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플라스틱 협약 초안 공개… “2015년 파리 협약 이후 가장 중대한 친환경 협약”
9월 4일 UN 플라스틱 오염 규제 협약의 초안(Zero Draft)이 발표됐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2022년 3월 케냐에서 플라스틱 오염에 관한 신규 국제 협약을 제정하기로 합의하였으며, 2022년 하반기부터 다섯 번의 정부간 협상을 개최, 2024년말에는 성안 제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첫 번째 회담은 2022년 11월 우루과이에서 열렸으며, 두 번째 회담은 2023년 5월 프랑스에서 진행됐다. 두 번째 회담에서 국가별 대표, 로비스트, 환경운동가 등 참가자들은 2023년 말까지 조약의 초안을 공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UN 플라스틱 협약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2015년 파리 협정처럼 법적 구속력이 있는 강력한 합의안으로, UN은 “이번 플라스틱 협약은 파리 기후 협약 이후 가장 중대한 친환경 협약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UN 플라스틱 협약, 재활용보다는 감소에 방점…
구체적인 수치 및 기한은 명시 안 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2년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0년 동안 전 세계에서 생산된 플라스틱은 84억톤에 이른다. 특히 2019년에서 2020년 사이에는 플라스틱 생산량이 2배 증가해 총 4억6000만톤에 달했다.
WWF(세계자연기금)도 지난해 보고서에서 지금 당장 전 강력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2040년까지 플라스틱 생산량이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통 국제 협약은 5~10년이 걸리지만, 이번 플라스틱 규제 협약은 3년, 2024년 목표로 급속 페달을 밟고 있는 이유다.
9월 4일 발표된 플라스틱 협약 초안은 각국이 ‘플라스틱의 수명 주기 전반에 걸쳐 플라스틱 오염의 예방, 점진적 감소 및 제거’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생산량 감소를 의미한다.
초안에는 유해 화학물질과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 사용을 단계적으로 신속히 퇴출시키라는 내용도 포함됐지만, 구체적인 기한 및 수치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향후 수치상의 목표가 설정되더라도 국가별 로드맵은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이번 초안에 앞서, 2022년 3월 나이로비에서 개최된 제5차 유엔환경총회에서는 두 가지 결의안이 제시됐다. 플라스틱 생산 감축 방안과 재활용 및 폐기물 관리 확대 방안이다. 플라스틱 생산 감축안은 27개 EU 회원국을 포함한 70여개국이 지지했고, 일본이 상정한 재활용 및 폐기물 관리 확대 방안은 미국, 중국, 스리랑카, 캄보디아 등이 지지했다.
해당 총회에서 175개국 참가자들은 협약 초안이 생산부터 폐기까지 플라스틱 전체 생애주기를 다루는 것에 동의했다.
각 국가는 플라스틱 감소 계획 수립, 이행, 보고해야...
일자리 손실 등 사회적 영향도 고려할 것
초안을 보면, 각 국가는 파리 협정과 같이 플라스틱 감소를 위한 국가별 계획을 수립, 이행, 보고해야 한다. 보고는 목표 진행 상황에 대해 정기적, 공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국가 계획은 플라스틱의 단계적 퇴출 계획, 인체 건강 보호 계획, 제품 설계 및 성능 필요 요건 개선, 재사용 및 리필 모델 확대 조치,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적용을 포함한 제품 및 포장 재활용 확대 조치, 폐플라스틱 어구 관리 및 기존 플라스틱 오염 정화 계획 등을 포함해야 한다.
한편 초안은 플라스틱 감소 계획 추진 시 일자리 손실 등 사회적 영향도 고려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UN은 이러한 '전환' 과정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며, 결과적으로 사람들이 저임금과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폐기물 관련 일자리에 종사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마르코 람베르티니 WWF(세계자연기금) 특사는 X(구 트위터)를 통해 “고위험 플라스틱에 대한 전 세계적인 사용 금지 조치와 제품 설계 규칙 개정이 국가 계획에 포함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국제법 아카데미의 국제조약전문가 매그너스 로볼드는 “이번 초안은 3차 협상의 중요한 기반을 형성한다”고 논평했다. 로볼드는 “석유화학업계는 이 초안의 법적 구속력을 완화시키고 추상적으로 만들려고 노력하겠지만,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UN 플라스틱 협약은 총 다섯 번의 회담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다음 세 번째 회담은 오는 11월 13일 케냐에서 개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