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워싱 탐사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분석】④ 온실가스감축 성과와 목표의 신뢰도 부족

2023-09-15     송선우 editor

국내 시총 200대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비율은 계속 늘고 있다. ESG행복경제연구소에 따르면, 7월말 공시율 기준 지난해 55.5%(111개사)에서 올해 75.5%(151개사)로 무려 20%p 늘었다. 글로벌 ESG정보공시 의무화를 앞두고 자율공시 또한 확대되는 상황이다. 

기업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자사의 ESG 성과를 제시하지만, 자칫하면 이 과정에서 정보를 왜곡, 누락 혹은 과장해 자사의 성과를 부풀릴 위험도 있다. 특히 친환경 성과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이나 용수 사용량, 폐기물 감축비율 등 전문적인 내용이 많다보니, 일부 과장된 환경성과가 표시되더라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해당 사실의 진위를 잘 파악하기 힘든 경우도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내외 정부기관과 NGO들의 그린워싱 모니터링이 강화되고 있어, 기업들 또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그린워싱에 관해 촉각을 곤두세울 필요가 있다.  

이에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와 임팩트온은 ‘그린워싱 탐사대 2기’ 청년기자들과 함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분석을 통해 국내 주요 기업들의 환경성과를 들여다보고, 그린워싱 리스크가 있는 부분을 파악해보았다. 

*그린워싱 분석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환경 관련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지침 개정안을 기반으로 수행

플래닛 트래커의 유니레버 탄소배출감축 전략 분석/Planet Tracker

지난 7월, 환경단체 플래닛 트래커(Planet Tracker)는 소비재업체 3곳(유니레버, P&G, 콜게이트)의 기후변화 대응 전략을 분석하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플래닛 트래커는 “해당 업체들은 파리기후협정목표 1.5도 시나리오 부합을 목표로 과학기반감축목표(SBTi)에 기반해  탄소중립계획을 세웠으나,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고서가 가장 크게 지적한 부분은 스코프 3(Scope 3⋅공급망 간접배출) 배출이다. 소비재 업계의 경우 스코프3 배출이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소비재업체 3곳이 이에 대한 감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채 자사의 온실가스감축 실적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플래닛 트래커는 이로 인한 그린워싱 리스크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온실가스감축은 친환경전환의 핵심이 되는 사안이기에 투자자, 환경단체 등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의 행보를 면밀하게 살펴본다. 일례로, 스코프 3 배출의 경우 아직 공시 의무 범위에 포함되지 않지만, 이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온실가스 배출감축 성과를 강조한다면 그린워싱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그린워싱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국제사회로부터 탄소중립계획의 신뢰도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감축의 목표와 성과를 제시하는 방식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한다는 이야기다.

 

국제 표준에 부합하지 않는 임의의 방식으로 온실가스감축 실적 표시

D사의 온실가스 배출량 및 감축 실적

온실가스 배출량 및 감축 성과 계산에는 정형화된 국제 표준이 존재한다. 하지만, 해당 표준을 준수하지 않고 기업이 임의의 방식으로 온실가스감축 성과를 표시해 그린워싱 리스크를 키운 사례가 있다.

건설업체 D사는 온실가스 배출량과 감축 실적을 분리해서 공개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D사의 온실가스 배출은 지난 2020년 5만8980톤에서 2021년 6만415톤으로 약 2.4%상승했으며, 배출감축실적은 2020년 2만5217톤에서 2021년 1만17254톤으로 약 33% 감소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D사가 온실가스 배출감축량을 "정부 허용 배출량에서 배출 실적을 차감한 값"이라고 정의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감축 실적 산정 방식은 국제 표준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데이터의 신뢰도 문제로 이어지게 된다. 

실제, 기업 온실가스보고 기준 ‘온실가스 프로토콜(GHG Protocol)’은 온실가스 감축량을 “기준연도 대비 시간 경과에 따른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 인벤토리의 변화”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온실가스 인벤토리란 국제표준에 따라 정의된 스코프1~3의 배출원별 온실가스 배출목록을 의미한다. 하지만 D사는 자사의 가치사슬 내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 목록이 아니라 정부 허용 배출량을 감축량 계산에 포함하고 있다. 

공정위 환경관련 표시 심사지침의 ‘실증성’ 기준은 “환경 관련 표시·광고는 정확하고 재현 가능한 최신의 객관적·과학적 근거를 바탕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D사의 경우 국제표준이 명시한 객관적, 과학적 근거가 아니라 자사 임의의 방식으로 온실가스감축 실적을 기재했기에 심사지침의 실증성 기준에 위배된다고 볼 수 있다.

 

2018년 대비 2022년 온실가스 배출 75% 증가…

탄소배출감축 로드맵 불명확해

L사의 온실가스 배출 데이터

탄소중립 목표를 수립했으나, 이에 대한 세부목표 및 이행계획을 수립하지 않아 그린워싱 리스크에 직면한 사례도 있다.

IT업체 L사는 2040 탄소중립목표를 발표하고, 파리기후협약의 1.5도 시나리오를 고려해 대응 전략을 수립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L사의  2022년 탄소배출량은 11만2255톤으로 2018년 대비 약 75%, 전년 대비 약 20% 증가했으며, 신규 데이터 센터의 운영으로 2030년까지 에너지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이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문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감축을 위한 세부목표와 이행계획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스코프2 배출의 경우, 감축을 위해 REC구매, PPA계약, 재생에너지 구입 등의 행동을 수행하겠다고만 언급했을 뿐 이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L사가 2040년까지 어떻게 탄소중립을 달성할 것인가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기가 어렵다.

특히, L사의 사례처럼 기업이 선언한 환경목표와 실제 환경성과가 상반될 경우 이해관계자들은 그린워싱 리스크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일례로 미국의 인테리어 자재 소매업체 홈디포는 삼림벌채 근절을 약속했으나, 오히려 삼림벌채가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지난 22년 5월 기관투자자들이 주주안건을 제출해 삼림벌채에 대한 구체적 계획과 행동 현황을 담은 보고서 발간을 요구하기도 했다. 

글로벌 기업의 경우 현재 사업 논의 중인 에너지 업체, 재생에너지 구입을 위한 재정투자 규모, 재생에너지 도입 타임라인 등 탄소배출감축에 대한 현황을 공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기업 탄소중립 검증기관 과학기반감축목표(SBTi)는 1.5도 시나리오에 부합하기 위해 스코프 2 배출감축 목표 혹은 전력 분야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를 수립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L사는 이러한 목표를 수립하지 않아 탄소배출감축 목표에 대한 신뢰도 부문에서 약점을 보이고 있다.

공정위의 환경관련 표시 심사지침의 ‘명확성’ 기준은 ‘표현 및 방법이 정확하고 명료하여야 하며, 모호하게 표시ㆍ광고하여 소비자를 오인시킬 우려가 없어야 한다. 환경적 속성 또는 효능을 비교하는 표시·광고는 그 비교의 내용, 근거, 비교 시점 및 방법 등 필요한 사항을 사실에 입각하여 명확하게 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L사의 경우, 최근 온실가스 배출이 급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명확한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린워싱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스코프 3 배출량 급상승했지만, 이에 대한 설명 혹은 감축목표 부재

L사의 탄소배출감축전략 및 온실가스 배출데이터

탄소배출감축 전략을 수립했으나,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스코프3 배출을 제외해 그린워싱 리스크가 커지는 사례도 있다.

통신업체 L사의 스코프 3 배출은 2021년 8만 8378톤에서 2022년 95만630톤으로 약 11배 가량 상승했다. 이는 전체 탄소배출량의 39.5%에 달하는 양이다. 하지만, L사의 탄소중립계획을 살펴보면 자체감축과 재생에너지 조달이 각각 25%와 75%를 차지하고 있다. 큰 비중을 차지하는 스코프3 배출이 탄소감축전략에서 제외된 것이다. 

특히, L사는 파리기후협약의 1.5도 시나리오에 부합할 것을 약속하고 있다. SBTi는 해당 시나리오 부합을 위해서는 스코프3 배출의 비중이 총 온실가스 배출의 40% 이상일 경우 이에 대한 감축 목표를 수립해야함을 강조한다.  또한 비중이 40% 이하라 할지라도 스코프3 배출을 목표를 수립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한다. L사의 경우 스코프3 배출이 39.5%로 의무 요구치에는 소폭 모자라지만, 이해관계자 입장에서는 해당 기업 탄소배출전략의 신뢰도에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실제 마이티 어스(Mighty Earth), 피드백 글로벌(Feedback Global)등의 글로벌 환경단체들은  높은 스코프3 배출 비중을 기록했으나, 이를 탄소배출감축전략에서 제외한 기업들에게 공식서한을 발송하거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SEC)에 고발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L사의 온실가스 배출 데이터를 살펴봤을 때, 2022년 이전에는 스코프3 배출이 8만톤 가량으로 비교적 적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배출량이 높아졌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명시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급증한 스코프3 배출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공정위의 환경관련 표시 심사지침의 ‘구체성’ 기준은 "부수적인 부분일지라도 주장되는 환경적 속성 또는 효능을 실질적으로 상당히 제약하는 경우에는 그 사실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스코프3 배출의 경우 공시 의무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부수적인 부분'이라고 볼 수 도 있지만 L사의 온실가스 배출에 끼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