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글로벌, 기업 신용평가서 ESG점수 제외한다

2023-08-11     송선우 editor

 

S&P글로벌의 ESG신용지표  예시/S&P Global

지난 4일, 세계 최대 신용평가사 S&P글로벌이 신용평가에서 ESG점수를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21년, S&P글로벌은 E(환경), S(사회), G(지배구조) 분야별로 1에서 5까지 리스크 노출도 점수를 매기는 ESG 신용지표(ESG Credit Indicators)를 공개하며, 상장기업 및 일부 자산군에 대한 ESG 신용평가를 수행했다. 하지만, 최근 많은 투자자가 해당 점수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피드백을 전달하면서 2년 만에 해당 지표를 삭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S&P글로벌 측은 정량적 점수 대신에 애널리스트 의견 중심의 정성적 분석을 통해 ESG분야의 신용평가를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계, ESG평가점수의 신뢰도에 의문 제기 

S&P글로벌이 ESG평가점수를 제외한 이유는 투자자들의 피드백 때문이다. 블룸버그의 취재 결과에 따르면 많은 투자자가 “S&P글로벌의 ESG점수가 어떻게 산정되는지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해 의사결정과정에서 이를 활용하지 못한다”라는 의견을 피력했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계에서는 ESG평가점수에 대한 신뢰도 문제가 계속해서 지적되기도 했다. 

일례로,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에 조사결과에 따르면, 기업의 재무상태신용평가에 대한 평가사 간의 상관성(Correlation)은 99%에 달하지만, ESG평가에 대한 평가사 간의 상관성은 60%에 불과하다고 밝혔으며, 대기업이 중견/중소 규모 기업에 비해 비교적 후한 점수를 받는다고 밝힌 바 있다.

신용평가사 또한 ESG분야의 평가지표 개발에 어려움을 표한 바 있다.

신용평가사 Fitch의 자회사 Fitch Learning의 ESG총괄 아민 게팅거(Armin Geltinger)는 “E,S,G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글로벌 표준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신용리스크 평가지표 개발 과정에서 어떠한 ESG이슈를 포함시켜야 할지 어려움이 있다”며 “또한, 지난 수년간의 ESG데이터는 충분히 확보하고 있지만 20년, 30년 전의 기업ESG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기업의 ESG신용리스크를 온전히 파악할 수 없다”고 우려를 밝힌 바 있다.

 

S&P글로벌, "분석적 설명이 ESG평가에 가장 효과적"…

점수 중심의 ESG평가 바뀔까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가 제시한 ESG평가 분류

S&P글로벌의 기존 ESG신용평가는 정량적 점수와 정성적인 분석을 모두 포함했다. 하지만, 투자자 피드백 수렴을 통해 정성적 분석 중심으로 평가 시스템을 개편했다. 이에 대해 S&P글로벌 측은“분석적 서술의 형태로 ESG를 평가하는 것이 ESG신용평가의 투명성과 디테일을 보장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정부, 투자자 등의 이해관계자들 또한 기존 ESG평가체계의 개선을 원하는 모양새다.

실제 글로벌 환경컨설팅 업체 ERM의 ‘ESG평가기관에 대한 평가 (Rate the Raters) 보고서’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ESG평가체계의 일관성’과 ‘평가 방식에 대한 명확성’을 지적했으며, 유럽과 일본 정부는 ESG데이터 평가에 대한 점수 산정방식, 정보 공개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관련기사: 'ESG평가기관을 평가한다'…ERM, ESG 평가기관 순위 공개

EC, 6월 중순경 ESG 등급 규정 제안을 발표 예정

이에 S&P글로벌은 ESG점수에 대한 산정 방식을 고도화하기보다는 애널리스트의 정성적인 분석(의견)을 중심으로 평가체계를 개편한 가운데, 타 신용평가사 및 ESG평가기관은 어떠한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