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절반 이상, “정의로운 전환” 잘 몰라… 매력적인 투자 종목은 ‘재생에너지’
투자업계 관계자 절반 이상이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 공정전환)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운용사 피델리티 인터내셔널(Fidelity International)이 자산운용사 및 투자금융 관계자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의로운 전환 개념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투자자는 전체 응답자 중 42%에 불과하다.
정의로운 전환이란, 탄소중립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직·간접적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지역이나 산업의 노동자, 농민, 중소상공인 등을 보호하며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을 사회적으로 분담하고 취약계층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책 방향을 말한다.
주요 국가,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국가적 과제 수립, 추진 중
정의로운 전환은 1970년대 대두된 노동자의 고용 안전 및 보건에 중점을 둔 노동운동 중 하나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기후위기 의제로 확장되어 유엔환경계획(UNEP), 기후변화협약(UNFCCC) 등 국제문서에도 그 개념이 반영되고 있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아무도 뒤쳐지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기조 아래 저스티스40(Justice40) 이니셔티브를 출범, 연방 정부 기후 투자 혜택의 40%는 소외계층과 기후 피해 지역에 분배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EU 또한 2019년 새로운 성장 목표로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을 선언, 탄소제로를 실현하고 모든 구성원을 포용하는 경제 체제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2020년 ‘2050 탄소중립 추진 전략’을 발표했고, 공정한 노동전환 지원 방안과 탄소중립기본법 등 정의로운 전환 원칙 및 관련 정책을 개발 및 이행하고 있다.
투자 업계, 절반 이상이 정의로운 전환 잘 몰라…
정의로운 전환 위해서는 자산운용사의 적극적 스튜어드십 필요
주요국들이 정의로운 전환 정책을 수립, 추진하고 있지만, 주요 ESG 트렌드의 선두에 서야 할 투자업계 관계자들 중 절반 이상은 정의로운 전환 용어를 잘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현지 시각) 파이낸셜 리뷰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자산 운용사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이 유럽 및 아시아 자산운용사 및 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 127곳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정의로운 전환 개념에 익숙하다고 답한 투자자는 42%에 불과했다.
지역별로 보면 유럽 투자자는 47%, 아시아 투자자는 30%가 정의로운 전환 개념을 잘 알고 있다고 응답, 아시아에서 정의로운 전환의 인지도가 더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투자자들은 정의로운 전환 달성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봤다. 투자자 43%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응답했으며, 정의로운 전환에 걸리는 시간으로는, 투자자 27%가 15년, 52%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정의로운 전환 이해도가 비교적 높은 유럽 응답자의 38%가 정의로운 전환 투자 전략을 보유하고 있거나 개발 중이었으며, 아시아는 20%에 머물렀다.
정의로운 전환의 장기 투자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다만 단기 투자로는 21%가 긍정적, 26%가 부정적, 52%가 중립이라고 답했다.
정의로운 전환에 투자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투자자 77%가 “넷제로 달성으로 인한 환경 가치 창출과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력”을 꼽았다.
가장 매력적인 투자 부문으로는 92%가 재생에너지를 지목했고, 기술 및 IT 61%, 농식품 60%가 그 뒤를 이었다.
정의로운 전환 달성에 가장 큰 역할을 할 자산군(Asset Class)으로는 투자자 89%가 주식을 꼽았다. 그 뒤로 개인 자산이 81%, 테마형 투자가 66%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이 정의로운 전환 달성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로는 ▲명확한 정부 정책의 부재 46%, ▲규제를 늦추기 위한 기존 산업계의 사전 로비 29%, ▲지정학적 긴장 25%, ▲경기 침체 21%, ▲소비자들의 내재된 습관 21% 등이 있었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 스튜어드십 책임자 에밀리 구달은 “정의로운 전환은 기후, 지역사회, 노동시장, 국가별 역량 차이 등 여러 가지 문제를 포괄하고 있다”며 “정의로운 전환의 측정과 실행 방법은 복잡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속가능한 경제 체제로의 전환에 따른 사회적 영향도가 중요한 고려사항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달 책임자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자산운용사의 핵심 전략으로 적극적 스튜어드십(Active Stewardship)을 제시했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은 기업에 초점을 맞춘 상향식 투자 전략, 거시경제와 글로벌 이슈를 포괄하는 하향식 투자 전략을 병행하며 시스템 전반에서 스튜어드십을 적용, 결합해 투자 영향력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은 올해 3월 기준 약 7286억달러(약 966조원)를 운용하는 글로벌 자산운용사로,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2040년까지는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포트폴리오에서 화석연료를 배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