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워싱 탐사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분석】①환경 성과 부풀리기
국내 시총 200대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비율은 계속 늘고 있다. ESG행복경제연구소에 따르면, 7월말 공시율 기준 지난해 55.5%(111개사)에서 올해 75.5%(151개사)로 무려 20%p 늘었다. 글로벌 ESG정보공시 의무화를 앞두고 자율공시 또한 확대되는 상황이다.
기업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자사의 ESG 성과를 제시하지만, 자칫하면 이 과정에서 정보를 왜곡, 누락 혹은 과장해 자사의 성과를 부풀릴 위험도 있다. 특히 친환경 성과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이나 용수 사용량, 폐기물 감축비율 등 전문적인 내용이 많다보니, 일부 과장된 환경성과가 표시되더라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해당 사실의 진위를 잘 파악하기 힘든 경우도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내외 정부기관과 NGO들의 그린워싱 모니터링이 강화되고 있어, 기업들 또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그린워싱에 관해 촉각을 곤두세울 필요가 있다.
이에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와 임팩트온은 ‘그린워싱 탐사대 2기’ 청년기자들과 함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분석을 통해 국내 주요 기업들의 환경성과를 들여다보고, 그린워싱 리스크가 있는 부분을 파악해보았다.
*그린워싱 분석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환경 관련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지침 개정안을 기반으로 수행
보험업체 H사는 보고서 본문에 자사의 온실가스배출 감축실적을 610톤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2020년에는 100건의 아이템을 진행하여 온실가스 903tCO2eq를, 2021년에는 79건의 아이템을 통해 온실 가스 609tCO2eq를, 2022년에는 65건의 아이템을 통해 온실가스 610tCO2eq를 감축함으로써 지난 3년간 총 244건의 아이템을 추진하여 온실가스 2,122tCO2eq를 감축하였습니다."
이 내용만 보면, H사는 마치 가치사슬 전체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감소한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보고서 부록 페이지의 온실가스 배출량 데이터를 보면, H사의 배출량은 오히려 전년 대비 큰 폭으로 늘었다. 스코프1,2,3 배출량 합계를 보면, 2022년 배출량은 3만4647톤으로 2021년(27401톤)에 비해 7246톤이 늘었다. 지난해보다 무려 26.4% 늘어난 것이다.
'부분을 강조함으로써, 전체를 감추지말라!'. 이 원칙은 그린워싱에서 가장 많이 강조되는 핵심이다. 공정위의 환경관련 표시 심사지침의 ‘전과정성’ 기준에 따르면, “일부 단계에서 환경적 속성 또는 효능이 개선되었다고 하더라도 상품의 전과정을 고려하면 개선의 효과가 상쇄되어 없거나 오히려 감소한 경우 환경적 속성 또는 효능이 개선된 것처럼 표시·광고해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H사가 2022년 65건의 아이템을 통해 온실가스배출을 감축한 것은 맞지만, 총 온실가스배출량은 늘어났기 때문에 이를 '감축 이행 실적'으로 표시하는 것은 그린워싱에 해당한다는 이야기다.
오히려 본문에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난 이유와 배경을 설명해 투명성을 높이고, 뒤이어 자사의 환경노력을 설명하는 방법을 취하는 형태가 글로벌 선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트렌드다.
감축 성과에 대한 명확한 설명 부족…소비자 오해 불러일으킬 수 있어
에너지 업체 S사는 2019년 대비 2021년 탄소배출량을 12% 감축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성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애매모호한 부분이 보인다.
해당 업체가 제출한 CDP보고서의 내용을 보면 탄소배출량 대부분은 정유제품 생산과 에너지 사용이 차지하고 있는데, 둘다 줄었다. 2021년의 연료 사용량(정제를 위한 원유 사용 포함)은 2019년 대비 약 13% 감소했고, 에너지 사용량 또한 10% 감소했다. 즉, 줄어든 탄소배출량은 제품 생산량과 에너지 사용량 감소로 인한 감축이 대부분이라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S사는 ‘가동 최적화’, ‘운영 최적화’, ‘탄소배출량을 고려한 의사결정’이라는 용어를 활용해 제품생산량과 에너지 사용 감축에 대한 방향성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고는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연결고리를 명확하게 파악하기 힘들다. 특히, 제품 생산량과 에너지 사용감축이 S사의 탄소배출 감축전략의 일환인 것인지, 아니면 단순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감소현상인지 알 수 없다.
공정위 환경 관련 표시 심사 지침의 ‘명확성’ 기준에 따르면, ‘환경 관련 표시·광고는 문구·도안 색상의 위치와 크기 등 표현 및 방법이 정확하고 명료하여야 하며, 모호하게 표시ㆍ광고하여 소비자를 오인시킬 우려가 없어야 한다. 환경적 속성 또는 효능을 비교하는 표시·광고는 그 비교의 내용, 근거, 비교 시점 및 방법 등 필요한 사항을 사실에 입각하여 명확하게 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S사의 경우, 원유제품 생산량 감소와 에너지 사용량 감축이 탄소배출 감축성과의 핵심인 만큼, 소비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명확한 설명이 추가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배출 절대량 정보 누락, 감축 비율 수치를 강조
감축·재활용률에 대한 수치를 강조하고 배출량의 절대값은 누락하는 형태의 그린워싱 또한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건설업체 D사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폐기물 재활용률 향상 및 배출량 저감을 위한 활동 수행을 언급하고 있다. 실제, 해당 업체의 재활용률은 20년 96.3%에서 21년 96.6%로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폐기물 배출량은 전년도 대비 527톤에서 940톤으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폐기물의 배출량이 급증한 상황에서 재활용률의 소폭 증가를 환경 성과로 간주한 것이다.
실제 공정위 환경관련 표시 심사지침의 ‘상당성’ 기준은 “환경 표시는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사항이어야 하고, 전체적으로 적절한 표현과 수단을 통하여 제시되어야 하며 소비자가 이를 실제보다 과장되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D사의 폐기물 재활용률이 전년 대비 0.3% 증가한 것은 사실이나, 실제 폐기물 배출량은 2배 가까이 상승했기에 실질적인 환경 개선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때문에 폐기물 감축이라는 전체적인 목표에 맞는 수치가 아니라, 과장된 일부 수치를 환경 성과로서 보여주는 것은 그린워싱 리스크에 노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유럽, 환경 성과에 대한 그린워싱 발견시 법적 리스크 커…
국내 기업도 법적 리스크에 대비해야
그린워싱에 대한 규제가 강한 미국, 유럽 등에서 감축 목표나 성과에 대한 그린워싱이 발생할 경우, 법적고발, 집단소송, 과태료 등의 법적 리스크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지난 2021년, 세계최대 육류가공업체 JBS는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32억달러(4조2400억원)규모의 지속가능성 연계 채권을 발행하고 환경성과를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환경단체 마이티 어스(Mighty Earth)의 조사결과, 이들은 온실가스배출감축목표에서 가축 장내 발효(Cattle Enteric Fermentation)와 삼림벌채로 인한 탄소배출을 제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JBS의 전체 온실가스배출감축의 97%에 달하는 양이다.
이에 지난 1월, 마이티 어스는 “JBS가 지속가능연계채권의 친환경 목표에 대한 중요정보를 누락해 투자자들을 누락했다”며 美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고발했다.
국내 또한 공정위의 환경 관련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지침 개정안을 시작으로, 그린워싱에 대한 법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추세이기에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기사작성= 송선우 Editor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분석= 그린워싱 탐사대 윤지현, 이주연 청년기자
*기사에 인용된 S사의 경우, S사의 구체적인 설명은 반영하여 일부 수정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