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탄소에너지(CFE) 전환, 국제사회 인정이 관건

2023-08-31     송준호 editor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5월 CFE포럼의 출범 소식을 알렸다. CFE포럼은 무탄소 에너지(Carbon Free Energy, 이하 CFE) 전환을 이루고 이를 국제적으로 확산하는 전략을 마련한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단체로 국내 주요 에너지 수요기업과 협회, 발전사, 공기업, 에너지 전문가들이 모여있다.

CFE포럼의 주장은 해외에서 재생에너지로 100% 전환하라는 RE100을 요구하지만, 국내 여건상 불가능하므로 원전과 수소, CCUS를 포함한 무탄소 전원으로의 전환을 통해 탄소중립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외국 정부와 기업들이 RE100을 요구하는 상황이므로 한국의 무탄소 전환을 RE100처럼 인정받는 게 관건이다.

CFE포럼은 에너지 기준과 공급과 조달, 유통 및 소비단계의 인증을 제공하는 ‘한국형 무탄소 에너지 인증제도’를 수립하고 있다. 정부는 발전업체, 전력거래소,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이를 국제사회로 확산하기 위해 양자 간 에너지 협력채널과 다자간 협의체를 이용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은 30일 이인선 국회의원실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CFE로의 전환과 가능성' 국회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이러한 정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했다. 

(앞줄 왼쪽부터) 조홍종 단국대 교수, 최영희 국회의원, 손양훈 인천대 교수, 천영길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정책실장, 이인선 국회의원, 김성원 국회의원, 최성광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대표이사 등 토론회 참석자들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하는데, 국내 여건상 재생에너지만으로는 불가하니, 원전과 수소, CCUS를 포함한 무탄소 전원의 개념을 가진 CFE를 도입하는 게 적절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임팩트온

에너지는 무탄소, 안정성, 경제성으로 접근...

원전 포함한 CFE 필요해

조홍종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에너지 문제는 무탄소, 안정성, 경제성이라는 세 가지 기준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탄소 전원이 탄소중립이라는 글로벌 어젠다와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조흥종 교수는 “일본은 비화석 인증서 제도, 영국은 저탄소 발전의 확대를 위한 발전차액 결제지원 입찰시장의 운영, 미국은 원자력 발전을 포함한 청정발전 세액 공제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탄소중립을 위해 원전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흥종 교수는 “한국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이 최상위 법이 되면서 에너지에 대한 기본법이 없고, 충분히 가동할 수 있는 원전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왔다”며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하려면 국내 에너지 구조를 반영하여 에너지 정책을 올바로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정성은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를 말한다. 조흥종 교수는 “한국은 재생에너지의 잠재력 자체가 불리하다”며 “호주, 중국, 미국과 같이 대지가 넓고 사막 지역이 있어야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에 유리한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유리한 국가들도 전기를 필요한 곳으로 공급하기 위한 송배전 인프라를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한국전력은 200조원 이상의 적자를 내고 있기 때문에 인프라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성은 에너지를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지다. 조흥종 교수는 “발전단가를 보면 원전이 50원, 석탄 100원, LNG 150원으로 원전은 여전히 저렴한 발전원”이라며 “원전의 가동률을 줄인 것이 에너지 요금 인상의 한 원인이다”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원전 비중과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모두 늘렸는데, 전기 요금이 얼마나 늘어날지와 산업계 부담은 어느 정도일지를 명확히 확인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흥종 교수는 “탄소중립을 위해 소형모듈원자로(SMR)에 대한 연구개발이 확대되고 있다”며 “발전소가 있는 지역에 혜택을 주는 정책을 마련하여 신규 발전소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RE100 못하면 계약 취소...

정부가 양자 및 다자간 합의 봐야

“해외 기업들이 RE100을 요구하면서, 협력체인 국내 기업들은 RE100과 CFE 투 트랙(Two Track)으로 대응하고 있다”

발제를 맡은 허재용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국내 기업에 대한 해외 기업의 RE100 요구가 점차 많아지고 구체화되고 있으며, 이를 이행하지 못했을 시 계약이 취소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재용 연구원은 “볼보에 납품하던 국내의 한 전기차 섀시 및 모터부품 제조사는 2025년부터 재생에너지 100%로 제조한 제품만 보내지 않으면 거래를 계속할 수 없다는 요구를 받았다”며 “해당 기업은 자가로 재생에너지 설비를 구축하는 등의 노력을 했지만, 볼보는 이 기업이 RE100을 달성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계약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허 연구원은 “유럽기업들은 거대한 무역장벽으로 작용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힘입어 RE100에 대한 요구를 더욱 거세게 하고 있다”며 “한국도 탄소배출권 시장을 운영하고 있으므로 한국에서 인정받은 배출권과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정보를 유럽 시장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EU와 합의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패널들은 CFE가 실효성이 있으려면 국제사회에서 인정 받을 수 있어야 한다라고 입을 모았다./ⓒ임팩트온

토론 패널로 참석한 김태형 포스코홀딩스 수소사업팀 상무는 “삼척LNG터미널과 동해안에 있는 신한울3,4호기를 비롯한 원전을 활용하여 포항 제철소에 수소를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 네트워크 사업을 2020년부터 정부에 제안했는데, 원전에 대한 문제로 허가가 안 됐다”며 “이번 정부에서는 심도있게 논의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녹영 대한상공회의소 탄소중립실장은 “대한상의가 설문조사를 한 결과, 기업들의 62%는 해외기업이 요구하는 RE100을 달성하기 어렵기에 대안으로 CFE가 필요하다고 답했다”며 “반면 기업의 38%는 해외 고객사가 CFE를 인정해 주겠느냐며 실효성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김녹영 실장은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CFE가 좋은 수단이 되겠지만, 실효성이 있으려면 국가 간의 합의가 먼저 있어야 한다”며 “사용 후 핵폐기물 처리 문제에 대한 R&D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우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는 CFE 인증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는데, 무탄소 에너지의 정의를 명확히 해야 한다”며 “제도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RE100 이행수단과의 상충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탄소에너지 정의를 명확히 해야 함. 우리나라 인증제도 없음. 인증제도 만든다고 하는데 어떻게 할지. CFE 제도 설계하는 과정에서 RE100 이행수단과의 상충 문제도 고려해야

이선경 한국ESG연구소 센터장은 “RE100이 한국에서 화두가 된 것은 외국의 압박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으로서 그에 맞는 의무를 국제사회에서 요구 받고 있다. 다만, 이제는 요구를 받을 것만이 아니라 우리도 주장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선경 센터장은 “다만, 해외 기업이 왜 RE100을 요구하는 지를 살펴보면 그 뒤에는 기관투자자들이 있다”며 “이들과도 대화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센터장은 “23년 7월은 역사상 가장 더운 달로 기록됐는데, 미래에는 가장 시원한 날일 수도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현실인데, 가격이 전면에 나와서 비용 문제로 할 수 없다고만 주장하면 행동의 변화를 촉구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강봉조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 정책과 사무관은 “국제 사회에도 한국처럼 재생에너지 발전 여건이 좋지 않은 국가들이 있다. 정부는 이런 국가들과 공조하여 기업들이 무탄소 에너지를 활용하여 탄소중립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