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제품 다시 삽니다"...이케아와 HP, 순환경제 드라이브
이케아, 사용되지 않는 제품 고객으로부터 재구매하는 바이백 프로그램 HP, 잉크 카트리지 및 상자 재활용 ㆍ탄소중립 소재로 제품 제작
폐가구, 폐휴대폰, 폐잉크카트리지, 폐가전... 신제품을 쏟아내기만 하던 기업들이 이제 "자사 제품을 거둬들이겠다"며 본격적인 순환경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케아와 HP가 최근 내놓은 발표에 따르면, 이들은 제품 재활용을 사업의 한 축으로까지 보고 있다. 고객 서비스 차원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케아, 고객에게 제품 재구매하는 바이백 프로그램
이케아는 중고 가구 제품을 고객으로부터 다시 구입하는 바이백(buyback) 프로그램을 착수했다. 책장, 의자, 책상, 식탁 등 고객들이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가구를 이케아가 재구입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27일(현지시각) 블랙 프라이데이를 시작으로 전 세계 27개국에서 시행되고 있다.
고객들은 사용 상태에 따라 제품 원가의 최대 50%까지 바우처 형태로 받을 수 있다. 스크래치가 없는 '신규' 아이템은 50%, 미세한 스크래치 혹은 '잘 사용된' 아이템은 40%, 여러 스크래치가 있는 아이템은 제품 기존 가격의 30%로 가격이 매겨진다.
중고 제품을 판매한 고객들은 이케아 매장에서 이용이 가능한 바우처를 제공 받는다. 이케아는 "고객의 생활을 더욱 단순하게 만들고, 지속가능한 생활을 할 수 있게 한다”며 한편으론 “블랙 프라이데이에 이 프로그램을 시행해 우리가 과도한 소비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재구매된 물품이 판매되지 않으면 재활용되거나 지역 사회 프로젝트에 기부된다. 또한 올해 말 스웨덴에 최초로 중고 매장을 열고, 전 세계 매장마다 낡은 가구를 되팔 수 있는 전용 공간을 마련해 수리나 개조 가능한 가구를 계속 확보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2030년까지 순환경제를 100% 달성하겠다는 이케아의 지속가능성 목표를 반영한다. 이케아는 지난 1년 이상 영국에서 자사 가구를 재판매 했으며, 아기 침대를 유아 침대로 변모하는 등 자사의 순환경제 정책을 일부 제품에 적용해왔다. 이케아는 이번 글로벌 바이백 프로그램을 계기로 ‘순환경제’의 틈새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순환 경제 제품을 재설계하고 매장의 지속가능성을 확대하는 노력을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다.
이케아의 순환 디자인 책임자 말린 노르딘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계기로 이케아의 역할이 훨씬 더 중요해졌다”며 “이미 소유한 것을 잘 유지하고 제품 수명을 연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엘렌 맥아더 재단(EMF)에 따르면, 기업이 순환경제 프로그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으로 ‘자재 비용 절감, 일자리 창출, 새로운 수익 기회 발굴, 고객과의 관계 강화’ 등을 제시했다. ING 은행의 연구 결과는 “설문 고객 중 절반이 환경 친화적인 제품에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HP, 컴퓨터 잉크 재활용하는 플래닛 파트너스 프로그램
HP는 지난 21일(현지시간) 기존의 HP 잉크젯 및 레이저젯, 컴퓨터 하드웨어, 충전식 배터리 등 컴퓨터 물품을 재활용하는 플래닛 파트너스(Planet Partners) 프로그램을 확대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가장 재활용 비율이 높은 제품은 프린트 잉크 및 토너 카트리지로, 현재까지 8억7500만 개 이상의 HP 잉크 및 토너 카트리지가 재활용되었다. HP는 이 대표적인 순환경제 프로그램을 아르헨티나, 칠레, 파푸아 뉴기니 등 68개국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재활용 과정은 비교적 간단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고객이 지정한 수집 장소에 사용한 카트리지를 놓거나 재활용 봉투 혹은 상자를 구매해 제품을 배송할 수도 있다. 제품 수거를 요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HP 인쇄물 총괄 책임자 기욤 게라딘(Guillaume Gerardin)는 "우리의 목표는 파트너와 고객들이 의미 있는 변화를 경험하고 순환경제에 동참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프로그램을 고객에 나아가 전 세계 기업 파트너, 공급업체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HP파트너이자 소프트웨어 제품 판매업체인 키포인트 인텔리전스(Keypoint Intelligence)의 레베카 쉬펜하우스(Rebecca Schiffenhaus)는 "HP 플래닛 파트너스 프로그램은 세계 최고의 주문자생산방식(OEM) 프린터 재활용 프로그램"이라며 "전 지역으로 확장되어 카트리지 반환이 더욱 용이해졌고, 재활용된 소재를 카트리지에 반영해 HP의 지속 가능한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입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HP는 '앰플리파이 임팩트(Amplify Impact)'라는 새로운 목표를 선언했는데, 2025년까지 HP의 지속가능성 목표에 동참하는 협력 파트너를 50% 증가시킬 예정이다.
또한 HP는 재활용 제품 소재에 본격 투자를 시작했다. 서인도제도 아이티(Haiti)에 있는 공급망에 200만 달러를 투자, 771 미터톤의 플라스틱 혹은 6000만 개 이상의 병을 재활용하고, 이 공급망을 통해 재활용 제품 소재로 활용한다.
HP는 지난 2018년 재활용 플라스틱 공급망의 최초 글로벌 네트워크를 결성한 바 있다. 2025년 말까지 12억 개의 일회용 플라스틱 물병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위해 HP는 플라스틱을 변환시키는 라베르그네(Lavergne), 재활용업체 ECSSA, 세척기 제조사 STF 그룹 등 아이티에 있는 다양한 파트너사와 협력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