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노동에 휘청이는 태양광 산업…‘에너지 수요 급증’이 원인?
퍼스트 솔라, 감사 보고서 통해 공급망 내 강제노동·임금 체불 문제 공개
미국의 대표 태양광 패널 제조기업인 퍼스트 솔라(First Solar)의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강제 노동 등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해 온 사실이 지난 15일(현지시각) 감사를 통해 밝혀졌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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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공장의 공급망 중 네 곳에서 퍼스트 솔라에 근로자 채용을 명목으로 비용을 청구하고, 실제로는 노동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않고 여권도 돌려주지 않았다.
신장 이후 계속되는 태양광 산업의 강제 노동…진짜 원인은?
중국의 신장 지역에서 발생한 강제 노동 문제가 미국 기업에서도 나타나면서, 미국 정부와 인권 단체에선 아시아·태평양 지역 태양광 산업의 사각지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수년간 글로벌 태양광 산업 공급망에 미치는 중국의 영향력은 막대했는데, 신장 지역의 강제 노동 문제로 미국이 지난해 6월 신장 지역에서 생산한 물품의 수입을 중단하면서 미·중 갈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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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솔라 측에선 태양광 패널에 폴리실리콘을 사용하지 않고 있어 신장 지역과 관련이 없고, 이번 말레이시아 등 일부 공급망에서 발생한 비윤리적 노동 관행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 감사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퍼스트 솔라의 CEO인 마크 R. 위드마(Mark R. Widmar)는 “퍼스트 솔라는 투명성과 책임 있는 태양광 산업 발전을 위해 강제 노동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감사 결과를 공개한다”며 “에너지 전환과 기후대응을 위해 노력한다는 공로와 인권을 소홀히 대하는 잘못은 상쇄되지 않는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전 세계 기후 산업에 미칠 영향 커
한편 꾸준히 강제 노동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태양광 산업 외에도 리튬 채굴, 전기차(EV) 생산 등 전 세계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또한 최근 전 세계의 에너지 전환을 위한 태양광 전지 등 재생에너지 자원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업들이 공급망 내에서 강제 노동을 통해 생산한 제품에 노출될 위험이 더 커졌다고 덧붙였.
국제 인권단체인 워크프리(Walk Free)는 강제 노동 환경에 처한 노동자들이 지난 2016년에서 지난 2021년까지 약 5년간 약 1000만 명이 늘어 현재 약 5000만 명에 달한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워크프리도 역시 최근 강제 노동 관행이 확산하는 이유로 재생에너지의 수요의 급격한 증가를 꼽았다.
미국에선 공급망 리스크 줄이고자 '국내 생산' 주장 높아져
이에 미국에선 공급망을 중국과 완전히 분리하고 국내 생산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태양광에너지제조사연합(The Solar Energy Manufacturers for America Coalition)은 외국 시설에서 강제 노동 문제가 불거지는 만큼 향후 미국 내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로 재생에너지 기업에 대한 지원을 통해 퍼스트 솔라를 포함한 미국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 환경을 개선하기도 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한편 일각에선 공급망을 옮기더라도 강제 노동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반박도 나온다. 특정 산업의 수요가 급증하면 기업은 다른 지역에서 제품을 생산하게 되는데, 현지에선 제품 생산량을 무리하게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은 마찬가지인 탓이다.
실제로 태양광 산업 외에도 최근 몇 년간 의류 제품을 생산하는 베트남, 미얀마, 네팔, 방글라데시 등 국가의 노동자들도 강제 노동이 이뤄졌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캐나다에서는 지난 15일(현지시각) 글로벌 의류 기업인 랄프로렌(Ralph Lauren)이 신장 지역의 강제 노동으로 생산한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어 조사에 착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