온 베트남의 초대형 석탄화력발전 사업은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삼성물산은 27일 이사회를 열어 전사적인 ‘탈석탄’ 사업 방침을 결정했다. 우선 건설부문은 석탄화력발전 관련 사업에 투자, 시공 등 어떠한 방식으로도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베트남 붕앙2 석탄화력 발전사업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걸려 있어 쉽게 중단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붕앙2 석탄화력 발전사업은 한국전력이 주도하고 있으며, 이를 주관하는 산업통상자원부 또한 꾸준히 참여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정부 또한 ‘국가와 국가 간 신뢰’가 걸린 사안이라는 판단을 내린 탓에 삼성물산으로선 그만두기 어려운 입장이다.
다만 신규 석탄사업은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 4개 부문(건설·상사·패션·리조트) 중 건설과 상사부문이 석탄사업을 벌이고 있다. 건설 부문은 석탄발전소의 설계·조달·시공(EPC)을, 상사 부문은 석탄 트레이딩을 한다. 앞으로 어떤 쪽으로든 석탄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탈석탄'을 선언했지만, 아직 삼성의 좌초자산은 16조원 이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2009년 이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채권·보험 인수 등을 통해 석탄 관련 산업에 16조원 이상의 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이어 한국전력도 脫석탄 선언
한전은 28일 보도자료에서 "앞으로 해외 사업을 추진할 때 신재생에너지, 가스복합 등 저탄소·친환경 해외 사업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4건의 해외 석탄화력발전사업 가운데 인도네시아 자바 9·10, 베트남 붕앙2 사업은 상대국 정부와 사업 파트너들과의 관계 및 국내기업 동반 진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 나머지 2건(남아공·필리핀)은 LNG 발전으로 전환하거나 중단하는 방향으로 재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한전은 2050년이면 해외 석탄화력발전사업이 모두 종료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기존 투자는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반쪽짜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