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없는 철강, 전기 분해로 만든다… 보스턴 메탈, 시리즈C 3000억원 조달
미국 녹색철강 스타트업 보스턴 메탈(Boston Metal)이 시리즈 C 펀딩 라운드에서 2억6200만달러(약 3491억원)를 조달했다고 지난 6일(현지 시각) 밝혔다. 이번에 조달한 자금은 보스턴 메탈의 탈탄소화 제철 기술의 상업적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보스턴 메탈은 메사추세츠 공과대학교에서 2013년 독립했다.
철강, 대표적인 탄소집약적 산업… 전체 탄소배출량 약 8% 차지
철강은 자동차, 건물, 풍력 발전의 터빈 등 현대 사회 모든 분야에 쓰이는 핵심 자재인 동시에 대표적인 탄소집약적 산업이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철강 제품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8%를 차지한다.
실제로 석탄은 철강산업의 상징 같은 존재다. 철강 제조를 위해서는 코크스라는 탄소 함량이 높은 연료를 투입하는데, 이것은 거의 석탄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코크스가 사용되는 것은 강철 제조의 맨 첫 단계인 제선공정이다. 일반적으로 자연 상태의 철은 산소 원자들이 결합된 산화철의 형태로 존재한다. 이것이 바로 강철의 원료인 철광석이다. 순수한 상태의 철을 얻으려면 이 산화철(Fe2O3)을 철(Fe)로 환원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때 투입되는 것이 코크스다.
높이 100미터가량의 용광로(고로)에 철광석과 코크스를 투입한 후 1500도의 고온을 가하면, 코크스는 산소와 반응하며 일산화탄소(CO)를 생성한다. 이 일산화탄소는 산화철(Fe2O3)의 산소(O)를 빼앗아 이산화탄소(CO2)가 되면서 배출되고 비로소 철(Fe)로 이루어진 쇳물이 남는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량의 대기오염 물질과 탄소가 기후위기를 초래한다는 데 있다. 따라서 오늘날 철강업계는 코크스를 대체하기 위한 연료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보스턴 메탈, 탄소 없는 전기 분해 방식 개발
유럽, 미국 등 주요국, 녹색철강 산업 지원 정책 추진
보스턴 메탈은 철광석의 산소 제거를 위해 용융 산화물 전기분해(MOE, Molten Oxide Electrolysis)라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 철광석을 녹인 전해질 용액을 스쿨버스 크기만한 특수 용기에 넣고 가열, 1600도 이상으로 뜨거워지면 쇳물이 된다. 여기서 전류를 흐르게 하면 전자가 철과 산소를 분리시킨다. 결과적으로 깨끗하고 순도 높은 쇳물을 다음 공정으로 보낼 수 있게 된다. 폐수, 유해화학물질, 희귀한 금속 촉매제도 필요 없다.
용융 산화물 전기분해 기술은 환경가치와 함께 재무적 가치도 제공한다. 낮은 품질의 철광석에도 적용 가능하므로 원가 절감은 물론 순도 높은 프리미엄 광석의 가격 변동성에도 대처 가능한 것이다.
이번 투자 라운드에는 아람코 벤처스(Aramco Ventures), M&G인베스트먼트(M&G Investments)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의 기후혁신펀드, BHP 벤처스 등이 추가 투자에 나섰다.
국제금융공사(IFC) 또한 지난 5월 보스턴 메탈 기술 상용화를 위해 2000만달러(약 267억원)의 지분 투자를 발표했다. IFC의 윌리엄 소네본 이사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IFC가 수익 이전 단계의 스타트업에 투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탄소 없는 철강 생산 기술이 그만큼 가치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보스턴 메탈은 현재 브라질에서 기술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CNBC는 2026년 상업적 생산 시설이 마련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주요 국가는 전 세계적인 탈탄소화 움직임에 따라 녹색철강 산업 성장을 위한 규제 및 지원 정책을 추진 중이다.
지난 7월 유럽연합위원회는 철강 산업의 탈탄소화를 위해 프랑스와 독일의 약 20억 유로 규모의 국가 원조 지원 조치를 승인했으며, 미국 에너지부 또한 녹색 철강을 위한 공급망 혁신에 3500만달러(약 467억원)를 지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