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탄소비용, 얼마가 적당할까...2030년 선진국은 19만원, 한국은 6만원으로 차이 커

2023-08-29     송준호 editor

환경부 온실가스정보종합센터(GIR)와 사단법인 넥스트는 25일 '사회적 탄소 비용(Social Cost of Carbon, SCC) 추정 동향과 정책대안 마련을 위한 심층토론회'를 공동으로 개최했다. 

사회적 탄소 비용은 탄소 배출량 1톤 당 사회가 부담해야 하는 경제적인 비용이다. 이는 기후 위기로 인해 사람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거나, 재산 피해를 입는 등 손실의 규모를 산정한 추정치다. 

김승완 사단법인 넥스트 대표는 “탄소중립 사회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탄소비용을 고려해야 한다”며 “사회적 탄소비용이 커지면 재생에너지를 위한 인프라 사업의 경제성은 커지고 화석연료 관련 사업의 경제성은 낮아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탄소 비용 (Social Cost of Carbon, SCC) 추정 동향과 정책대안 마련을 위한 심층토론회'는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22층 다이아몬드홀에서 열렸다. 발제는 사단법인 넥스트 한정현 선임연구원, SK 이노베이션 이혜림 PM, 넥스트 김승완 대표, 대한상의 탄소감축인증센터 이시형 과장이 맡아서 진행했다. 토론은 KEI 김용건 기후대기연구본부장,  한국거래소 이지훈 파생상품팀장, 한국투자증권리서치 이나예 ESG 팀장, GIR 감축목표팀 방종철 연구관이 패널로 참석했다./ⓒ임팩트온

한국의 탄소가격 신뢰 부족...사회적 탄소비용 반영해야

탄소가격은 측정 방법론에 따라 천차만별이므로,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적합한 탄소가격을 설정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정현 넥스트 선임 연구원은 “탄소가격은 이론적으로 사회적 탄소비용과 한계감축 비용이 만나는 지점에서 형성된다”며 “이렇게 나온 탄소가격을 잠재적 탄소가격(Shadow Price of Carbon, SPC)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잠재적 탄소가격은 현재부터 미래까지의 상황을 고려한 추정치다. 현재의 탄소가격은 탄소시장에서 거래되는 배출권의 가격이다.

사회적 탄소 가격은 4단계로 계산한다. 먼저, 경제 성장으로 인해 증가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파악하고 기온 및 해수면 상승과 같은 기후변화 추이를 예측한다. 이런 변화가 야기하는 경제적 피해액을 계산하는 게 3단계다. 마지막 단계는 산정된 경제적 피해액 중 얼마만큼을 부담할지를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 것이다. 이를 할인율이라고 한다.

한계감축비용은 온실가스 1톤을 감축하는 데 필요한 모든 비용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값을 말한다. 한정현 연구원은 “예를 들어 한 사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100억원을 들여 탄소감축기술을 도입하고 프로젝트 기간 동안 10만 톤을 감축한다고 하면 한계감축비용은 톤당 10만원이 된다”고 설명했다.  

한정현 연구원은 “할인율이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 사회적 탄소가격이 크게 차이 나므로 이를 어떻게 설정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펴는지에 따라 할인율이 결정된다”며 미국의 사례를 소개했다. 

미국은 연방정부가 범부처 워킹그룹을 구성해서 사회적탄소비용 측정한다. 사회적 탄소비용은 할인율을 5% , 3%, 2.5% 세 가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추정한다. 할인율이 낮을수록 현재 지불하는 비용이 더 커진다. 할인율이 5%, 3%, 2.5%일 때 2030년의 사회적 탄소비용은 각 19달러(약 3만원), 62달러(약 8만원), 89달러(약 12만원)다. 연구에 따르면 오바마와 바이든 정부는 각 3%의 할인율을 선택했고 트럼프 정부는 7~10%의 할인율을 택했다.

한정현 연구원은 “한국의 잠재적 탄소가격은 현재 기후 정책을 유지할 경우에 글로벌 기준에 한참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계산법에 따르면, 선진국의 2030년 탄소가격은 140달러(약 19만원) 정도로 측정됐다. 반면 한국이 현재 기후 정책을 유지할 경우 2030년의 탄소가격은 톤당 42달러(약 6만원)가 된다. 잠재적 탄소가격 측정에 많이 사용되는 녹색금융협의체(NGFS)의 모델도 비슷한 결과를 도출해냈다. NGFS는 2050년 넷제로 목표를 기준으로 한국의 잠재적 탄소가격은 2030년에 122달러(약 16만원)가 돼야 한다. 

한정현 연구원은 “한국의 탄소가격은 NGFS가 제시한 122달러에는 한참 미달되고 다른 기준을 통해 나온 탄소가격을 하회하는데, 이는 신뢰할 수 있는 탄소 가격이라는 시그널을 주기 어려울 수 있다”며 “사회적 탄소가격을 측정하고 반영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 투자심의에 내부탄소 가격 반영

이혜림 SK이노베이션 ESG추진 담당(PM)은 “SK이노베이션은 내부탄소가격 도입하여 올해 하반기부터 투자 안건을 심의할 때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혜림 PM은 “내부탄소가격을 반영하라는 다양한 외부와 내부의 요인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혜림 PM은 “미래 탄소 가격은 측정 방법론에 따라 100달러(약 13만원)에서 800달러(약 106만원)에 이를 정도로 차이가 크지만 계속해서 오른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내부적으로 이런 전망을 경영 의사결정에 반영하지 않으면 회사의 자원 배분에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결론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외부적 요인으로는 글로벌 규제와 경쟁사들의 동향이 제시됐다. 이혜림 PM은 “EU 집행위가 제시한 유럽지속가능성 공시기준(ESRS)은 기후변화 영역에서 내부탄소가격을 설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CFD), 탄소공개프로젝트(CDP)와 같은 글로벌 이니셔티브에서도 관련 정보를 제공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쟁사인 글로벌 정유기업 BP, Eni, 렙솔과 같은 기업들도 내부탄소가격을 투자의사결정에 반영하고 있다. 이혜림 PM은 “오일 메이저들은 규제 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하거나, 다양한 기후 시나리오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자체 가격을 형성했다”며 “2030년 기준으로 평균 톤당 100달러 정도로 산정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정유사들은 기후에 관한 외부 시나리오를 고려하거나 탄소배출권거래시장(규제시장)의 가격을 참고하여 내부탄소가격(ICP)을 설정하고 있다./SK이노베이션

내부탄소가격은 투자위원회에 상정되는 자본적 지출(CAPEX) 투자 안건에 우선적으로 적용된다. 이는 스코프 1과 2의 온실가스 감축이 예상되는 안건이다. SK이노베이션은 가격을 단기와 중장기로 이분화하여 적용한다. 단기 가격은 2025년부터 30년까지 현재 한국, EU, 미국 등 권역별 탄소가격을 반영하여 내부 기준으로 설정한다.

중장기 가격은 파리 기후협약에서 설정한 1.5도 지구온도상승제한 시나리오 목표를 달성하는 데 부합하는 외부의 시나리오에 따라 가격을 설정할 계획이다. 이혜림 PM은 “외부 시나리오 중 가장 널리 통용되는 기후경제 통합평가 모형(NGFS GCAM Model)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공공사업의 예타에 사회적 탄소비용 반영...

계획 단계부터 반영해야

김승완 대표는 공적 인프라 사업의 예비타당성(예타) 조사에 반영되는 사회적 탄소비용이 제대로 측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 사업의 의사결정에서 국가온실가스목표(NDC)를 반영하기 위해 사회적 탄소비용이 필요하다”며 “우리나라는 탄소 비용을 비용이 아닌 편익으로 계산해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한국전력이 진행하고 있는 송변전설비 사업을 사례로 들었다. 해당 사업은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이 이동하는 경로에 송변전설비를 설치, 재생가능 전력의 비중을 확대하는 게 목적이다.  

김승완 대표는 “해당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 항목에 있는 환경개선 편익에 사회적 탄소비용이 반영되고 있다”며 “재생에너지 출력 제한을 줄여서 화석연료 발전량을 줄이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승완 대표는 "높은 탄소비용을 적용할수록 예타의 경제성 평가 점수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의 경제성은  편익(Benefit)을 비용(Cost)으로 나눠서 계산한다. 해당 수치가 1이 넘어야 경제성 평가를 통과할 수 있다./(사)넥스트

다만, 공공사업이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먼저 사회적 탄소가격이 공공사업의 계획 단계부터 반영돼야 한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사회적 탄소가격은 예비타당성 조사의 전 단계인 공공사업 계획에 반영돼야 한다며 “공공사업이 전기본(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되어 있으면, 예타가 사업의 통과 여부를 바꾸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두 번째는 예타에 활용되는 환경개선 편익 계산을 개선하는 문제다. 해당 편익은 2018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연구결과를 반영하여, 탄소배출량 1톤당 4만 6732원으로 설정되어 있다. 김승완 대표는 “중요한 국가사업을 설정하는 데 개별 연구기관 한곳의 연구결과에만 의지하고 있고, 탄소배출량이 증가하여 사회적 탄소비용에 변화가 있는데 2018년 이후로 편익이 업데이트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양한 연구기관들의 연구결과를 종합해서 범위를 좁혀가는 방향으로 편익을 책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