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폐기물에 탄소 저장하는 스타트업...탄소 저장고는 흑해

2023-09-14     홍명표 editor
 흑해 깊은 바다에 바이오매스를 저장해서 탄소를 격리하려는 라와인드 홈페이지

아시아와 유럽 사이에 있는 흑해(Black Sea) 깊은 바다에 탄소를 저장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탄소는 지하에 저장하는 방법이 널리 알려져 있으나, 이스라엘에서 시작한 리와인드(Rewind)는 수심 2킬로미터가 넘는 흑해를 탄소 저장고로 선택했다.

기후 솔루션 NGO인 그리스트(Grist)는 12일(현지시각) 2050년까지 기후학자들이 넷제로에 도달하기 위해 격리해야 하는 탄소의 10%인 1기가톤을 격리하는 리와인드를 소개했다.

 

흑해 바닥이 무산소 상태여서 바이오매스가 탄소 배출 안 해

심해에는 산소가 많지 않다. 그리스트는 수심이 깊은 흑해가 탄소 저장에 적합한 장소라고 평가했다.

리와인드의 CEO 람 아마르(Ram Amar)는 오래 전에 흑해에 가라앉은 고대 그리스 선박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설명한다. 이 선박은 흑해에 가라앉은 후 2400년 동안 거의 온전한 상태로 보존됐다.

과학자들은 이 선박이 2400년을 버틸 수 있었던 비결을 흑해 바닥에 산소가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이 난파선은 해양 고고학자, 과학자, 해양 조사관으로 구성된 국제 팀이 3년 간 선사시대 해수면 변화의 영향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흑해 깊은 곳을 탐험하는 임무를 수행하면서 발견한 60척의 난파선 중 하나다.

람 아마르 CEO는 이 난파선 사례를 보고 수백만 톤의 농업 폐기물을 모아서 농업 폐기물이 거의 썩지 않는 흑해 바닥으로 보내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원리는 다음과 같다.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대기로부터 흡수한 탄소는 분해될 때 방출된다. 그런데 식물을 흑해 깊은 바다에 저장하면 산소가 거의 없기 때문에 생분해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장기간 탄소를 저장하는 데 유리하게 된다.

아마르는 2019년 구글에 소프트웨어 회사를 매각한 후 탄소를 격리하기 위해 해초를 재배하는 것도 생각했지만, 결국 탄소가 대기로 돌아올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흑해에 탄소를 저장해야 한다고 제안한 독일 해양생물학자 피터 크로스트(Peter Krost)를 만나 본격적으로 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아마르 CEO는 액수는 밝히지 않았지만 초기 자금을 조달한 후, 지난해 이스라엘의 텔아비브에서 리와인드(Rewind)를 시작했다. 리와인드는 직원 12명을 고용하고 흑해와 갈릴리해에서 1년 간의 실험을 막 마쳤다. 연구팀은 290킬로그램이 넘는 단단한 나무를 250미터 깊이의 바다에 린넨(linen) 자루에 담아 방치했다. 이 나무는 12개월 동안 97%의 바이오매스를 보유했다.

아마르 CEO는 "우리는 처음 3개월 동안 약간의 열화가 있음을 발견했고, 그 후 3개월 동안 거의 일정하게 유지됐다"며, "이것은 정말 대단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연구원들은 일반 물에 소나무를 넣고 6개월 후에 관찰한 결과 10% 분해됐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아마르의 팀은 975미터 깊이에서 추가 실험을 계획하고 있으며, 후속 실험으로 2개의 퇴적물을 1.6킬로미터 이상 깊은 바다로 내려보낼 계획이다.

그는 식물이 약간 부패하는 문제는 수심 2킬로미터 아래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마르는 "분해 되더라도 흑해 깊은 곳에 남아 섞이지 않고 다시 공기와 접촉할 수 있는 더 얕은 바다로 떠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홈페이지에서 탄소배출권 판매, 프로젝트 자금 조달

한편, 리와인드는 탄소배출권을 판매해서 프로젝트에 자금을 조달하려고 한다. 문제는 제3자 검증이다. 여러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데, 가장 큰 문제는 제거된 탄소량을 측정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또한 탄소제거 과정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해결 방법이 당장 없다는 점도 지적된다.

영국 국립해양학센터(National Oceanography Center)의 마틴 팔머(Martin Palmer) 교수는 "한번 물질을 깊은 바다에 넣으면, 막대한 비용 없이 다시 물질을 되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따라서 우리는 이 과정이 안전하다는 것을 100퍼센트 확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팔머 교수는 유기물이 무산소 환경에서는 더 잘 보존되지만, 어느 정도 메탄 생성을 초래하는 분해 과정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흑해에 집어넣을 대량의 바이오매스를 어디서 조달해야 하는지와 같은 문제도 있다. 리와인드는 흑해가 농업 폐기물을 많이 발생시키는 농업국가 6곳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점을 강점으로 봤다.

대부분의 농업 폐기물은 보통 연소되거나 다뉴브강 아래로 운송되어 바다에 버려지고 있다. 이를 탄소 저장소로 운반해야 하는데, 리와인드는 운반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이 저장되는 양의 3% 이하로 추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지역이라 정치적으로 민감

연간 1기가톤의 탄소를 저장하려면 많은 양의 바이오매스가 필요하다. 더군다나 흑해 지역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진행되고 있는 지역이어서 흑해를 둘러싼 국가의 정책 입안자와 대중, 산업계를 설득해야 한다.

아마르 CEO는 자신의 스타트업이 단순히 바다에 쓰레기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긴장된 지역에서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리와인드는 정부 기관 및 관계자들과의 논의가 초기 단계지만 실현 가능하다고 확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