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팜 인권실사 특집시리즈 】⑤ 개도국 공급망에서 기업과 NGO가 협력하는 방법
2020년 전후 ESG가 국내에 상륙하기 전, 10여년 동안 국내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사회공헌(Corporate Philanthropy)’과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어왔다. 글로벌에서는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라는 용어로 현재의 ESG와 비슷한 개념으로 쓰인 것과 좀 다른 트랙이다. 이런 여파 때문에 국내 기업에서 ESG 담당자가 아닌 일선 조직에서는 ESG를 기업사회공헌, 사내 봉사활동과 비슷한 형태로 착각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소식이 들린다.
NGO와 기업의 파트너십 전략도 국내에서는 여전히 자선적인 성격이 강하다. 공급망 실사와 ESG 전략파트너로서, 글로벌 기업과 NGO의 파트너십은 어떤 형태로 유지돼왔을까. 옥스팜의 기업 파트너십 팀장 에드를 만나 인터뷰해보았다.
에드워드 길레스피(Edward Gillespie) 기업 파트너십 팀장 인터뷰
Q. 옥스팜 기업 파트너십 전략의 핵심은 무엇인가.
"기업과의 협력을 위한 전략으로 크게 두 가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 첫번째는 비즈니스 전환(Transformation)이다. 기업의 정책과 관행에서 변화를 이끌어냄으로써 비즈니스와 공급망 전반에서 인권을 더 잘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기업, 근로자, 농부 및 지역 사회 간의 힘(Power)과 자원을 보다 공정하게 공유해 지속 가능한 경제를 보장하고, 모두가 이득을 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옥스팜은 '관여하는 기업이 어떤 곳인지', 그리고 '빈곤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최대한의 긍정적 효과를 미칠 수 있는지'를 고려해 다양한 접근 방식을 취한다."
Q. 옥스팜은 공급망에서 어떻게 임팩트를 창출하는가.
"옥스팜은 글로벌 네트워크와 인도주의 및 개발 프로그램, 지역사회 참여, 연구, 정책 및 옹호활동(Advocacy)에 대한 광범위한 경험을 통해 기업의 공급망 전반에 관여한다. 예를 들어, 원자재 공급망 협력사와 함께 소규모 농가를 지원하거나 원자재 생산자의 기후변화 대응을 지원하는 등의 행동이 포함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여러 이니셔티브와 협력해 생활임금, 여성 인권, 사회복지 접근성, 물과 위생 등 협력사 공장 노동자의 다양한 필요를 지원하기 위해 노력한다. 본사 차원에서는 기업의 정책 및 관행에 따라 인권, 성평등, 근로자 및 생산자 공동체의 요구를 존중하고 증진할 수 있도록 협력한다.
또한 기업과 함께 직원과 고객을 참여를 유도하는, 목적에 맞는 브랜드 및 모금 캠페인을 한다. 기업의 막대한 도달 범위와 영향력을 활용해, 빈곤층 혹은 자연재해 및 전쟁으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을 지원하고, 긍정적 임팩트를 창출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뿐만 아니라, 영국의 주요 유통업체 및 의류업체와 협력해 중고의류 및 기타 제품에 대한 재활용 계획을 수립해 제품 수명을 연장하고 폐기물을 감축하는 데에 도움을 주고 있다."
Q.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수준에 따라 각각 다른 관여(engagement) 전략을 활용한다고 하는데, 이는 구체적으로 어떤 전략인가
"먼저 옥스팜은 캠페인과 옹호 활동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에서 노동자와 생산자의 인권, 적절한 근로환경, 지속 가능한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 산업 관행을 바꾸고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노력한다.
비하인드 더 브랜드(Behind the Brands)와 비하인드 더 바코드(Behind the Barcodes) 캠페인이 이에 대한 좋은 예라고 볼 수 있다. 해당 캠페인은 같은 산업군 내 기업간의 '최고를 향한 경쟁(Race to the Top)'을 만들기 위해 수 년간 글로벌 톱 식음료 업체와 유통업체의 정책과 관행을 평가했다. 특히 해당 부문의 성과와 진행 상황을 비교하고 개선이 필요한 특정 영역에 주목했다. 평가에 포함된 많은 회사들은 이를 통해 목표를 설정하고 주요 ESG문제의 우선순위를 파악할 수 있었다.
또한 옥스팜은 기업을 위해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 이에 기업 및 다자연합(Multi-stakeholder Coalition)과의 협력을 통해 인권 분야의 법적 의무와 기준을 명문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캠페인 및 옹호 활동 외에도 옥스팜 비즈니스자문서비스(OBAS)를 통해 개별 회사, 업계 기관 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 이니셔티브에 자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비즈니스의 '비판적 친구' 역할을 하면서 인권 영향 평가, 협력사 고충 처리 메커니즘 수립, 생활 임금 파일럿 프로그램, 성폭력 방지, 부정적 성별 고정관념 타파 등의 실질적 행동을 지원한다.
또 기업과 공동으로 소셜 임팩트 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협력 활동을 수행한다. 특히, 약 80개 국의 옥스팜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업이 글로벌 공급망 및 지역사회에서 지속가능성 약속을 이행할 수 있도록 돕고, 공동으로 소셜임팩트 창출 프로그램을 기획 한다. 이 과정에서 법무법인의 프로보노 법률 자문, 현지 기업의 수처리 및 위생 장비 기부, 공익 지원이 이루어져 더욱 효과적인 인도주의활동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뿐만 아니라 기업과 협력해 윤리 마케팅 캠페인을 수행해 대중 및 직원의 참여를 유도하고, 제품 판매의 일부를 기부하거나 옥스팜의 활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영국 내 500개 이상의 소매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많은 브랜드 및 소매업체와 협력해 중고품 혹은 잉여재고를 기부받아 물품을 재판매, 재사용,재활용한다.
이러한 관여 전략은 선형적이지 않으며 인권 문제, 공급망 또는 지역에 따라 여러 가지 방식이 쓰일 수 있다."
Q. 글로벌 기업에 이해관계자로서 관여(engagement)를 할 때, 어떤 접근법을 쓰는가.
"옥스팜은 기업과 새로운 관계를 맺을 때 협력을 통해 창출될 수 있는 위험과 잠재적인 긍정적 영향을 모두 고려한다. 기업이 가진 선의의 힘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하지만, 기업이 부정적 영향을 끼칠도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기업과 협력관계를 맺기 전에 실사를 수행해 회사의 정책, 운영, 미디어 위험 및 긍정적인 관행을 살펴본다. 이를 통해 기업의 리스크 수준과 옥스팜 인권 기준의 격차를 평가하고, 옥스팜의 사명에 해를 끼치거나, 옹호활동의 독립성을 훼손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회사화는 협력을 맺지 않는다. 특히, 담배 제조업체나 방산업체 등 특정업체와는 협력관계를 맺지 않는 것을 기조로 하고 있다.
다만 옥스팜은 어떤 기업이나 조직도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때문에, 기업이 모든 부분의 답을 갖고 있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어디에서 올바른 의도와 행동의 방향성을 보이고 있는지 평가하려고 노력한다. 특히,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 즉 회사가 우리의 옹호 활동을 통해 새로운 약속을 하도록 유도하는지, 아니면 직원과 지역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기 위해 협력하는지 평가한다."
Q. 기업과 공동으로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할 때,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하는가.
우리의 가장 전략적이고 영향력 있는 파트너십은 여러가지 방식의 협력관계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다. 옥스팜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기업들은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양측의 전문 지식, 영향력, 그리고 자원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옥스팜은 ▲기업 지속 가능성 전략 조언 ▲노동 관련 주요 정책을 채택 장려 ▲공동으로 공급망 인권개선 프로젝트를 실행 등을 통해 기업들의 긍정적 임팩트 창출을 돕는다.
특히, 이 과정에서 공급망 내 근로자 및 협력업체와 상호 이해와 신뢰관계를 더 많이 구축할수록 개방적이고 정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지가 더 넓어진다.
Q. 공동 파트너십 프로그램의 사례를 소개해달라.
"옥스팜의 가장 오랜 파트너십 중 하나는 소매업체인 막스앤스펜서(M&S)와의 파트너십이다. 옥스팜은 지난 2008년부터 M&S 고객에게 의류를 쉽게 기부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기 위해 협력해왔다. 이를 통해 개발된 “쇼우핑(Shwoping)”제도를 활용해, 고객들은 300개의 M&S 매장 혹은 인근 옥스팜 매장으로 의류를 기부할 수 있다. 기부된 의류는 재판매, 재사용 혹은 재활용되어 전세계 옥스팜 활동을 위한 운영기금 마련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해당 파트너십은 약 15년전 시작되어 의류 재활용 및 재사용에 새로운 선구자 역할을 했으며, 현재 많은 소매 업체가 유사한 의류 회수 계획을 수립해 제품 재사용 및 재활용을 장려하고 있다. M&S파트너십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약 3500만 벌의 의류가 기부되었으며, 약 2300만 파운드(약 380억원)가 옥스팜에 기부되었다.
의류기부 프로그램 이외에도 M&S의 공급망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협력활동을 수행해왔다. 일례로, 2021년 공급망 인권 및 근로자 복지를 조사하는 공동 연구프로젝트가 있다. 옥스팜은 6개월에 걸쳐 영국의 식품 제조 현장과 인도의 신발 공장에서 근무하는 390명의 근로자와 인터뷰를 진행하해 근로자들의 경험과 우려사항에 대한 목소리를 직접 들었다. 이를 기반으로 성평등, 근로자 피드백, 직장 내 빈곤에 초점을 맞추어 조사를 수행했다.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옥스팜은 회사가 적용할 수 있는 모법 사례 및 개선 분야에 대한 권고사항을 제시했다. M&S와 옥스팜은 연구 프로젝트 결과를 공개해 다른 기업들도 해당 결과를 통해 유익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Q. 글로벌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할 때, 조직이나 의사결정의 거버넌스(지배구조)는 어떻게 구축하는가.
"각 기업이 다른 특성을 갖고 있기에, 기업의 운영방식, 주요 우선순위 및 과제, 협업에 포함되는 이해관계자를 이해하는 데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전에는 많은 기업들에서 단일팀에서 모든 ESG이슈를 관리하는 중앙집중형 거버넌스 구조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산업 및 기업의 특성에 따라 핵심 사업부서(구매팀, 공급망관리 팀 등)에서 전문가를 배치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 물론 이는 긍정적인 움직임이라고 볼 수 있지만, 조직 전체의 동의를 구하기 위해 더 많은 이해관계자와 협력해야 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천편일률적인 접근 방식이 존재하지 않으며, 기업의 특성과 협력의 대상이 되는 인권 이슈에 따라 의사결정의 거버넌스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Q. 기업들이 NGO와 장기적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옥스팜과 같은 NGO와의 협력을 통해 기업은 지속 가능한 생계부터 여성의 역량 강화, 기후 정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소셜임팩트를 창출하는 방법과, 전문 지식 그리고 노하우를 알 수 있게 된다. 특히 옥스팜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인권 및 노동권을 위해 활동하는 선도적 NGO로 인정받고 있으며, 기업의 협력사와 근로자와 관련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옥스팜은 ‘비판적 친구’라는 접근 방식을 통해 기업의 정책과 관행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옥스팜은 약 80개국에 네트워크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즉 옥스팜이 기업의 글로벌 공급망 주요 소싱(Sourcing) 위치에 직접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작년에 옥스팜은 현지 NGO, 여성단체, 노동조합등 약 2000개의 파트너 조직과 협력했고 이를 통해 기업이 관련 이해관계자와 소통하고 현지 근로자 및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러한 지식, 경험 및 전문 지식은 기업이 추구하는 임팩트 창출과 ESG 및 지속 가능성 전략을 수립하는 데 필수적이다."
인터뷰 진행(옥스퍼드)=박란희 대표 & 편집장
정리= 송선우 editor
☞2023 옥스팜Ⅹ임팩트온 ESG 컨퍼런스(마감 안내)
오는 14일(목) 개최되는 옥스팜과 임팩트온의 공급망 인권실사 컨퍼런스가 뜨거운 관심으로 선착순 200명 모집이 마감되었습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세션1에서 옥스팜 영국의 기업자문서비스 책임자인 클레어와 유니레버 담당인 엘렌이 직접 옥스팜과 기업의 인권실사에 관한 사례와 전략을 소개합니다. 세션2에서는 국내외 인권실사 의무화 현황과 한국기업의 과제를 중심으로 한 발제와 토론이 이어집니다. 박란희 임팩트온 대표와 함께 토론자로 이상윤 기획재정부 지속가능경제과 사무관, 하진화 카카오 인권과 기술윤리팀 차장, 정현찬 법무법인 지평 ESG센터 전문위원이 참여합니다.
일시: 2023년 9월 14일(목) 오후 2시~5시
행사안내: https://www.oxfam.or.kr/esg-conference-2023/
*(유료회원 대상) 공급망 인권실사 라운드테이블
9월 15일(금), 특별히 임팩트온 유료회원사 만을 초청해 기업 담당자들이 공급망 인권 실사에 대한 궁금증과 고민을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라운드테이블에서는 기업 담당자들이 컨퍼런스에서 해결하지 못한 궁금증이나 실무적인 고민에 대한 답을 얻으실 수 있습니다.
옥스팜 기업자문 서비스 책임자인 클레어(Clare)와 함께 하는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하시어 인권실사 경영에 대한 모든 것을 물어보세요.
일정: 2023년 9월 15일 (금) 오전 10~12시 (2시간)
장소: 상연재
연사: 옥스팜 기업자문 서비스 책임자 클레어 리사만
대상: 임팩트온 유료회원 대상 (회원사 별 담당자 최대 2명 참여)
프로그램 10:00~10:10 오프닝 및 라운드 테이블 개최 취지 설명
10:10~12:00 질의응답 Q&A
* 순차통역 제공됩니다.
* 한정된 인원 모집으로 조기마감 될 수 있습니다.
* 참가문의: 02)777-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