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가입한 RE 100, 궁금증 10문 10답

2020-11-03     박란희 chief editor
RE 100의 애뉴얼리포트. 더클라이밋그룹과 CDP 가 함께 만든 2050년 재생에너지 100% 달성을 목표로 만들어진 민간 주도 이니셔티브다. /RE100 홈페이지

 

SK그룹 8개 관계사가 한국 최초로 ‘RE100’에 가입한다는 소식이 2일 주요 언론을 장식했다. ‘RE(Renewable Energy) 100’은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모든 전기를 100%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쓰겠다는 것이다. SK주식회사,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C, SK실트론, SK머티리얼즈, SK브로드밴드, SK아이이티테크놀로지 8개사는 오는 2일 한국 RE100위원회에 가입신청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SK E&S, SK에너지, SK가스 등 가입 대상이 아닌 관계사들은 자체적으로 RE100에 준하는 목표를 세우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임팩트온>은 RE100이 뭐길래, 궁금증을 10문 10답식으로 정리해봤다.

 

Q1. 얼마 전 LG화학이 국내기업 최초로 ‘RE 100’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SK가 최초라는 건 뭔가.

Answer: LG화학은 지난 7월 ‘2050 탄소중립’을 발표하면서 2050년까지 전 세계 사업장을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해서 제품을 만들겠다며, 국내 기업 최초로 ‘RE 100’을 선언했다. 하지만 LG화학은 올해부터 RE100을 본격 추진하겠다는 선언이었고, 아직까지 구체적인 액션은 없다. 이번에 SK그룹은 2일 한국RE100위원회에 가입신청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RE 100 가입이 최종 확정되면, SK그룹은 1년 안에 이행계획을 제출하고 매년 이행상황을 점검 받게 된다. 구체적인 재생에너지 사용에 관한 액션플랜이 요구되는 것이다.

Q2. 일단, RE100의 정체는 무엇인가? 유엔 같은 정부기관인가?

Answer: 재생에너지 관련한 국제 흐름을 보면 2010년대 초중반에는 ‘청정에너지 장관회의’(2010), ‘국제재생에너지기구’(2011) 등 공공이 주도하다가, 이후에는 ‘RE100’(2014), ‘카본 뉴트럴’(Carbon Netural, 2015), ‘넷 제로’(2017) 등 민간 주도로 전환됐다. 특히 RE100은 가장 대표적으로 확산되는 민간 주도의 글로벌 이니셔티브다. RE100은 원래 2015년 ‘파리협정’의 성공을 이끌어내기 위한 지지 캠페인이었던 <We Mean Business>의 일환으로 진행되던 13개 이니셔티브 중 하나였다. 2014년 9월 기후 주간에 비영리 환경단체인 더클라이밋그룹(The Climate Group)과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Carbon Disclosure Project)가 연합해 만들었다. 목적은 2050년까지 각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해, 기후변화에 대응하자는 것이다. 

Q3. RE100에는 몇 곳이나 가입돼 있나? 가입조건이 따로 있나?

Answer: 시행 첫해인 2015년에 15개 기업이 가입했고, 2017년에 113개 기업, 2019년 228개 기업, 2020년 11월초 기준 264개 기업이 가입했다. 매년 참여기업 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참여 대상은 연간 전력소비량이 0.1 테라와트(TWh) 이상인 기업 또는 ‘포춘(Fortune) 1000대 기업’ 등 대기업이다. 회사 단위 가입 조건에 따라, 개별 사업장은 가입하지 못한다.

Q4. 대표적인 RE100 가입 기업은 어디인가?

Answer: 구글, 애플, 페이스북, HP,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T기업을 포함,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HSBC, JP모건체이스 등 금융기업도 참여하고 있다. 제조 및 유통업도 많은데 이케아, GM, 다농, 코카콜라(유럽), 이베이, 존슨&존슨, 레고, 막스&스펜서, 파나소닉, 소니, 타타(TATA) 모터스, 테스코, 유니레버, 월마트 등이 포함돼 있다. 

 

Q5. IT기업이나 금융업과 달리, 월마트 같은 초대형 유통기업이나 GM이나 타타자동차 같은 제조업의 경우 2050년 재생에너지 100% 달성 목표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Answer: 흥미로운 점은 30개 이상의 기업이 이미 100% 목표를 달성했다. 레고는 2017년, 막스&스펜서는 2016년, 마이크로소프트는 2014년, 애플은 2020년 이미 목표를 달성했다. 이뿐 아니다. 95% 이상 달성한 기업도 45개나 된다. RE100에 참여한 기업은 2030년까지 몇 %, 2050년까지 100% 식으로 미니멈 이상의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타타는 2030년을, GM은 2040년을 목표 연도로 제시했다. 이미 ‘2050년 재생에너지 100% 달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한 기업이 많아서, 참여기업들의 평균 달성 목표연도가 2028년이다. 여기에다 애플의 경우 본사뿐 아니라 아예 글로벌 제조 공급망 및 제품의 생애주기에 사용되는 모든 전기까지도 203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고 목표를 밝혔다.

RE100 참여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용비율 그래프. 이미 100% 혹은 95%를 달성한 기업도 상당수다./ RE100 홈페이지

Q6. 기업이 그 많은 전기를 다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나? 사무실 지붕을 태양광으로 덮는 것도 한계가 있을 텐데.

Answer: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자가발전으로, 기업 직접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 둘째, 재생에너지 생산 정보가 담긴 ‘인증서를 구매’하는 방식(REC, Renewable Electricity Certificate), 셋째, 발전소가 사들인 재생에너지를 구매(녹색요금제)하는 방식, 넷째, 발전사와 전기소비자(기업)가 직접 재생에너지 전력구매 협약(PPA, Power Purchase Agreement)을 맺는 방식이 있다. 2018년 기준으로 보면, RE100 참여기업들의 경우 인증서 구매(43%)>녹색요금제(31%)>PPA(19%)>자가 발전(4%) 순이다. 특히 PPA의 경우, 미국에서 엄청나게 성공한 방식으로, 2015년 3%였으나 2018년 19%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내년부터 한국형 RE100을 선언하겠다며, 이 같은 방식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RE100 기업들의 주요 이행수단. 인증서 구매가 가장 많다./한국에너지공단

 

Q7. RE100을 선언하면 기업한테 무슨 도움이 되나? 아니면, 기후변화에 동참한다는 취지 때문에 손해를 무릅쓰고 하는 것인가?

Answer: 일단 미국 등 해외 기업들이 RE100 선언하는 것과, 우리나라 기업 상황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토지가 넓은 미국의 경우 재생에너지는 발전단가가 싸서 경제성이 높다. 재생에너지를 쓰면 기업한테 이득이 된다. 미국의 에너지원별 발전원가를 보면, 2020년 1분기 기준 태양광의 경우 37~57달러/MWh인데 풍력(26~59달러)보다는 비슷하거나 약간 비싸지만, 석탄(60~157달러)보다는 싸다. 다른 나라도 재생에너지가 석탄이나 원자력보다 값이 싼 경우가 많다. 중국도 태양광이 가장 저렴하고, 독일은 석탄 발전 대비 태양광이나 풍력의 발전단가는 절반에 불과하다. 태양광이나 풍력 기술이 발전하면서, 발전원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일례로, 글로벌 태양광 발전원가는 2009년 304달러였으나, 2017년 86달러로 지난 8년간 72%나 하락했다. 만약 규모의 경제까지 이뤄지면, 발전 단가는 더 떨어질 것이다. 값도 싸고, 환경에도 이로운데 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반면 국내는 상황이 다르다. 재생에너지보다 석탄이나 원자력이 발전단가가 싸다. 한국에너지공단 및 한전에 따르면, 1kWh당 발전단가를 보면 원자력은 62원, 태양광은 151원(REC 보조금 포함한 가격) 정도다. 게다가 전기요금까지 싸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109원이다. 굳이 151원을 들여서 기업들은 비싼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려 하지 않는다. 게다가 재생에너지를 많이 사용했다고 해서, ‘온실가스 배출권’과 연계해서 감축분을 인정해 준다든지 하는 인센티브도 없었다. 우리나라 기업으로서는 RE100에 자발적으로 동참할 유인이 너무 약했다.

 

2020년 1분기 기준 미국 발전원별 단가 현황. 원자력이나 석탄에 비해, 태양광과 풍력이 저렴하다./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자료에서 발췌

 

Q8. 그런데 SK는 왜 갑자기 RE100을 가입하겠다는 것인가?

Answer: SK는 3가지 이유를 밝혔다. ▲글로벌 최고 수준의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실천기업이라는 신뢰를 확보 ▲미국, 유럽 등 글로벌 기업들의 (협력업체) 공급망 관리 강화에 대응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세’(탄소 배출량이 높은 수입제품에 관세 부과) 도입을 검토하는 등 국제 사회 친환경 규제 강화에,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중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글로벌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가 커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번에 RE100을 선언한 SK하이닉스는 애플의 협력업체로, 애플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 받았다. 앞으로 이런 현상이 더 확대될 것이다. 게다가 내년부터 국내에서 RE100 대응방안이 마련될 예정이어서, 이전처럼 재생에너지 도입이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Q9. SK를 제외한 다른 대기업의 경우 RE100에 관심이 없나?

Answer: 삼성전자는 2018년 6월 글로벌 재생에너지 계획을 발표하면서 RE100 참여를 고려했으나, 아직도 참여를 보류하고 있다. 국내의 제도적인 여건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유럽, 중국의 전 사업장에서는 지난해 재생에너지 비중이 92%였고, 올해 100%를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국감 현장에 나온 삼성전자 김석기 부사장은 “환경단체와 고객사, 투자자들이 지속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요구로 인해 (해외사업장 RE100 시행) 실시하게 됐다”며 “제도와 인프라가 갖춰지면 대내외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2017년 12월 업계의 영향력을 고려해 삼성전자에 재생에너지 사용서약을 공식요청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삼성물산 베트남 석탄발전 참여를 철회하라며 호주와 유럽 등에서 삼성전자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하는 등 글로벌 환경단체들의 압박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글로벌 수출기업의 경우, 국내의 제도적 여건에 따라 앞으로 RE100 선언을 하는 기업이 추가로 나올지 주목된다.

Q10. 산업부에서 RE100 대응 방안으로 제도를 마련해 국내 기업들도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된다는데,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Answer: 총 5가지의 방안이 마련 돼있다. ▲지분투자-기업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직,간접 투자해 지분을 인수하는 것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한국에너지공단은 이를 위한 전용 거래 플랫폼을 내년(2021년)에 개설함 ▲녹색요금제-한전 공급 재생에너지를 일반 전기요금보다 높은 가격에 구매 ▲제3자 전력구매계약( PPA)-한전을 중개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기업간 전력 거래 계약 체결방식(국내에서는 한전이 전기 생산과 유통을 독점하는 구조로, 발전사와 기업간 직거래가 불가능함) ▲자가발전 등이다. 산업부는 녹색프리미엄제를 제외한 나머지 RE100 이행수단에 대해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기업들은 자사의 여건과 정책 등을 기반으로 최적의 방안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온실가스 배출권과 REC 가격의 격차는 2017년에는 10만원이 넘었으나, 2020년 초반에는 5000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2020년 1월 기준, REC의 평균 가격이 4만3634원, 온실가스배출권 가격이 3만7571원이었다(현재는 코로나로 인해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이 2만원대로 하락했으나, 공장 가동률이 회복되면 가격도 상승할 것으로 업계는 본다). 때문에 전략적인 에너지 믹스가 필요한 시점이다. 환경과 기후변화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기업의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기업은 향후 100년을 내다보며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정부는 기업이 친환경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인센티브와 지원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내 RE100 이행수단./산업통상자원부

 

*참조 및 도움말: RE100 홈페이지, '글로벌기업이 약속하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RE100'(포스코경영연구원), '재생가능에너지 100% 선언기업 분석'(환경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제156호)주간에너지이슈브리핑, RE 100 온라인 설명회(한국에너지공단), 이데일리-한국형 그린뉴딜과 RE100 국회 토론회(2020.7.27), ‘2020년 1분기 태양광 산업동향’ 보고서(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