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가격인하 전쟁, 중국 제조업 노동자에게 불똥
중국 제조업체들과 전기차 시장에서 승리하기 위한 테슬라의 가격 인하 정책이 중국 노동자들에게 직격탄이 되고 있다고 로이터가 5일(현지시각) 전했다.
테슬라는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가격을 인하하고, 올해 1월에 다시 가격을 인하했을 때 중국 공장은 이미 가동이 어려운 상황에 다다랐다.
일론 머스크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지난 8월 더 많은 인원을 감축하면서 자신의 전략을 두 배로 확대, 더욱 공격적인 가격 전쟁을 벌였다.
테슬라의 가격 전쟁으로 중국 전기차 브랜드 40개 이상 통폐합
로이터에 따르면, 테슬라가 촉발한 가격 전쟁으로 인해 40개 이상의 중국 전기차 브랜드가 통폐합됐다. 일부 자동차 제조업체는 전기차와 내연기관 자동차의 생산을 모두 억제하거나 공장을 완전히 폐쇄해야 했다.
중국 전기차 제조업의 또 다른 문제는 막대한 중국 정부의 보조금에 힘입어 생산 능력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이루어졌음에도 자동차에 대한 중국 내 수요가 정체되고 가계 소득이 압박받고 있다는 점이다.
GDP 대비 중국의 가계 지출 비율은 다른 국가들보다 뒤떨어져 있다.
중국은 2023년 첫 7개월 동안 국내에서 1140만 대의 자동차를 판매하고 200만 대를 수출했지만 수익의 대부부은 해외에서 나왔다. 중국 내 내수 시장이 낮은 소득으로 인해 힘을 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출은 81% 증가했지만, 국내 판매는 가격 인하에도 불구하고 1.7% 증가에 그쳤다.
제조기업, 근로자 기본급 삭감으로 버텨
중국승용차협회(CPCA) 자료에 따르면 내연기관차를 만드는 공장을 포함하면 중국은 2022년 말 기준 연간 4300만 대의 차량을 생산할 수 있지만 공장 가동률은 2017년 66.6%에서 54.5%로 감소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중국의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근로자의 임금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급여 삭감은 불법이지만 복잡한 급여 구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급여 삭감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독일 폭스바겐의 중국 합작사 SAIC-VW는 기본급에 손을 대지 않고도 근무 시간을 줄이고 보너스를 삭감하여 근로자의 급여를 줄일 수 있었다. 기본급은 일반적으로 중국 근로자가 입사할 때 기대하는 보상의 최대 절반을 차지한다.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사 BYD는 지난 8월 선전(Shenzhen) 공장의 구인 광고에 월급을 5000~7000위안(약 91~127만원)이라고 표기했지만 기본급은 2360위안(약 43만원)에 불과했다. 중국의 평균 월급은 중국 정부의 6월 데이터에 따르면 1만1300위안(약 206만원)이다.
한편, 로이터가 분석한 중국의 전기차 제조사 30개 업체의 시급은 14~31위안(약 2552~5652원)으로 나타났다.
가격 전쟁 불똥, 부품업체와 배터리 공급업체에도 튀어
국영 차이나 오토모티브 뉴스(China Automotive News)는 중국 내 자동차 공급업체가 10만 개가 넘는다고 추정한다. 자동차 부품 거래 플랫폼 가스구(Gasgoo)가 약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3월 설문 조사에서 74%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비용 절감을 요청했다고 답했다.
절반 이상이 5~10%의 감축을 요청했는데, 이는 전년도의 3~5% 목표보다 높은 수치다. 10개 기업 중 9개 기업은 올해 이러한 요청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공급업체는 일반적으로 1년에 한 번 가격을 협상하지만 많은 공급업체는 2023년에는 분기별로 가격을 낮추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자동차 공급업체의 고위 임원 두 명이 말했다.
이 문제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테슬라는 가격 전쟁을 시작하기 전 직접 공급업체에 이메일을 보내 올해 비용을 10% 낮추도록 독려했다고 한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도 공급업체들이 자동차 제조사들을 대상으로 가격을 인하하면서 변화가 일어났다. 테슬라를 최대 고객으로 두고 있는 CATL은 지난 2월 중국내 소형 전기차 업체들에 배터리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
한 연구소(RealLi Research)의 데이터에 따르면 테슬라가 중국에서 사용하는 유형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5개월 전보다 8월에 21% 저렴했고, 니켈-코발트 배터리는 9~18% 저렴해졌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