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Now】 미움받는 ESG, 왜 고수할까?...ESG 패러독스
현재 월스트리트에서는 매우 독특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서는 ‘악마화된 용어’라고 일컬어지는 ESG라는 꼬리표를 떼면서도, ESG전략은 계속 고수하는 모양새다.
ESG리스크로 인해 주가가 하락하는 현상은 계속 벌어지고 있어서, ESG라는 용어를 노출시키지 않으면서도 투자 전략엔 ESG를 포함시킨다.
안티 ESG 법제화, 성공하지는 못해
지난 15일 블룸버그통신이 단말기를 사용하는 글로벌 금융기관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3분의 2가 “공화당의 안티 ESG 움직임으로 인해 고객들에게 ESG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들은 “ESG 용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포트폴리오에 E,S,G 지표를 계속 통합할 것”이라고 했다.
2년째 이어지는 공화당의 ESG 공격은 겉으로는 결실을 맺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ESG를 업무에서 사용하고 있는 금융기관 종사자들 중 “ESG 용어에 대한 반발로 인해, 기후 요인을 의사 결정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18%뿐이었다.
공화당은 안티 ESG를 법제화하려고 시도했지만, 대부분 법제화되지는 못했다(올해에만 37개주 공화당 의원들은 ESG를 겨냥한 최소 167개의 법안을 제안했으나, 대부분 통과되지 못했다). 하지만 2년간의 정치적인 어젠다로 인해 대중에게 ‘ESG=좌파의 자본주의 도전’이라는 공식을 심어주며 ESG에 대한 반발심을 안겨준 것은 분명해 보인다.
블랙록 래리핑크, 살해 위협 이메일까지
또 한명의 피해자는 블래록 래리핑크 회장이다. 지난해 벤처캐피털리스트이자 보수주의자인 피터틸은 마이애미에서 열린 비트코인 컨퍼런스에서 그 자리에 있는 래리핑크를 겨냥한 듯 ESG를 공격한 일까지 있었다. 지난 6월 래리핑크 회장은 “ESG가 무기화되고 있어, 더이상 ESG 용어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달 말 이코노미스트지에서는 미국 뉴욕 인근에 있는 래리 핑크의 농장에 찾아가 그를 인터뷰했다.
그는 요즘 매일 불길한 이메일을 받는다고 한다. 일부는 살해 위협을 하고, 일부는 반유대주의를 분출하기도 한다. 지난해 블랙록 이사회에는 회사에서 그에게 경호원을 제공하도록 승인했다. 안전을 위해 개인 제트기를 사용해야 한다. 최근 몇년 간 그는 ‘금융 정치인’이 되었던 것일까. 그 결과는 매우 ‘징벌적’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서술했다. 그는 3월 중순에는 맹장염이 터져 복막염까지 걸렸다고 한다. 이코노미스트 칼럼니스트는 “비즈니스 측면에서 ESG는 블랙록의 성공이었고, 래리핑크가 뼛속까지 정치인이었다면 그는 그것을 견뎌냈겠지만 그에게는 (정치적) 반발을 견딜만큼 두꺼운 가죽이 없었다”고 결론지었다.
공화당은 겉으로는 ESG를 공격하지만, 속으로는 웃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IRA(인플레이션감축법)과 반도체법이 시행된 이후 발표된 1억달러 이상의 프로젝트 110여개를 확인한 결과 80% 이상이 공화당(레드스테이트) 강세 지역구에 투자됐다고 한다.
ESG 리스크의 영향, 점점 커져
ESG 패러독스(역설)은 또 있다. ESG 용어 사용은 하지 않지만, ESG를 업무에는 반영한다.
ESG 리스크가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들이 연이어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 최대 택배소포회사인 UPS는 노동계약으로 인해 비용이 추가될 것이라고 한 후 주가 하락을 견뎌야 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이 심해지면서 신규 차량을 에어컨을 설치하고, 일부 근로자의 임금을 인상하고 유급휴가를 늘리는 등 근로조건 개선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페덱스 또한 마찬가지다. 택배업계는 지난 10년 동안 각종 사건사고가 늘어나 보험비용이 거의 3배 가량 늘어난 후, 안전 리스크가 최대 현안이 되어왔다.
글로벌 대형 여행사인 투이(TUI)는 최근 시장 가치의 10분의 1 이상을 잃었다. 남유럽의 산불로 인해 이 지역의 인기있는 휴양지 일부가 파괴된 사건의 후속 여파 때문이다. 이뿐 아니다. 이번주 투자자들은 화와이 전력산업(Hawaiian Electric Industries)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40년이 넘은 노후한 전력선이 치명적인 산불을 악화시켰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런던의 주피터 자산운용(Jupiter Asset Management) 지속가능성 책임자인 산드라 칼라일은 블룸버그에 “지금까지 회계 가치가 없었던 ‘외부효과(Externalities)’가 실제 손익, 현금흐름, 대차대조표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인류에 대해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깨닫고 있다”고 설명했다.
ESG라는 용어가 사라지더라도, 제2, 제3의 ESG를 의미하는 ‘진짜’ 리스크는 사라지지 않으며 오히려 점점 더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