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팜 인권실사 특집시리즈 ③】 “고충접수 0건? 작동하지 않았던 이유를 알려드립니다”
올해 1월 1일 발효된 독일의 공급망 실사법에서 5가지 핵심요소를 보면, ▲인권 존중에 관한 공공 정책 성명서가 마련돼 있는지 ▲실제 및 잠재적으로 부정적인 인권 영향을 식별하는 프로세스가 마련돼 있는지 ▲효과에 대한 적절한 완화 조치와 통제가 마련돼 있는지 ▲일반에게 공개 보고를 수행했는지 ▲고충처리 메커니즘을 구축하거나 참여했는지가 있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고충처리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것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공장의 노동자, 지역사회, 농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는 메커니즘을 만들기란 매우 어렵다. ‘임팩트온’은 오는 9월 14일(목 ) ‘공급망 실사 컨퍼런스를 앞두고, 영국 옥스퍼드 현지에서 옥스팜의 공급망 실사 관계자들을 인터뷰했다.
Oxfam Business Advisory Service팀 인터뷰
Q. 고충 처리 메커니즘이란 무엇인가.
근로자들이 직장에서 그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들에 대한 문제, 불만, 그리고 우려를 제기하기 위한 제도다.
고충 처리 메커니즘은 기업이 근로자들의 우려를 듣고 해결해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급망에서 인권의 가시성을 높이고 문제가 확대되기 전에 기업에 경고할 수 있다. 또한 근로자에게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낮은 사기, 결근 및 질병으로 인한 저생산성 문제를 해결한다. 직원의 이직을 줄임으로써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특히 공급망 현장 차원에서 고충 처리 메커니즘을 갖게 되면 이점이 있다. 문제가 발생하는 곳에 가장 가까이 위치해 접근이 쉽고 해결책을 제공하는 데 더 효율적이라는 점이다. 안전하고, 투명하며, 성평등한 고충 처리 메커니즘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근로자의 목소리를 높이고 차별과 불평등을 해결하는 데 필수적이다.
Q. 고충 처리 메커니즘에는 어떤 형태가 있는가.
가장 대표적인 고충처리 메커니즘 방식은 핫라인이다. 하지만 이는 한가지 예일 뿐이며, 비공식적 불만접수, 소원수리함, 앱, 위원회 등의 공식절차가 포함될 수 있다.
고충처리 메커니즘이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근로자 및 피해자와 함께 고충 처리 메커니즘을 설계하고, 산업, 국가, 문화 및 이해 관계자에 맞게 메커니즘의 구조를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고충 처리 메커니즘이 노동자 조직[노동조합]의 대체물로 사용되어서는 안된다.
Q. 고충 처리 메커니즘이 잘 작동하고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근로자들이 고충 처리 제도를 이해하고 신뢰할 때, 목소리를 내게 된다. 고충처리제도를 수립한 후 고충 접수를 받지 않는 것이 좋은 일로 보일 수 있다. 이는 근로자들의 만족도가 높고 특별히 제기할 문제가 없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커다란 위험 신호가 될 수 있다. 근로자의 고충이 없어서가 아니라 해당 제도를 신뢰하지 않거나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우려를 제기하는 것이 편하지 않기 때문에 고충접수를 하지 않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옥스팜은 수년간 기업 및 근로자 모두와 관계를 맺어오면서, 기업들이 고충 처리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근로자들이 고충 처리 메커니즘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한데, ▲고충처리 메커니즘의 존재여부 혹은 절차를 알지 못하거나 ▲문제 해결이 될 것이라는 신뢰를 가지지 못하거나 ▲고충 접수로 인해 부정적인 영향이 돌아올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로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어떠한 형태의 고충처리 메커니즘이 가장 적합한지 이해시켜야 한다. 또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고충처리 메커니즘 설계과정에 근로자들을 참여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Q. 좋은 고충 처리 메커니즘이란 무엇인가.
고충 처리 메커니즘은 사람들이 조기에, 공개적으로, 정보에 입각하여,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에서, 신뢰할 수 있는 채널을 제공할 때에만 효과적이다. 때문에 이는 ▲높은 접근성을 가져야하고 ▲공평하며 ▲투명하고 ▲ 예측가능한 절차를 가져야 한다.
중요한 것은 모든 상황에 들어맞는 고충처리 메커니즘의 형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좋은 고충 메커니즘은 기업이 고충 메커니즘을 사용할 사람들, 즉 그들의 근로자들과 협력하여 그들의 요구사항에 맞는 효과적인 메커니즘을 만드는 것이다.
또한 메커니즘 설계 단계에서 '고충'의 정의에 대해 근로자와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일부 근로자들은 해당 용어를 심각한 문제에만 연관지어 생각하기 때문에, 목소리를 내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부 기업들은 옥스팜 비즈니스 자문 서비스와 협력하여 ‘고충’이라는 단어 대신에 ‘제안과 우려’, ‘피드백과 아이디어’와 같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근로자들이 고충 접수시 어떠한 채널을 선호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여성과 이주노동자와 같은 소외집단을 위해 ▲사적 공간에 소원 수리함 배치 ▲익명 핫라인 전화 및 이메일 ▲익명 문자신고 시스템 ▲포커스 그룹 등을 조성하는 것은 고충접수에 대한 장벽을 줄이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근로자가 익명으로 사용할 수 있는 채널을 포함할 것을 권고한다. 기업 경영진은 종종 익명의 고충을 받는 것을 거부하며, 고충을 해결할 수 없을까봐 두려워한다.
그러나 익명의 고충을 허용하는 것은 더 많은 근로자들이 목소리를 내도록 격려하고, 보복 등 부정적 영향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며, 취약계층 근로자들이 프로세스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 고충이 익명일 때에도, 기업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근로자들에게 고충 접수한 후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는 신호를 보내고, 긍정적 피드백 체계를 수립해 고충처리 메커니즘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다.
핵심은 고충처리메커니즘 운영의 이상적인 모습을 이해하는 것이다. '고충 제로'를 목표로 하지 말라. 직원들로부터 그들의 경험과 우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야 좋은 고충터리 메커니즘을 수립한 것이다.
Q. 조직 내 어떤 부서에서 고충을 접수 및 해결을 관리해야 하는가.
많은 기업들이 HR부서를 통해 고충처리 메커니즘을 운영한다. 해당 부서가 근로자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한 기술적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로자 입장에서 봤을 때 HR팀에서 고충처리 메커니즘을 운영하는 것은 굉장히 큰 장벽으로 작용하며, 고충처리 메커니즘 사용을 단념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근로자들은 HR부서 주도의 고충처리 메커니즘이 회사의 경영진이 소유 및 관리하는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이에 대해 낮은 정당성과 신뢰 수준을 갖게 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가장 핵심은 고충 처리 제도의 시행에 근로자를 참여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근로자는 제도에 대한 주인 의식을 갖게 되므로 투명성과 책임감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기업은 '고충접수 및 해결 위원회'를 구성해 근로자들이 해당 위원회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근로자들이 제기된 이슈해결을 위한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다. HR부서는 모든 이해 관계자가 자신의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감독하는 중요역할을 맡을 수 있다.
Q. 고충처리 메커니즘의 포용성(Inclusiveness)을 보장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가.
직장내에서 괴롭힘 및 인권 유린 등의 사태를 보고할 때 모든 성별의 근로자가 안전하고 느낄 수 있는 고충 처리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타깝게도 이는 기업에서 자주 간과되는 부분 중 하나다. 옥스팜이 해당 분야에 대한 여러 조사를 수행한 결과, 많은 기업들이 성별 문제와 관련된 고충접수를 받지 않았다.
옥스팜 비즈니스 자문 서비스가 제안한 해결책 중 일부는 ▲ 성별과 관련된 문제를 기업의 고충 정책에 구체적으로 추가하는 것 ▲ 여성들이 우려 사항을 보고하도록 장려하기 위한 교육 및 인식 증진 캠페인을 시행하는 것 ▲ 민감한 문제를 접수하기 위해 익명성 및 기밀성을 보장하는 것 ▲ 고충 처리 메커니즘(예를 들어 고충처리 담당자 또는 고충 위원회의 구성원으로서)에 여성 근로자 대표를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것을 포함한다.
Q. .기업은 고충처리 메커니즘 수립을 위해 무엇부터 시작해야할까.
첫 단계로 경영진과 근로자 대표를 포함하는 태스크 포스를 구성하는 것이 있을 수 있다. 이를 통해 경영진과 근로자가 함께 고충처리 메커니즘을 설계하거나 검토하고, 근로자의 피드백 수렴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장할 수 있다.
인터뷰 진행(옥스퍼드)=박란희 대표 & 편집장
정리= 송선우 editor
☞2023 옥스팜Ⅹ임팩트온 ESG 컨퍼런스를 개최합니다.
글로벌 기업, 인권실사 어떻게 대응하나(유니레버와 옥스팜 사례를 중심으로)
일시: 2023년 9월 14일(목) 오후 2시~5시
행사안내: https://www.oxfam.or.kr/esg-conference-2023/
신청페이지: 컨퍼런스 참가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