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펀드 붐 끝났나… 영국 투자자 대거 이탈

2023-09-07     이재영 editor

5일(현지 시각) 발표된 펀드거래 네트워크 칼라스톤(Calastone)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8월 영국 투자자들은 주식과 채권을 모두 매도하면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으로 이동, 위험보다 안전을 선택했다.

같은 날 로이터는 칼라스톤의 자료를 인용해,  환경, 사회, 거버넌스에 초점을 맞춘 ESG 펀드도 4개월 연속 순매도를 기록, 지난 5월 이후 총 인출액이 약 20억파운드(약 3조원)에 육박한다고 보도했다. 

영국 투자자들이 ESG 펀드에서 이탈하고 있다. / 픽사베이

영국 투자자, 금리 인상 여파로 ESG 펀드 순매도…

주식, 채권보다 현금성 자산으로 이동  

지난 5월 이후 영국 투자자들이 ESG 펀드에서 총 19억6000만파운드(약 3조원)를 인출했다.

칼라스톤의 월간 현금 흐름 지수(FFI, Fund Flow Index)에 따르면, 5월 3억4000만파운드(약 5692억원)으로 시작된 매도세는 6월 3억6900만파운드(약 6178억), 7월 3억3000만파운드(약 5525억원), 8월 급증해 9억5300만파운드(약 1조5956억원)를 기록했다. FFI는 자본의 순유입과 유출을 집계, 영국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를 측정하는 월간 보고서다.

칼라스톤의 글로벌 시장 책임자 에드워드 글린은 최근 자금 유출의 원인으로 금리 인상을 꼽았다. 금리가 오르면 기업의 이자 부담도 커진다. 금리 인상으로 기업의 부채 및 자금 조달 비용 상승이 이어지면서 주식 투자에 대한 매력이 전체적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칼라스톤의 데이터를 보면, 8월 영국 투자자들은 주식과 채권을 처분하고 현금과 머니마켓펀드(MMF)로 이동했다. 머니마켓펀드란 정부 발행 단기증권 등 하루만 넣어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초단기 금융상품을 말한다. 즉 위험보다 안정성을 택한 것이다.

8월 머니마켓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6억7300만파운드(약 1조1265억원)로, 2020년 3월 이후 최대 규모다. 반면 같은 기간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돈은 11억9000만파운드(약 1조9920억원)에 달한다.  이번 8월의 자금 유출 기록은 2022년 9월 이후 최악의 수치다.  

글린 책임자는 “ESG 펀드는 주로 적극적으로 운용되는 액티브 펀드”라며 “지난 4개월 동안의 자금 유출은 자산운용사들이 개발해야 할 새로운 투자 트렌드가 떠오르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ESG, 다른 주식형 펀드와 마찬가지로 금리 인상 여파 피하지 못한 것…

ESG 투자 가이드라인, 보다 실용적 관점으로 해석해야  

한편 업계 전문가들은 ESG 펀드의 자금 유출이 ESG 개념에 대한 회의론 때문인지 전반적인 시장 환경 때문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금융 트레이딩 플랫폼 마켓콤(Markets.com)의 수석 시장 애널리스트 닐 윌슨은 “ESG는 끝나지 않았으며, 더 투명해지고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을 뿐”이라며 “우리는 수많은 친환경 기술 주식들을 모두 ESG 펀드에 담을 수는 없다”고 언급했다.

영국 금융기업 씨엠씨 마켓(CMC Markets) 수석 시장 애널리스트 마이클 휴슨 또한 “어떤 상품이든 수익률이 중요한데 금리 인상으로 모든 가치 투자 유인이 떨어졌다”며 “최근 ESG 펀드의 자금 이탈이 과연 ESG에 대한 회의론에서 기인한 것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휴슨 애널리스트는 “ESG 가이드라인 해석에 더 많은 실용주의가 필요하다”며 “BAE 시스템즈, 셸(Shell), BP와 같은 기업들이 투자자들에게 윤리적이지 않다고 외면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BAE 시스템즈는 종합방산업체, 셸과 BP는 석유 및 에너지업체로 세 곳 모두 영국에 기반을 둔 글로벌 대기업이다.  

한편 2021년 데이터분석업체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loomberg Intelligence)는 2025년까지 전 세계 ESG 자산은 40조파운드(약 6경 6882조원)에 달할 것이며, 이는 글로벌 운용 자산의 3분의 1을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