렙솔, 미국 육상풍력시장 진출..흔들린 해상풍력, 육상풍력은 괜찮을까

스페인의 에너지 거인 렙솔(Repsol)이 8일(현지시각) 미국의 재생가능에너지 기업 ‘커넥트젠(ConnectGen)’ 인수 소식을 알렸다. 렙솔의 인수는 미국의 육상풍력시장에 진출하기 위함으로 확인된다. 

렙솔은 2030년까지 2만 메가와트 규모의 재생에너지 설치 용량을 마련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현재 스페인에서 245메가와트, 해외에서 2000메가와트의 재생에너지 자산을 운용한다.  

다만, 최근 오스테드가 미국의 해상풍력시장에 진출하려다가 좌절됐기에, 재생에너지 잠재력이 높은 미국의 육상풍력시장에 접근하는 렙솔이 주목받고 있다.

렙솔은 7억 6800만달러(약 1조원)에 퀀텀캐피털그룹으로부터 커넥트젠을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본사를 둔 커넥트젠은 미국의 육상풍력 프로젝트에 주력하고 있다. 이 회사는 육상풍력, 태양광 및 배터리를 포함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총 2만 메가와트 규모로 운용하고 있다.

렙솔이 미국의 재생에너지 시장에 처음으로 진출한 시기는 2021년이다. 당시 렙솔은 재생에너지 기업인 헤카테 에너지(Hecate Energy) 지분의 40%를 인수했다. 

이번 인수로 렙솔은 헤카테 에너지가 보유한 태양광과 에너지 저장 프로젝트에 더하여 육상풍력을 중심으로 한 전반적인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포트폴리오가 확장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커넥트젠 직원들은 렙솔의 재생에너지팀에 합류하여 전문 지식과 경험을 나누게 된다. 렙솔 CEO인 조수 존 이마즈(Josu Jon Imaz)는  “커넥트젠의 합류로 미래 성장 잠재력이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인 미국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을 확대하게 됐다”며 “이번 거래로 2050년 넷제로 기업이 되는 동시에 수익성 있는 성장과 주주 이익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렙솔은 성명에서 2025년까지 2000메가와트, 2030년까지 8000메가와트 이상의 설치용량을 확보하겠다고 공표했다.

미국 육상풍력시장의 미래가 밝은 것이라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  

세계풍력에너지위원회(GWEC)는 북미의 육상풍력시장은 향후 5년간 60기가와트의 육상풍력 발전 용량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했다. 새롭게 추가될 용량의 92%는 미국에 설치될 것으로 전망된다.

위원회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2027년까지 미국의 연간 풍력 및 태양광 발전용량이 2021년보다 두 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에너지부도 ‘2023년 육상풍력시장 보고서’에서 육상풍력시장을 성장이 기대되는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신규 풍력발전 용량은 이전 2년에 비해 올해 상대적으로 더뎠지만, IRA가 성장 정체를 바꿔놓을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의 풍력발전 설치량은 총 8.5기가와트로 120억달러(약 16조원)가 투자됐다. 풍력발전은 미국 전체 전력공급의 10% 이상을 차지했다. 미국 남서부 지역에서는 38%를 차지했다. 

풍력 발전소 1기의 발전량도 늘어나고 있다. 발전량은 풍력터빈의 크기, 특히 프로펠러 형태의 블레이드가 클수록 증가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풍력발전소 블레이드(날개)의 직경이 115미터가 넘는 곳이 2012년에는 전체 풍력 발전소의 1%에 불과했다. 반면, 2022년에 새로 설치된 터빈의 98%가 해당 크기의 블레이드를 탑재한 것으로 집계됐다. 

IRA가 세금공제를 제공하면서, PPA 가격이 기업의 구매 범위 안으로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 풍력발전 PPA(전력구매계약) 비용은 2018년부터 상승하고 있지만, 세금공제를 통해 다른 발전원의 PPA 가격과 차이를 좁힐 것으로 전망된다.

PPA 비용은 IRA 지원 수준에 따라 메가와트시(MWh)당 20달러(약 3만원)미만부터 40달러(약 5만원)이상까지 지역별로 가격 격차를 보이고 있다. 다시 말해, 기업이 IRA 제도를 잘 활용한다면 낮은 가격에 전력을 구매할 수 있다는 의미다.

부품 제조업체도 IRA로 기회를 잡게 됐다. 미국의 풍력발전소 부품 제조업체들은 미국 현지 생산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었으나, IRA가 나셀, 타워, 블레이드 같은 주요 부품을 미국에서 제조하는 경우에 추가로 10%의 세금 공제를 제공한다. 

미 에너지부는 IRA의 효과로, 제도 실행 이전에 2026년의 평균 풍력 발전량 전망치가  11기가와트에서 18기가와트로 크게 증가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